죽음의 방을 탈출하는 법

11화: 보이지 않는 자리
[세 번째 막 준비]
[신규 대상 반응 감지]
붉은 막이 내려왔다.
아직 무대에 닿지 않았다.
그런데 객석은 이미 지훈을 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지훈과 같은 얼굴을 한 인형을 보고 있었다. 첫 줄 가운데에 앉은 검은 머리 인형. 손목을 감싸 쥔 자세까지 같았다. 통증을 숨기려 할 때 지훈이 무의식적으로 만드는 각도였다.
인형의 입이 다시 움직였다.
"나야."
소리는 지훈의 목에서 나지 않았다.
객석 전체가 얇게 떨리며 같은 말을 냈다. 천장과 바닥이 그 말을 받아 작은 숨처럼 되돌렸다.
몇 명이 지훈을 돌아보려 했다.
"보지 마십시오."
지훈은 낮게 말했다.
그 말이 늦었다.
이미 서너 개의 시선이 그의 얼굴에 닿았다. 그 순간 첫 줄의 인형 눈동자가 조금 밝아졌다.
[신규 대상 반응 상승]
[집단 시선 집중 감지]
지훈은 숨을 멈추지 않았다.
멈추면 따라 한다.
겁먹은 사람이 숨을 죽이는 순간을 인형은 공포 반응으로 베낀다. 그는 일부러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어깨를 움직이지 않고 배로만 낮게 밀었다.
실제로 본 것.
첫 줄 인형은 가슴이 움직이지 않는다. 손목을 감싼 손가락도 굳어 있다.
추론한 것.
저 인형은 지훈의 얼굴보다 지훈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반응을 먹는다.
위험으로 반응한 것.
모두가 지훈에게 답을 기다린다.
그 기다림이 같은 방향으로 몰린다.
"정미 씨."
"알았어요."
최정미가 대답과 동시에 움직였다.
그녀는 지훈 앞을 막지 않았다. 지훈을 막으면 모두가 더 보게 된다. 대신 사람들 사이를 비스듬히 가르며 팔을 올렸다. 손바닥은 지훈이 아니라 객석 바닥을 향했다.
"얼굴 보지 마요. 바닥 보세요. 발끝. 의자 다리. 먼지."
명령은 짧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내려갔다.
첫 줄 인형의 눈빛이 아주 조금 죽었다.
박상철이 이를 악물었다.
"이번엔 너냐."
그는 지훈을 보려 했다가 멈췄다. 방금 전 자신이 당한 판정을 기억한 얼굴이었다. 자존심보다 공포가 빨랐다.
지훈은 그쪽을 보지 않고 말했다.
"제 얼굴 확인하지 마십시오. 같은 질문도 하지 마십시오."
"누가 진짜냐고 묻지 말라는 거지."
"네."
박상철의 입술이 뒤틀렸다.
"젠장. 배웠다."
그 말에 첫 줄의 지훈 인형 입이 벌어졌다.
하지만 같은 말을 따라 하지 못했다.
입 안이 비어 있었다.
지훈은 그것을 보았다.
인형은 결론을 흉내 낸다. 모두가 기다리는 대답을 빼앗아 말한다. 하지만 박상철이 즉흥으로 고른 욕과 굴욕까지 바로 따라오지는 못한다.
도윤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소리 위치가 달라요."
"어디입니까."
"인형 입은 첫 줄인데 끝소리는 뒤에서 와요. 세 번째 줄 아니에요. 이번엔... 첫 줄 가운데 아래."
지훈은 손전등을 들려다 멈췄다.
손목이 늦게 따라왔다. 손가락이 먼저 굽었다. 빛이 흔들리면 신호로 오해된다.
첫 줄의 인형이 입꼬리를 움직였다.
그것은 지훈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손전등 한 번.
앉기.
두 번.
정지.
세 번.
이동.
그 신호를 인형도 알고 있다.
지훈은 손전등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쇠가 바닥에 닿는 작은 소리도 내지 않았다. 손에서 권한을 내려놓는 것처럼 천천히.
"오늘은 제가 신호하지 않습니다."
설아가 숨을 삼켰다.
지훈은 그녀를 보지 않았다.
"설아 씨. 끈."
설아가 잘린 운동화 끈을 손에 감았다.
"정미 씨는 사람들 시선 높이만 통제해 주세요. 도윤 씨는 소리 위치만. 상철 씨는 움직이지 말고 말도 짧게."
"내가 왜..."
박상철이 말을 끊었다.
첫 줄의 지훈 인형이 그의 입을 기다리는 듯 고개를 조금 틀었다.
박상철은 이를 갈았다.
"짧게 한다."
[대상 반응 분산]
[집단 시선 집중 저하]
붉은 막이 조금 더 내려왔다.
천 끝이 무대 위 흰 선을 가렸다.
객석 인형들이 동시에 움직이지는 않았다. 빈자리 주변의 것들만 아주 느리게 고개를 돌렸다. 나무 관절 소리는 늦게 따라왔다. 딸깍. 딸깍. 미끼음이었다.
소리 없는 변화가 먼저였다.
"첫 줄 가운데 아래."
도윤이 말했다.
"빈 의자 앞. 바닥 쪽에서 숨 같은 소리."
"숨이 아닙니다."
지훈은 낮게 말했다.
"숨을 흉내 내는 압력입니다."
설아가 무릎을 낮췄다.
그녀는 지훈을 보지 않았다. 바닥만 보고 움직였다. 잘린 끈을 두 손가락 사이에 걸어 첫 줄 가운데 인형의 발밑으로 밀어 넣었다.
끈 끝이 검은 바닥 위를 기었다.
아무것도 없는 의자 앞에서 멈췄다.
눌렸다.
설아의 손이 굳었다.
지훈은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이름을 부르면 모두가 그녀를 본다.
"잡아당기지 마십시오."
설아는 끈을 놓지 않은 채 손가락 힘을 뺐다.
끈이 조금 떠올랐다가 다시 눌렸다.
보이지 않는 손이 거기에 있었다.
첫 줄 지훈 인형이 입을 열었다.
"앉기."
지훈의 목소리였다.
정확했다.
손전등 한 번 없이도 사람들은 반사적으로 무릎을 낮추려 했다.
"아니요."
정미가 바로 끊었다.
그녀는 무릎을 굽히지 않았다. 대신 손바닥을 아래로 눌러 사람들의 어깨만 낮췄다.
"무릎 말고 시선만."
도윤이 숨을 들이켰다.
"소리... 첫 줄 아래가 아니에요. 방금 말은 객석 뒤쪽에서 왔어요."
[명령 모방 감지]
[대상 반응 유도 실패]
첫 줄의 지훈 인형 얼굴이 접히듯 일그러졌다.
지훈은 그제야 한 걸음을 뒤로 뺐다.
그 움직임도 인형이 따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일부러 어긋나게 움직였다. 오른발을 빼려는 듯하다가 멈추고 왼발 뒤꿈치만 돌렸다. 손목은 감싸지 않았다. 통증은 손가락 끝까지 퍼졌지만 손을 늘어뜨렸다.
인형의 손은 아직 손목을 감싸고 있었다.
차이가 생겼다.
작지만 충분했다.
"저쪽은 제 공포를 늦게 따라옵니다."
지훈이 말했다.
"제 판단은 못 따라옵니까."
정미가 물었다.
"판단보다 결과를 훔칩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제가 결론을 말하면 안 됩니다."
방 안이 더 조용해졌다.
그 말은 곧 지훈이 모두를 끌고 가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지훈은 도윤 쪽으로 눈을 돌리지 않고 말했다.
"도윤 씨. 위치."
"첫 줄 가운데에서 오른쪽으로 반 칸. 아니... 빈자리만 움직여요. 의자가 아니라 빈자리가요."
"설아 씨. 눌림."
설아가 끈을 아주 조금 이동시켰다.
끈 끝이 허공에서 꺾였다.
그녀가 손가락 두 번을 접었다.
정지.
지훈은 그 신호를 보았다.
설아가 신호를 냈다.
그가 아니라.
[대상 의존도 감소]
[신규 대상 반응 안정]
붉은 막이 무대의 절반을 가렸다.
시간은 줄고 있었다.
[제한 시간: 05:12]
지훈은 커튼 뒤 검은 틈을 보았다.
진짜 관객을 커튼 뒤로 보내야 한다.
밀어 넣는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자리를 커튼 쪽으로 몰아야 한다. 모두가 같은 순간 같은 사각지대를 봐야 한다. 그러나 같은 공포로 보면 교대 판정이 집단으로 걸린다.
그러면 필요한 것은 같은 시선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모인 시선이다.
"정미 씨. 사람들을 세 줄로 나눠 주세요."
"기준은요."
"역할입니다. 보는 사람. 듣는 사람. 움직이지 않는 사람."
정미는 바로 이해했다.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사람들을 나눴다. 울 것 같은 사람은 움직이지 않는 줄로 보냈다. 눈을 오래 못 드는 사람은 듣는 줄로 보냈다. 몸이 굳지 않는 사람만 보는 줄에 세웠다.
박상철은 움직이지 않는 줄 끝에 섰다.
그는 불만스러운 얼굴이었지만 말하지 않았다.
지훈은 짧게 말했다.
"잘한 겁니다."
박상철이 얼굴을 찌푸렸다.
"칭찬하지 마."
첫 줄 인형이 입을 움직였다.
따라 하지 못했다.
설아가 끈을 던졌다.
이번에는 첫 줄 가운데가 아니었다. 아이 인형 옆 빈 팔걸이. 그곳을 지나 세 번째 줄 빈 의자 앞. 다시 첫 줄 오른쪽 반 칸.
끈은 세 번 눌렸다.
도윤이 위치를 맞췄다.
"소리도 세 번. 첫 줄. 세 번째 줄. 다시 첫 줄 오른쪽."
"이동 경로가 아니라 숨는 경로입니다."
지훈은 말을 삼켰다.
결론을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그의 인형이 입을 벌렸다.
말을 기다렸다.
지훈은 조용히 손을 내렸다.
설아가 대신 말했다.
"보지 않으려는 곳."
목소리가 작았다.
하지만 모두가 들었다.
인형은 그 말을 따라 하지 못했다.
설아의 공포에서 나온 말이 아니었다. 관찰에서 나온 말이었다.
지훈은 고개를 아주 조금 끄덕였다.
"지금부터 제가 아니라 설아 씨 끈을 봅니다. 도윤 씨가 위치를 말하면 정미 씨가 시선을 열 겁니다. 저는 마지막에 틀렸는지만 말합니다."
"맞았는지는?"
도윤이 물었다.
"그 말은 인형이 훔칩니다."
붉은 막이 더 내려왔다.
객석 첫 줄 지훈 인형의 턱이 벌어졌다.
"지금."
지훈의 목소리였다.
사람들이 움찔했다.
정미가 손을 들었다.
"아직."
그녀의 말에 보는 줄이 멈췄다.
도윤이 고개를 기울였다.
"가짜. 소리 뒤쪽."
첫 줄 인형의 입이 더 크게 벌어졌다.
"지금."
이번에는 박상철이 말했다.
"아직이라잖아."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았다.
명령도 아니었다.
그저 버티는 말이었다.
[명령 모방 재시도]
[집단 반응 불일치]
설아의 끈이 커튼 쪽으로 끌렸다.
보이지 않는 손이 끈 끝을 잡고 있었다.
아니.
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잡힌 척하며 모두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지훈은 그것을 말하지 않았다.
그가 손바닥을 펴 보였다.
정미가 사람들의 눈높이를 낮췄다.
도윤이 말했다.
"세 번째 줄 빈자리. 지금은 거기."
설아가 끈을 놓았다.
끈은 바닥에 떨어지지 않았다.
공중에서 반 박자 멈췄다가 세 번째 줄 빈 의자 쪽으로 빨려 갔다.
정미가 팔을 열었다.
"보는 줄. 지금."
스무 개가 안 되는 시선이 같은 자리를 향했다.
듣는 줄은 눈을 감지 않았다. 그들은 바닥을 보고 도윤의 숨소리를 들었다.
움직이지 않는 줄은 앞사람의 어깨선을 보았다.
같은 순간.
다른 이유.
세 번째 줄 빈 의자의 천이 움푹 꺼졌다.
그 위에 아무것도 없는 윤곽이 생겼다. 사람의 모양이 아니었다. 의자와 의자 사이를 피해 만들어진 빈 틈의 모양. 누군가가 보기 싫어서 남긴 자리들의 합.
커튼 뒤에서 지훈의 목소리가 났다.
"보지 마."
진짜 지훈은 대답하지 않았다.
설아가 끈의 남은 끝을 잡아당겼다.
끈이 세 번째 줄에서 커튼 쪽으로 팽팽해졌다.
정미가 낮게 말했다.
"밀지 마요. 눈만."
보는 줄의 시선이 끈을 따라 천천히 이동했다.
빈 윤곽이 밀려났다.
무대 쪽으로.
커튼 뒤 검은 틈으로.
첫 줄의 지훈 인형이 벌떡 일어나려 했다.
그 순간 박상철이 눈을 감으려다 멈췄다.
그는 눈을 감지 않고 바닥을 노려봤다.
"개 같은 극장."
반복되지 않는 말.
지훈은 처음으로 그 말을 반가워할 뻔했다.
하지 않았다.
감정도 먹힌다.
그는 빈 윤곽만 보았다.
커튼 가장자리의 그림자가 손처럼 벌어졌다. 빈 윤곽이 그 안에 걸렸다. 끈이 팽팽해졌다가 끊어졌다.
설아의 손이 허공을 쥐었다.
소리는 없었다.
대신 객석 인형들의 머리가 동시에 정면으로 돌아갔다.
[진짜 관객 위치 고정]
[커튼 후방 이동 확인]
붉은 막이 멈췄다.
첫 줄 가운데 있던 지훈 인형은 아직 서 있었다. 그러나 얼굴이 달라졌다. 지훈의 얼굴이 아니라 빈 천 위에 대충 그린 눈과 입처럼 흐려졌다.
[신규 대상 반응 불일치]
[연기자 교대 판정 보류]
지훈의 무릎에서 힘이 빠졌다.
정미가 그를 붙잡으려 했다.
"보지 마십시오."
지훈이 먼저 말했다.
정미는 손을 멈췄다.
그 대신 그의 팔꿈치 옆 공기를 받치듯 손을 세웠다. 직접 붙잡지 않아도 쓰러지지 않게 할 만큼 가까웠다.
"안 봅니다."
그녀가 말했다.
도윤이 객석 쪽을 들었다.
"커튼 뒤에서 소리 나요."
모두가 굳었다.
딸깍이 아니었다.
박수 소리였다.
한 번.
두 번.
천천히.
사람이 치는 박수처럼.
[진짜 관객 후방 이동 완료]
[출구 검증 시작]
커튼 아래 검은 틈에서 빛이 새었다.
그 빛은 출구처럼 보였다.
그래서 지훈은 움직이지 않았다.
판도라가 출구처럼 보이는 것을 보여 줄 때는 대개 아직 문이 아니었다.
빛 앞에 그림자가 하나 있었다.
관객이 아니라 안내원처럼 서 있는 검은 형체.
그것이 박수를 멈췄다.
그리고 이번에는 지훈의 목소리도 박상철의 목소리도 아닌 낯선 목소리로 말했다.
"관객을 보냈으니 이제 배우를 고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