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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방을 탈출하는 법8화

죽음의 방을 탈출하는 법

죽음의 방을 탈출하는 법

8화: 열린 문과 보상 상점

[제한 시간: 10:06]

지후는 움직이지 않았다.

오른쪽 세 번째 거울 속에는 문이 있었다. 실제 오른쪽 세 번째 벽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대신 오른쪽 네 번째 유리판 안쪽에서 검은 손잡이 모양의 그림자가 늦게 떠오르고 있었다.

먼저 반사.

그 다음 진동.

그리고 아주 늦게, 실제 표면 안쪽에 패인 선.

지후는 엄지를 굽히려 했다.

검지가 먼저 움찔했다.

설아가 그의 손목을 잡았다. 세게 당기지는 않았다. 다만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맞다.

이번에는 손으로 풀 문제가 아니다.

지후는 손전등을 두 번 깜빡였다.

정지.

생존자들이 낮게 멈췄다. 도서관에서 배운 침묵은 아직 몸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거울의 방은 소리를 기다리지 않았다.

쿵.

바닥이 울렸다.

귀로 들리는 소리가 아니었다. 발바닥 뼈를 타고 올라오는 진동이었다.

한도윤이 움찔했다. 그는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발밑을 내려다본 뒤, 오른쪽 네 번째 거울 앞을 가리켰다.

한 번.

쿵.

도윤이 손가락 두 개를 접었다.

두 번째.

세 번째 진동이 오기 직전, 거울 속 문손잡이가 아주 조금 돌아갔다.

[절대 관찰]
[오차 조정 전조: 저주파 진동 3회]
[반사 좌표 이동 예상]
[현재 출구 후보: 우측 4번 거울]

전조.

무작위가 아니다.

설아가 검은 유리 바닥에 손가락을 댔다. 먼지는 거의 없었지만 손끝의 습기가 짧은 선을 남겼다.

하나.

둘.

셋.

왼쪽으로 한 칸.

그녀는 아직 얼굴이 창백했다. 조금 전까지 거울 뒤에 끌려 들어갔던 사람의 얼굴이었다. 그런데도 손가락은 떨리는 방향이 아니라 진동의 박자를 세고 있었다.

지후는 손전등을 세 번 깜빡이지 않았다.

아직 이동이 아니다.

문은 보이는 순간 열리지 않는다. 반사 속 손잡이가 먼저 돌고, 실제 표면이 늦게 따라온다. 그 늦음만큼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더 기다리면 오차 조정이 다시 온다.

정민이 앞줄을 낮게 정리했다.

말은 없었다. 손바닥을 펴고, 사람들의 어깨를 직접 밀지 않고, 무게가 한 구역에 몰리지 않게 간격만 벌렸다.

상철은 그 틈을 보고 있었다.

그는 자기 앞에 선 여자의 등 뒤로 어깨를 밀착했다. 직접 밀지는 않았다. 여자가 불안해서 먼저 발을 내딛게 만들려는 거리였다.

공중에 문자가 작게 번졌다.

[보류 기록 반응]
[유사 선택 감지]

상철의 얼굴이 굳었다.

정민의 손이 그의 목 아래 쇄골 옆에 멈췄다. 누르지 않았다. 숨이 막힐 만큼 가까운 곳에 세웠을 뿐이다.

움직이면 보인다.

상철은 멈췄다.

세 번째 진동이 왔다.

쿵.

거울들이 느리게 밀렸다.

실제로 유리판이 이동한 것은 아니었다. 반사 속 사람들의 위치가 한 칸 미끄러졌다. 오른쪽 세 번째 문은 오른쪽 두 번째로 옮겨 갔다.

실제 오른쪽 네 번째 표면에는 손잡이 그림자가 더 진해졌다.

지후는 손전등을 세 번 깜빡였다.

이동.

하지만 먼저 움직인 것은 지후가 아니었다.

설아가 한 걸음 나갔다.

정민이 바로 옆에 붙었다. 지후는 뒤에서 손전등 빛만 낮게 깔았다. 그의 빛이 설아의 발앞에 얇은 선을 만들었다.

설아가 그 선을 밟지 않고 지나갔다.

첫 걸음.

두 번째.

검은 바닥 아래 은색 선이 희미하게 켜졌다가 꺼졌다.

방이 하중을 재고 있다.

지후는 손가락을 억지로 쥐지 않았다. 눈으로만 세었다.

반사 속 손잡이가 다시 돌아간다.

하나.

바닥 진동.

둘.

실제 표면에 틈.

지금.

설아가 손전등 끈의 남은 끝을 손잡이 그림자 쪽으로 걸었다. 손잡이는 아직 완전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림자가 있는 부분만 유리 표면과 깊이가 달랐다.

끈이 걸렸다.

안쪽에서 검은 집게가 다시 나왔다.

이번에는 설아가 아니라 문 앞의 빈 공간을 움켜쥐었다. 방은 누군가 먼저 손을 넣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후는 손전등을 한 번 깜빡였다.

앉기.

앞줄이 낮아졌다.

검은 집게가 허공을 지나갔다.

도윤이 몸을 움츠렸다. 그리고 멈췄다. 그는 자기 뒤 사람들에게 가려지지 않는 위치로 반 발 나왔다.

말 대신 바닥을 가리켰다.

진동이 오는 지점.

그곳은 문 앞이 아니었다. 문보다 반 걸음 오른쪽이었다.

지후는 이해했다.

문은 거기에 없다.

열리는 축이 거기 있다.

[절대 관찰]
[출구 개방 축 확인]
[반사 손잡이와 실제 힌지 불일치]
[개방 가능 시간: 1.2초]

1.2초.

마흔다섯 명이 통과하기에는 말도 안 되는 시간이다.

하지만 문 전체가 열리는 시간이 아니다.

첫 한 사람이 틈을 넓힌다. 다음 사람이 잡는다. 그 다음 사람이 하중을 나눈다.

지후는 정민을 보았다.

정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힘이 필요하다.

설아가 끈을 당겼다.

반사 속 손잡이가 완전히 돌아갔다.

쿵.

첫 번째 진동.

정민이 오른쪽으로 반 걸음 이동했다.

쿵.

두 번째 진동.

유리 표면에 검은 선이 열렸다.

정민이 손을 넣었다.

검은 집게가 바로 내려왔다.

지후는 손전등을 두 번 깜빡였다.

정지.

정민은 손을 더 넣지 않았다. 손목만 걸었다. 집게는 그녀의 손이 있어야 할 위치를 지나쳐 빈 공간을 물었다. 반사가 늦었기 때문에, 장치도 늦은 정보를 따라잡고 있었다.

정민이 어깨를 돌렸다.

문이 벌어졌다.

차가운 흰 빛이 틈에서 새어 나왔다.

[출구 접근 감지]
[반사 포획 재시도]

거울 속 검은 손들이 늘어났다.

하나가 아니었다. 여러 장의 유리판 안에서 손이 내려왔다. 실제 위치는 다 달랐다. 반사만 보면 사방에서 덮쳐 오는 것 같았다.

생존자들 사이에 공포가 번졌다.

상철이 다시 움직였다.

이번에는 정말 앞사람의 어깨를 밀었다.

밀린 남자가 비틀거렸다.

[보류 기록 반응]
[반복 선택 확정 대기]

정민이 상철의 손목을 잡았다. 이번에는 조용한 제지가 아니었다. 관절이 꺾이는 각도까지 갔다.

상철의 입이 벌어졌다.

지후는 손전등을 그의 얼굴에 비췄다.

상철은 소리 내지 못했다. 도서관이 끝났어도, 그 공포는 아직 목을 막고 있었다.

도윤이 밀린 남자를 붙잡았다.

그는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래도 놓지 않았다.

지후는 손전등을 세 번 깜빡였다.

이동.

정민이 문을 버텼다. 설아가 끈을 당겨 손잡이 그림자의 박자를 맞췄다. 도윤이 진동 위치를 손짓으로 알렸다. 지후는 통과 순서를 손가락 대신 빛으로 나눴다.

다섯 명.

열 명.

문은 닫히려 했다.

정민의 팔이 떨렸다.

설아가 이를 악물고 끈을 한 번 더 당겼다. 유리판 안쪽에서 검은 집게가 튕기듯 지나갔다.

스무 명.

서른 명.

지후는 마지막으로 상철을 보았다.

상철은 사람들 틈에서 빠져나갈 기회를 보고 있었다.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얼굴이 아니었다. 남이 문을 잡아 주는 동안 먼저 사라지려는 얼굴이었다.

지후는 손전등을 한 번 깜빡였다.

앉기.

상철 앞의 사람들이 낮아졌다. 상철만 서 있는 꼴이 됐다.

거울 속 손 하나가 그의 반사 어깨 위로 내려왔다.

상철의 얼굴이 잿빛이 됐다.

그제야 그는 무릎을 굽혔다.

지후는 그를 구하려 한 것이 아니다.

줄을 지키게 만든 것이다.

마지막 생존자가 틈을 넘었다.

지후는 가장 뒤에 남았다. 손전등 빛이 흔들렸다. 엄지를 눌렀는데 빛은 한 박자 늦게 꺼졌다.

설아가 다시 돌아오려 했다.

지후는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는 그가 움직였다.

한 걸음.

바닥 진동.

두 걸음.

거울 속 손이 목 뒤로 내려왔다.

세 걸음.

정민이 틈 안쪽에서 팔을 뻗었다.

지후는 그 손을 잡으려 했다.

정확히 잡지 못했다. 손가락이 미끄러졌다.

정민이 그의 손목을 잡아챘다.

문이 닫혔다.

틱.

검은 유리의 방이 뒤에서 사라졌다.

[제2라운드: 거울의 방을 통과했습니다.]
[생존자 수: 45 / 100]
[중간 보상 상점을 개방합니다.]

흰 방이었다.

아무 장식도 없었다. 벽도 바닥도 천장도 희었다. 그래서 더 비현실적이었다. 거울의 검은 반사에 익숙해진 눈이 흰빛을 받아들이지 못해 몇 사람이 눈을 감았다.

공중에 반투명한 목록이 펼쳐졌다.

[보유 포인트: 100]
[상점 이용 가능 시간: 05:00]

[개인 강화]
[공용 도구]
[의료/회복]

포인트의 사용처.

상철의 눈이 가장 먼저 변했다.

그는 목록을 보자마자 손을 뻗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에게 가까이 가지 않았다. 문 앞에서 그가 한 짓을 모두 보았다.

지후 앞에는 다른 목록이 떠올랐다.

[추천 강화]
[멀티 태스킹 보조 연산 Lv.1 - 80P]
[효과: 감각 지연 상태에서 관찰 정보와 신체 지시를 분리 처리]
[주의: 특성 과부하를 치료하지는 않음]

지후는 자기 손을 보았다.

엄지를 굽히려 했다.

이번에도 검지가 먼저 움직였다.

필요하다.

그 사실만은 부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공용 도구 목록도 열려 있었다.

[저소음 웨지 3개 - 30P]
[표시용 분필 세트 - 20P]
[응급 봉합 키트 - 40P]
[소형 거울막 - 50P]

설아의 손등에는 유리 모서리에 긁힌 상처가 있었다.

정민의 팔은 문을 버티느라 떨리고 있었다.

도윤은 아직 밀린 남자의 옷깃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지후 혼자 강해지는 것으로는 다음 방을 못 넘는다.

하지만 지후가 무너지면, 다음 방의 첫 규칙을 읽을 사람이 없다.

공중의 시간이 줄었다.

[상점 이용 가능 시간: 04:32]

그리고 흰 벽 너머에서 아주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딸깍.

나무 관절이 맞물리는 소리.

새 문자가 떠올랐다.

[다음 라운드 예고]
[제3라운드: 공포의 인형극]

지후는 목록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강화인가.

도구인가.

이번 선택은 방 안에서가 아니라, 방에 들어가기 전에 사람을 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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