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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없이 세계 최강 네크로맨서6화

시체 없이 세계 최강 네크로맨서

시체 없이 세계 최강 네크로맨서

6화: 연금학과의 천재

평가장의 냄새는 승부가 끝난 뒤에 더 선명해졌다.

시체 기사의 조각은 은빛 절단선만 깨끗했다. 나머지는 여전히 썩은 고기와 녹슨 갑옷과 끊어진 검은 은실이었다. 조교들은 방지석 안쪽으로 들어오지 못한 채 서로 얼굴만 보았다.

카엘은 손수건을 한 번 접었다.

"정리 순서가 틀렸습니다."

모르가트 교수가 명부에서 눈을 들었다.

"무엇이 틀렸다는 거냐."

"오염물은 밀폐가 먼저입니다. 기록 장치는 그다음 회수해야지요."

카엘의 시선이 평가장 네 방향을 훑었다.

"그런데 수정판 하나가 없습니다."

조교들이 동시에 굳었다. 세 개의 수정판은 교수의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마지막 하나가 있어야 할 자리만 비어 있었다.

바르토스의 입꼬리가 느리게 올라갔다.

"네 방식이 별도 검증 대상이라더니 벌써 자료가 사라졌군. 참 깨끗한 연구다."

"형님께서 원 밖에서 은실을 넣으신 것보다는 깨끗합니다."

바르토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카엘은 더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레오노르의 장검 칼등을 살폈다. 세각 룬은 깨지지 않았다. 다만 전투 잔열이 가느다란 푸른 먼지처럼 획의 안쪽에 남아 있었다.

그 잔열은 수정판에 그림자로 찍혔을 것이다.

"훔쳐 간 자가 설계도를 얻지는 못합니다."

레오노르가 낮게 물었다.

"그럼 왜 찾지."

"그림자만 보고 뼈대를 맞히는 사람이 가끔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대개 귀찮습니다."

평가장 뒤편 계단 위에서 녹색 소매가 사라졌다.

카엘은 조각칼을 코트 안쪽에 넣었다. 레오노르는 장검을 내려 세운 채 그를 따랐다. 그녀의 발목 관절은 여전히 안정되어 있었지만 검푸른 빛은 조금 날카로워져 있었다.

"나를 해부하려는 자인가."

"그럴 생각이면 먼저 손부터 씻게 만들 겁니다."

"그 뒤에는."

"허락받는 법을 가르쳐야지요."

아카데미 지하 복도는 사환술 평가장과 연금학과 보조 실험실을 이어 주었다. 한쪽은 젖은 흙과 낡은 피 냄새가 남아 있었다. 다른 한쪽은 알코올과 가열된 유리와 말린 약초 냄새가 섞여 있었다.

카엘은 후자가 훨씬 낫다고 판단했다.

보조 실험실 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안쪽에서 수정판이 푸른 빛을 냈다. 그 앞에 선 학생은 녹색 교복 위에 흰 작업 앞치마를 걸치고 있었다. 갈색 머리는 급히 묶였고 둥근 안경 너머의 눈은 수정판에 박혀 있었다.

"세상에."

그녀가 거의 숨처럼 중얼거렸다.

"명령식이 아니야. 감각 번역식이야. 금속 관절을 몸으로 착각하게 만든 게 아니라 몸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감각 표본을 계속 공급하는 구조야."

카엘은 문턱을 두드렸다.

"분석은 정확한 편입니다. 반출 절차는 형편없군요."

학생이 몸을 돌렸다. 놀란 기색은 아주 짧았다. 그녀는 수정판을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두 손으로 들어 카엘이 보이게 했다.

"훔치려던 건 아니에요. 잔상이 붕괴 직전이었어요. 그대로 두면 사라질 값이라서 고정만 했어요."

"소유자에게 묻지 않은 채 가져간 물건은 대개 훔친 물건입니다."

"맞아요. 그래서 돌려주려고 했어요. 다만 사라지기 전에 잡아야 했어요."

그녀는 수정판을 작업대 위에 내려놓고 한 걸음 물러섰다.

"엘레나 베르니. 연금학과 2학년 수석이에요. 방금 전투를 봤어요. 정확히는 전투 중 칼등에 나타난 세각 룬의 마나 흐름을 봤다고 해야겠네요."

"카엘 로엔입니다. 이미 아실 것 같지만."

"알아요. 시체를 싫어하는 사환술학과 낙제 후보."

엘레나의 눈이 빛났다.

"그런데 방금 시체 사환술의 가장 큰 약점을 연금학으로 찢어 버린 사람."

카엘의 눈매가 아주 조금 낮아졌다.

"그 표현은 마음에 듭니다."

레오노르가 실험실 안으로 들어섰다. 금속 발끝이 깨끗한 타일 위를 울렸다. 엘레나는 그 소리에 곧장 고개를 돌렸지만 시선은 코어가 아니라 레오노르의 얼굴 높이에 멈췄다.

"레오노르 폰 바르크 경이시죠."

레오노르의 빈 눈구멍 안쪽에서 검푸른 빛이 흔들렸다.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지."

"평가장에서 들었어요. 그리고 방금 수정판 잔상은 검의 흐름만 남겼지 영혼의 내부를 보여 주지는 않았어요. 제가 아는 건 그 정도예요."

카엘은 그 대답을 듣고서야 작업대 앞으로 다가갔다.

수정판 위에는 은빛 장검이 지나갈 때 남은 푸른 선이 흔들리고 있었다. 선은 완전한 룬이 아니었다. 마나 흐름이 남긴 그림자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 그림자는 평범한 학생이 보기에는 너무 복잡했다.

"원본은 없어요."

엘레나가 말했다.

"원본을 요구하지도 않을 거예요. 대신 검증하게 해 주세요."

"무엇을 검증합니까."

"무생물 정착률을 높인 원인요. 사환술학과는 영혼이 붙었다는 결과를 보겠죠. 연금학과는 매개체가 어떻게 그 영혼을 견뎠는지 봐요. 당신의 룬은 영혼을 끌어당기지 않았어요. 압력 차이를 번역했어요."

카엘은 수정판 가장자리의 고정 장치를 보았다. 엘레나는 잔상을 억지로 늘리지 않았다. 붕괴를 늦추고 원래 흐름을 보존했을 뿐이었다.

"레오노르의 코어에는 접근 금지입니다."

"당연하죠."

엘레나는 즉시 대답했다.

"그분은 실험체가 아니라 계약 당사자잖아요."

그 말 뒤에 짧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레오노르의 손가락이 장검 손잡이 위에서 천천히 풀렸다. 경계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검끝이 엘레나를 향하지는 않았다.

카엘은 그 반응을 보고 결정했다.

"전투 후 회수한 검은 은실 조각이 있습니다. 그리고 장검 칼등의 비활성 보조 획 하나를 외부에서 관찰할 수 있습니다. 그 범위 안에서만 검증하십시오."

"충분해요."

엘레나는 기다렸다는 듯 유리 렌즈를 당겨 왔다.

렌즈는 평범한 확대경이 아니었다. 얇은 유리 사이에는 잘게 부순 푸른 결정 가루가 격자 모양으로 박혀 있었다. 마나 램프가 켜지자 결정들이 별자리처럼 차례로 빛났다.

"청휘석 렌즈입니다. 잔류 마나의 방향성을 분리해요. 비싸고 잘 깨지고 학과장님은 제가 혼자 만지는 걸 싫어하시죠."

"그런 물건을 왜 보조 실험실에 두었습니까."

"제가 수석이라서요."

엘레나는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카엘은 검은 은실 조각을 작은 유리 접시 위에 내려놓았다. 끊어진 은실은 아직도 잔류 명령을 품은 채 미세하게 뒤틀렸다. 접시 바닥의 방호 룬이 검은 파문을 붙잡았다.

레오노르의 장검이 아주 조금 낮아졌다.

"불쾌하군."

"동의합니다."

카엘이 말했다.

"그래서 빨리 끝내지요."

엘레나는 렌즈를 내리고 마나 램프의 밝기를 세 번 바꾸었다. 처음 빛에서는 검은 은실의 잔류파가 거칠게 드러났다. 그것은 방향을 묻지 않고 잡아당기는 갈고리 같았다.

두 번째 빛에서는 레오노르의 장검 칼등이 반응했다. 비활성 보조 획 안쪽에서 검푸른 선이 느리게 돌아 나왔다. 선은 곧게 뻗지 않았다. 손목의 회전과 팔꿈치의 균형과 검의 무게를 따라 얇은 고리를 만들었다.

세 번째 빛에서 두 파형이 완전히 갈라졌다.

검은 은실은 명령이었다.

카엘의 세각 룬은 감각이었다.

엘레나는 숨을 삼켰다.

"봤죠. 검은 은실은 끌어당겨요. 당신의 세각 룬은 밀지 않고 받아요. 그래서 과부하가 늦게 와요."

"늦게 온다는 말은 결국 온다는 뜻이군요."

"네. 전투 중 세 번째 충돌에서 손목 감각로가 살짝 뜨거워졌어요."

카엘은 바로 장검을 확인했다.

"위치는."

"칼등 안쪽 두 번째 곡선요. 청휘석 가루를 아주 얇게 섞으면 열이 빠질 거예요. 다만 순도가 낮으면 감각이 둔해져요."

"최상급 청휘석이 필요하다는 뜻이군요."

"네. 저는 구할 수 있어요."

카엘이 엘레나를 보았다.

"대가가 있겠지요."

"공동 검증 보고서에 제 이름을 넣어 주세요. 그리고 다음 매개체 실험을 볼 수 있게 해 주세요. 원본 룬식은 요구하지 않아요."

레오노르가 말했다.

"다음 몸을 만들 생각인가."

"몸이라기보다 매개체 확장입니다."

카엘은 실험실 한쪽에 놓인 작은 석상 모형을 보았다. 날개 달린 짐승 형상의 연습용 마기 석상이었다. 태엽과는 다른 무게. 금속과는 다른 감각. 그러나 부패하지 않는다는 점은 같았다.

그 순간 실험실 바깥에서 검은 예복 자락이 멈췄다.

바르토스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 그의 뒤에는 평가장 조교 하나가 난처한 얼굴로 서 있었다. 수정판 행방을 묻는 과정에서 여기까지 따라온 모양이었다.

"연금학과까지 끌어들였군."

엘레나의 표정이 단번에 굳었다.

"이곳은 연금학과 보조 실험실입니다. 허가 없이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로엔 가문의 기술이 유출된 정황이 있다. 수정판과 실험 기록을 회수하겠다."

카엘은 손수건을 꺼내 작업대 위에 놓았다.

"로엔 가문의 기술이라면 검은 은실이겠지요. 접시에 있습니다. 가져가실 때 밀폐 용기도 챙기십시오."

바르토스의 시선이 은실 조각에 닿았다. 그의 얼굴에 찰나의 불쾌감이 지나갔다.

"카엘."

"예."

"네가 어디까지 가문 이름을 더럽힐 수 있는지 궁금해지는군."

"오염된 이름은 세척부터 하는 편이 좋습니다."

바르토스의 눈이 엘레나에게 돌아갔다.

"베르니 가문의 딸이 남의 가문 문제에 끼어들 셈인가."

엘레나는 수정판 앞에 섰다.

"이 수정판은 아카데미 장비예요. 방금 생긴 분석값은 연금학과 장비에서 나온 학과 기록이고요. 사환술 가문이 가져갈 수 없어요."

"네가 뭘 봤는지 알고 말하는 것이냐."

"네."

엘레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시체를 움직이는 것보다 훨씬 깔끔한 기술을 봤어요."

실험실 공기가 차갑게 굳었다.

카엘은 아주 작게 웃었다.

바르토스의 얼굴은 창백하게 식었다.

"좋다. 절차로 말하지. 카엘 로엔. 가문에서 곧 서신이 갈 것이다. 네가 어떤 이름을 거스르고 있는지 알게 될 거다."

"가능하면 향을 피우지 않은 서신이면 좋겠습니다."

바르토스는 더 대답하지 않았다. 검은 예복이 문턱을 스쳤다. 이번에는 어떤 은실도 남기지 못했다.

엘레나는 그가 사라진 뒤에야 길게 숨을 내쉬었다.

"가문 문제는 원래 저렇게 냄새가 나나요."

"대체로 그렇습니다."

카엘은 수정판을 집어 들었다.

"공동 검증은 제한 접근으로 진행합니다. 원본 룬식은 제 공방 밖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레오노르의 코어와 퇴로 룬은 당사자 허락 없이는 관찰하지 않습니다."

"좋아요. 대신 저는 청휘석과 석상용 마나 코어를 준비할게요."

"석상용?"

"연금학과 창고에 가고일 실습체가 있어요. 사환술학과에서는 장식품으로 보겠지만 저는 매개체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카엘은 석상 모형을 다시 보았다.

차갑고 단단한 돌.

부패하지 않고 냄새도 없고 금속과 다른 무게를 가진 몸.

"태엽이 아닌 돌에도 숨을 넣을 수 있겠군요."

레오노르가 장검을 내려 세웠다.

"다음 전장은 더 깨끗한가."

엘레나가 눈을 반짝였다.

"연금학과 세척실은 사환술 평가장보다 백 배는 깨끗해요."

카엘은 그제야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협력할 이유가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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