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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방을 탈출하는 법13화

죽음의 방을 탈출하는 법

죽음의 방을 탈출하는 법

13화: 먼저 쉬는 자

문이 닫히자 박수도 멀어졌다.

빛 뒤의 복도는 짧았다. 끝에는 흰 방이 있었다. 벽과 바닥에는 이음새가 없었고 피 냄새도 먼지도 없었다. 방 한가운데에는 물통과 압축 붕대 상자가 놓여 있었다.

양쪽 벽을 따라 캡슐 다섯 개가 줄지어 있었다.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 만한 투명한 관이었다. 안쪽에는 얇은 물이 고여 있었고 머리맡에는 검은 관 하나가 벽 속으로 이어져 있었다.

[회복 대기실]
[제한 시간: 10:00]
[회복 순서는 참가자 합의로 결정됩니다.]

물을 본 사람들이 먼저 숨을 내쉬었다.

그 숨이 길어지기 전에 박상철이 앞으로 나왔다.

"다친 사람부터 넣자."

그의 눈은 지훈의 손목에 머물렀다. 지훈은 손을 감싸지 않았다. 손가락 끝 감각이 둔해진 것은 아직 숨길 수 있었지만 손목을 돌릴 때마다 열이 팔꿈치까지 번졌다.

"지훈이 먼저 쉬어야 다음 방도 간다."

말은 걱정처럼 들렸다.

하지만 상철의 시선은 캡슐 뚜껑이 닫힌 뒤의 빈자리까지 훑고 있었다. 지훈이 안에 들어가면 누가 남은 사람들을 정리할지. 그 질문을 남에게 떠넘길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지훈은 대답하지 않았다.

캡슐 앞 바닥을 보았다. 흰 바닥에는 손바닥만 한 검은 홈이 마흔다섯 개 있었다. 생존자 수만큼이었다. 홈들은 다섯 개의 캡슐을 반원으로 감싸고 있었다.

홈 하나마다 아주 가는 선이 벽 쪽으로 뻗어 있었다.

설아가 물통을 내려놓으려다 멈췄다.

"잠깐만요."

그녀는 뚜껑에 맺힌 물을 손끝으로 받아 바닥에 한 방울 떨어뜨렸다. 물방울은 평평한 바닥 위에서 퍼지지 않았다. 검은 홈 쪽으로 가늘게 흔들렸다.

"여기 계속 떨려요."

정미가 사람들 앞을 가로막았다.

"캡슐 앞에 몰리지 마요. 벽 쪽으로 두 걸음씩 물러나세요."

몇 사람이 움직였다. 그때 공중 문자가 바뀌었다.

[먼저 쉬는 자는 뒤에 남은 자들의 동의를 받으십시오.]
[동의는 동일한 판단을 반복하지 않습니다.]

방 안의 공기가 조용해졌다.

누군가가 낮게 물었다.

"그럼 누가 정해요?"

질문 뒤에 시선이 모였다.

지훈에게.

검은 홈 가장자리에 붉은 빛이 얇게 들어왔다.

[대상 의존 반응 감지]

지훈은 그 빛을 보았다.

실제로 본 것.

홈은 아무도 밟지 않았는데 반응했다. 사람들의 발은 멀리 떨어져 있다. 빛은 지훈을 향한 시선과 동시에 켜졌다.

추론한 것.

이 방은 손바닥 수만 세는 게 아니다. 누가 판단을 빌려 오고 있는지도 본다.

위험으로 반응한 것.

지훈이 한 이름을 말하면 마흔다섯 개의 손이 같은 대답을 누르게 된다.

"제 이름부터 부르지 마십시오."

지훈이 낮게 말했다.

사람들이 더 굳었다.

"한 사람씩 말하세요. 누가 먼저인지 말하기 전에 근거부터요. 지금 본 것만."

상철이 입술을 비틀었다.

"말장난할 시간 없어. 손 다쳤잖아."

"제 부상은 제가 말합니다."

지훈의 목소리는 변하지 않았다.

"손목 통증은 있지만 걸을 수 있습니다. 손전등도 들 수 있습니다. 지금 제가 먼저 들어가야 한다는 근거는 아닙니다."

상철이 대꾸하지 못했다.

그가 지훈의 부상을 말한 이유는 지훈을 쉬게 하려는 데만 있지 않았다. 다음 판단을 다시 자신 쪽으로 끌어오려는 데 있었다.

정미가 빈 물통 하나를 들었다.

"다친 사람은 이쪽.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저쪽. 우선순위 말고 상태부터 정리해요."

그녀는 지훈에게 허락을 구하지 않았다.

그 작은 차이를 지훈은 놓치지 않았다.

설아는 검은 홈 앞에 쪼그려 앉았다. 운동화 끈은 손에 감긴 채였다. 그녀가 끈 끝을 첫 번째 홈 위에 가까이 가져가자 끈이 아주 조금 들렸다.

"같은 쪽에서 말하면 더 흔들려요."

"무슨 뜻입니까."

설아가 고개를 들지 않고 대답했다.

"방금 상철 씨가 지훈 오빠 먼저라고 했을 때요. 지훈 오빠 쪽을 본 사람들 발밑 홈이 같이 울렸어요. 지금은 정미 언니가 상태부터 보자고 하니까 다른 홈이 따로 움직여요."

지훈은 바닥의 물방울을 봤다.

작은 물결이 한 방향으로 모였다가 정미의 말 뒤에는 갈라졌다. 진동의 크기보다 시작점이 달랐다.

"동의가 아니라 독립된 판단을 요구합니다."

지훈이 말했다.

"같은 이유로 같은 이름을 고르면 합의가 아닙니다. 누군가의 판단을 기다렸다고 기록될 겁니다."

공중의 붉은 글자가 한 번 깜빡였다.

[동의 대기]

도윤이 벽에 기대어 있던 몸을 바로 세우려다 실패했다. 숨이 짧게 끊겼다. 입술이 마르고 손은 멈추지 않고 떨렸다.

설아가 그쪽을 봤다.

"도윤 씨요."

도윤이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저는 괜찮아요."

"괜찮지 않아요."

설아의 말은 작았지만 분명했다.

"아까부터 물도 못 마셨고 숨 쉴 때마다 어깨가 먼저 올라가요. 소리 듣는 것도 힘들어 보여요."

도윤은 자기 어깨를 보지 못한 듯 멈췄다.

"제가 먼저 들어가면 또 제가 산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 말 뒤에는 도서관의 기록이 남아 있었다. 작은 소리를 냈고 다른 사람의 더 큰 소란 뒤에 남았다는 기록. 보류라는 글자가 아직 목 안에 걸린 사람의 목소리였다.

"그건 지금의 근거가 아니에요."

설아가 말했다.

"지금 도윤 씨는 듣는 걸 못 해요. 그게 보여요."

정미가 다친 사람들 쪽을 둘러봤다. 발목을 절뚝이는 남자와 옆구리를 누르는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세 사람을 가리켰다.

"도윤은 소리 위치를 듣는 역할을 해요. 다음 방에서 그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회복 이유가 됩니다."

"내가 안에 들어가면 뭘 듣는지 어떻게 알아요."

도윤이 물었다.

그는 두려워하면서도 캡슐 쪽으로 다가갔다. 귀를 투명한 관에 가까이 댔다.

잠시 후 그의 얼굴이 굳었다.

"안쪽에서도 환풍기 소리가 들려요."

"그게 뭐가 중요해요?"

누군가 물었다.

도윤은 고개를 기울였다.

"환풍기보다 아래에서 다른 소리가 나요. 벽 뒤 박수처럼. 가까워졌다가 멀어져요."

지훈의 시선이 검은 관으로 향했다.

캡슐은 사람을 잠재우는 관처럼 보였다. 그러나 귀를 막지는 않았다. 회복 중인 사람도 방이 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첫 번째 사람은 쉬면서도 바깥의 단서가 될 수 있었다.

그 결론을 지훈이 먼저 말하지 않았다.

도윤이 자기 입술을 적셨다.

"제가 들어가도 들을 수 있으면요. 나와서 알려 줄 수 있어요."

"그건 네가 선택한 근거예요?"

정미가 물었다.

도윤은 눈을 감지 않았다. 바닥의 검은 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겁나도 듣는 건 할 수 있어요. 지금은 못 하지만."

상철이 코웃음을 쳤다.

"귀 하나 살리자고 먼저 넣자고? 손 다친 사람도 있고 다리 절뚝이는 사람도 있는데."

정미가 바로 받아쳤다.

"그럼 당신 근거를 말해요. 남의 근거를 깎지 말고."

상철의 눈이 정미에게 향했다. 그는 지훈 쪽을 보려다 멈췄다.

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상철이 한 번 침을 삼켰다.

"다음 방에서 소리를 먼저 잡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가 말했다.

"저 사람은 그걸 한다. 지훈은 지금도 걸을 수 있고. 그러니까 귀가 먼저다."

그 말은 설아의 말과 닿아 있었다.

하지만 시작점은 달랐다. 상철은 지훈을 판단에서 잠시 떼어 놓으려 했다. 그 계산 끝에 도윤의 역할을 인정했다. 깨끗한 동기는 아니었다. 그래도 지훈의 결론을 베낀 말도 아니었다.

설아가 자기 앞의 홈에 손바닥을 올렸다.

"저도 쉬고 싶어요."

누군가가 그녀를 봤다.

설아는 손을 떼지 않았다.

"다리가 아프고 자꾸 겁나요. 그래도 끈은 들 수 있어요. 지금은 도윤 씨가 먼저여야 해요."

검은 홈이 희미하게 빛났다.

정미도 다른 홈 앞에 섰다.

"도윤. 청각 역할 회복. 내 근거는 그겁니다."

상철은 한참 서 있었다. 그러다 가장 먼 홈으로 걸어가 손을 올렸다.

"귀가 먼저다."

그는 지훈을 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차례로 근거를 냈다. 옆구리를 다친 여자는 자기가 먼저여야 할 이유를 말했다. 그래도 도윤이 회복한 뒤 다음 경계를 맡겠다고 덧붙였다. 물을 들이킨 남자는 도윤의 떨리는 손을 봤다고 했다. 이름을 말하는 사람보다 상태와 역할을 말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마흔다섯 개의 홈 가운데 열일곱 개가 빛났다.

그 빛은 한꺼번에 켜지지 않았다.

각각 다른 순간에 켜져서 마지막에는 같은 흰색이 되었다.

[독립 근거 확인]
[첫 번째 회복 대상: 서도윤]
[합의 편향도: 안정]

방 안의 사람들 어깨가 아주 조금 내려갔다.

지훈은 그 안도도 오래 두지 않았다. 안도는 곧 다음 대답을 기다리는 표정으로 바뀐다.

"순서표를 만드십시오."

그가 말했다.

"이름만 쓰지 말고 각자 남길 역할도 같이 적으세요. 회복하는 사람은 빠지고 남은 사람은 그 자리를 메워야 합니다."

정미가 물통 상자를 뒤집어 평평한 면을 만들었다. 설아는 젖은 손가락으로 그 위에 선을 그었다. 도윤 다음 칸은 아직 비어 있었다.

도윤이 첫 번째 캡슐 앞에 섰다.

"안에서 들리면 세 번 두드릴게요."

"무슨 뜻인지 정해 두세요."

지훈이 말했다.

"세 번은 벽 뒤 소리. 두 번은 기계 소리. 한 번은 사람 목소리요."

도윤은 잠시 생각했다.

"네. 세 번은 벽 뒤 소리."

그는 투명한 관 안에 누웠다. 뚜껑이 천천히 닫혔다. 물이 발목부터 차올랐지만 그의 입과 코 주변에는 얇은 공기막이 남았다.

도윤의 손이 안쪽 유리에 닿았다.

정미는 사람들을 뒤로 물렸다.

"가까이 보지 마요. 순서표 봐요."

이번에는 지훈이 말하기 전에 그녀가 움직였다.

캡슐 안의 물이 옅은 푸른빛으로 변했다.

[회복 진행]
[회복 우선도 기록 시작]

마지막 문장이 지훈의 눈에 걸렸다.

회복 순서는 단순히 줄을 세우는 일이 아니었다. 누가 지쳐 있고 누가 남아서 버티며 누가 누구의 근거를 빌렸는지. 판도라는 그 순서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리고 곧 다음 문자가 떠올랐다.

[다음 회복 우선 대상: 강지훈]
[사유: 누적 기믹 부담 및 판단 역할 과부하]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지훈에게 돌아왔다.

그 순간 검은 홈 가장자리에 붉은 빛이 번졌다.

지훈은 손바닥을 들었다.

"보지 마십시오."

정미가 바로 받았다.

"다음 근거부터. 대상 말하지 마요."

설아는 이미 상자 위 순서표의 빈칸을 보고 있었다. 그녀의 끈 끝이 손가락 사이에서 가만히 흔들렸다.

지훈은 자기 손목의 열을 느꼈다.

이번에는 그가 먼저 쉬어야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캡슐 안에 들어간 뒤에도 사람들이 자기 근거를 말할 수 있어야 했다.

그때 캡슐 안에서 둔한 소리가 울렸다.

톡.

톡.

톡.

회복이 시작된 지 몇 초도 지나지 않았다.

도윤이 벽 뒤의 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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