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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의 등선자(登仙者)4화

출근길의 등선자(登仙者)

출근길의 등선자(登仙者)

4화: 첫 번째 순환

새벽 종이 두 번째 울릴 때까지 한리는 밭둑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손바닥은 진흙으로 굳어 있었고 아랫배에는 가는 불씨 하나가 걸린 듯했다. 숨을 급히 들이쉬면 불씨가 꺼질 것 같았다. 천천히 내쉬면 안쪽에서 미약한 열이 한 번씩 고개를 들었다.

`경락 Sync: 복구 시작`

`연기기 1성 진입 조건: 안정 순환 1회`

`권장 환경: 외부 영기 흐름 안정`

안정 순환.

말은 간단했다. 그러나 한리의 몸은 그 간단한 일을 삼 년 동안 하지 못했다. 풀린 하단전에서 기운을 끌어 올렸다가 다시 막히면 방금 겨우 이어 붙인 길이 무너질 수도 있었다.

밭 아래 수로에서는 맑은 물이 세 갈래로 갈라져 흘렀다. 물은 돌에 부딪힐 때마다 방향을 잃지 않았다. 한리는 그 흐름을 바라보며 숨을 맞췄다.

들이쉰다.

첫 물길이 돌틈을 지난다.

내쉰다.

두 번째 물길이 얕은 고랑을 적신다.

다시 들이쉰다.

아랫배의 열이 실오라기처럼 움직였다. 배꼽 아래에서 시작한 기운은 옆구리로 번지지 못하고 멈췄다. 한리는 이를 악물고 힘을 주려다 손을 폈다.

억지로 밀면 안 된다.

막힌 업무를 처리한다고 사람을 더 넣으면 오히려 결재선만 엉킨다. 지금 필요한 것은 힘이 아니라 순서였다.

그는 숨을 한 번 더 길게 뱉었다.

`기운 흐름: 0.3회`

`압력 편차: 18%`

`경고: 외부 충격 시 순환 중단 가능`

뒤에서 마른 기침 소리가 났다.

한리는 눈을 뜨지 않았다. 발걸음은 둘이었다. 한 사람은 무겁고 일정했다. 다른 한 사람은 흙을 밟는 소리부터 날이 서 있었다.

"아직도 여기 있느냐."

마삼의 목소리였다.

"검수는 해가 더 올라온 뒤라고 들었습니다."

"네 밭이 갑자기 귀해졌으니 내가 먼저 살펴야지. 밤새 물길을 만졌다고 했지? 그 물이 다른 밭으로 새면 네가 책임질 거다."

한리는 고개를 들었다. 마삼의 발목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검은 흙이 묻어 있었다. 저장고 바닥의 흙과 같은 색이었다.

로그가 조용히 열렸다.

`Entity: 마삼`

`손등 잔류물: 응혈초 폐재 62%`

`행동 예측: 수로 상류 접근`

응혈초.

피를 엉기게 하는 하급 약재였다. 영약 밭에 들어가면 뿌리의 영기 길을 막는다고 잡역들 사이에서도 알려진 물건이었다. 저장고의 탁류보다 더 노골적인 흔적이었다.

마삼은 한리가 로그를 읽는 동안 수로 상류의 납작한 돌을 발끝으로 밀었다. 돌 밑에서 검붉은 찌꺼기 몇 조각이 고랑으로 떨어졌다.

한리는 바로 달려들지 않았다.

"조 집사님이 오시면 말씀드리겠습니다."

마삼이 웃었다.

"무슨 말을? 네가 밤에 저장고를 헤집은 말? 아니면 네가 밭을 망친 말?"

바로 그때 밭 입구에서 회색 도포가 보였다. 조 집사가 장부를 든 채 천천히 걸어왔다. 잡역들도 그 뒤를 따라왔다. 아침 검수가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마삼은 손을 털었다. 검붉은 가루가 물 위에 가볍게 퍼졌다.

한리는 물길을 보았다. 막으려면 손으로 흙을 퍼야 한다. 그러면 물은 옆 밭으로 넘치고 마삼은 한리가 망쳤다고 말할 것이다.

대신 한리는 세 번째 수로의 돌마개를 반쯤 뽑았다.

물이 방향을 틀었다.

검붉은 찌꺼기는 청심초 쪽이 아니라 검수 때 쓰는 빈 항아리 쪽 고랑으로 흘러갔다. 항아리 앞에는 조 집사가 서 있었다.

"한리. 네가 수로를 왜 또 건드리느냐."

마삼이 먼저 소리쳤다.

한리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물이 탁해졌습니다. 밭으로 들어가기 전에 받아 보겠습니다."

"탁하긴 뭐가 탁해. 네가 흙을 헤집어서 그렇지."

조 집사가 항아리를 내려다보았다. 맑던 물 위로 검붉은 덩어리가 떠올랐다. 매캐한 약 냄새가 퍼졌다.

"응혈초 냄새로군."

잡역들 사이에서 낮은 웅성거림이 번졌다.

마삼의 얼굴이 굳었다.

"한리가 밤에 저장고를 드나들었습니다. 저놈이 넣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네 손에 왜 같은 가루가 묻었지?"

조 집사의 질문은 낮았지만 밭 전체를 조용하게 만들었다.

마삼은 손을 뒤로 감췄다.

한리는 그 모습을 보며 숨을 내쉬었다. 마음이 흔들리자 아랫배의 열도 흔들렸다.

`기운 흐름: 0.5회`

`압력 편차: 26%`

`경고: 순환 안정화 실패 위험`

아직 반도 못 갔다.

마삼은 조 집사에게 시선을 빼앗긴 틈에도 한리를 노려봤다. 눈빛에는 두려움보다 분노가 컸다. 그는 갑자기 회초리를 움켜쥐었다.

"폐물이 수로를 건드려 밭을 망쳤습니다. 제가 지금 당장 버릇을 고치겠습니다."

"그만둬라."

조 집사의 말이 떨어졌지만 마삼은 한 발 앞섰다. 회초리가 낮게 휘어졌다.

`공격 방향: 오른쪽 어깨 → 좌측 옆구리`

`회피 권장: 반 보 후퇴, 왼발 회전`

한리는 발을 움직였다.

하지만 몸이 전처럼 가볍게 빠지지 않았다. 순환 중인 기운이 하단전에 걸려 있어 허리를 비트는 순간 숨이 흐트러졌다. 회초리 끝이 어깨를 스치며 옷을 찢었다.

따끔한 통증이 번졌다.

"멈춰!"

조 집사가 호통쳤다.

마삼은 멈칫했으나 회초리를 놓지 않았다. 잡역들은 아무도 앞으로 나오지 못했다. 한리는 그들을 탓하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먼저 나서는 자가 다음 표적이 된다.

그는 찢어진 옷자락을 눌렀다. 피가 배어 나왔지만 아랫배의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수로의 물이 돌을 넘었다.

첫 갈래.

둘째 갈래.

셋째 갈래.

한리는 눈을 감았다. 물은 한 번도 한꺼번에 흐르지 않았다. 좁은 길을 하나씩 지나고 서로의 압력을 받아 냈다.

그는 들이쉬는 숨을 첫 갈래에 얹었다. 내쉬는 숨을 둘째 갈래에 얹었다. 남은 숨을 셋째 갈래에 얹었다.

아랫배의 열이 처음으로 옆구리까지 닿았다.

`기운 흐름: 0.78회`

`압력 편차: 11%`

마삼이 다시 움직였다.

"눈을 감고 죽을 셈이냐."

회초리가 내려왔다.

이번에는 바람이 먼저 느껴졌다.

한리는 눈을 뜨지 않은 채 상체를 반 치 옆으로 기울였다. 회초리는 어깨를 비껴 땅을 때렸다. 흙이 튀며 수로의 마지막 돌마개가 더 깊이 끼었다.

물이 막혔다.

검붉은 찌꺼기가 다시 청심초 쪽으로 밀려왔다.

한리의 가슴이 조여 들었다. 기운은 거의 한 바퀴를 돌았다. 지금 멈추면 다시 처음부터다. 억지로 밀면 경락이 버티지 못한다.

그는 손을 들었다.

손끝으로 흐릿한 열이 모였다. 불꽃도 검기도 아니었다. 손가락 사이를 지나가는 따뜻한 숨 한 줄기에 가까웠다.

`경락 Sync: 94%`

`가용 영기: 미세`

`권장 대상: 돌마개 하단 균열`

한리는 돌마개 아래의 가는 금을 보았다.

힘으로 부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는 손끝의 열을 균열에 대고 한 번 밀었다. 물길이 밀어 주는 방향과 같은 쪽이었다.

딱.

돌이 반 치 밀렸다.

막혔던 물이 한꺼번에 터지지 않았다. 세 갈래 고랑이 순서대로 물을 받아 냈다. 검붉은 찌꺼기는 다시 항아리 쪽으로 흘러들었다.

그 순간 아랫배의 불씨가 길게 이어졌다.

배꼽 아래에서 시작한 열은 허리를 지나 등으로 올랐다가 가슴 앞을 돌아 내려왔다. 끊기지 않았다. 아프지도 않았다. 자신의 몸 안에 처음으로 고른 길 하나가 생긴 느낌이었다.

`안정 순환: 1회 완료`

`경락 Sync: 안정화`

`경지 갱신: 연기기 1성`

한리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마삼의 회초리가 공중에서 멎었다.

조 집사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는 한리 주변을 훑었다. 아침 안개 사이로 너무도 얇은 기운이 흘렀다. 잡역들이 느끼기에는 약했지만 수련을 오래한 집사의 눈은 속지 않았다.

"연기기 일성."

누군가가 숨을 삼켰다.

마삼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런 폐물이 며칠 사이에 어떻게... 물안개가 그렇게 보인 것뿐입니다."

"네가 그 폐물의 회초리를 두 번이나 빗맞혔구나."

조 집사가 마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금지된 응혈초 폐재를 저장고와 수로에서 발견했다. 장부를 보기 전까지 네 조장 패를 거둔다."

"집사님!"

"말은 장부 앞에서 해라."

마삼의 손에서 회초리가 떨어졌다.

조 집사는 잡역 하나에게 항아리를 들게 했다. 또 다른 잡역에게는 마삼의 손을 씻게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한리는 말없이 그 광경을 보았다. 마삼의 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제는 한리 혼자 맞아야 할 문제가 아니었다.

조 집사는 한리에게 다가왔다.

"손을 내밀어라."

한리는 손바닥을 폈다.

집사의 두 손가락이 손목 위를 짚었다. 차가운 기운이 잠깐 경맥을 훑고 지나갔다. 한리는 본능적으로 움츠러들 뻔했으나 숨을 고르게 유지했다.

"겨우 첫 순환이지만 억지로 끌어 올린 기운은 아니군."

진맥이 끝난 뒤에야 한리의 무릎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 온몸의 힘을 쥐어짜고 남은 것은 가느다란 기운 한 줄뿐이었다. 조 집사는 그 떨림을 보고도 손을 놓지 않았다.

"이 정도로 몸을 상하게 하면서도 순환을 끊지 않았다는 뜻이다. 영로원에서는 그런 놈이 필요하다."

조 집사가 품에서 나무패 하나를 꺼냈다.

앞면에는 영로원 세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뒷면에는 작은 칸 세 개가 비어 있었다.

"삼 일 뒤 승격 경합 예비 시험이 있다. 영로원에서 한 명을 올릴 수 있다. 네 이름을 후보로 적겠다."

잡역들의 시선이 다시 한리에게 쏠렸다. 이번에는 웃음이 없었다.

한리는 나무패를 받았다. 가볍지만 손바닥에 묵직하게 닿았다.

"왜 저입니까?"

"청심초를 살린 손이 있고 기를 한 번 돌린 몸이 있다. 둘 다 시험할 만하다."

조 집사는 잠시 멈췄다.

"하지만 후보패는 밥을 주지 않는다. 경합장에 서려면 오늘부터 네 몫의 일을 더 해야 한다."

현실에서도 기회를 준다는 말 뒤에는 늘 일이 따라붙었다. 한리는 그 사실이 이상하게 반가웠다. 적어도 이번에는 조건이 보였다.

"하겠습니다."

조 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맹수원에서도 후보를 낸다. 왕력이라는 놈이다. 너보다 먼저 기를 돌린 지 오래됐지. 나무패 하나 받았다고 네 자리가 생긴 것은 아니다."

조 집사가 떠난 뒤 한리는 패의 뒷면을 뒤집었다.

푸른 로그가 패 위로 겹쳐졌다.

`승격 경합 후보 등록: 한리`

`예비 대진 데이터: 일부 수신`

`상대 후보: 왕력`

`물리 출력: 측정 불가`

`주의: 압도적 질량 반응 감지`

한리는 나무패를 쥐었다.

몸 안의 기운은 아직 가늘었다. 그래도 한 바퀴를 돌고 있었다.

그는 밭 너머로 이어진 맹수원 쪽 산길을 바라봤다.

이번에는 물길이 아니라 사람을 읽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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