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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없이 세계 최강 네크로맨서5화

시체 없이 세계 최강 네크로맨서

시체 없이 세계 최강 네크로맨서

5화: 썩은 고기와의 격차

썩은 검이 휘둘러졌다.

녹슨 날보다 먼저 부패한 힘줄이 찢기는 소리가 났다. 죽은 어깨가 억지로 돌아가고 검은 은실이 목뼈를 잡아당겼다. 시체 기사의 검끝은 뒤늦게 레오노르의 어깨를 향했다.

레오노르는 피하지 않았다.

은빛 장검이 짧게 올라갔다.

날과 날이 맞부딪히자 평가장 바닥의 구속 룬이 검게 떨렸다. 시체 기사의 팔꿈치는 반대로 꺾였지만 죽은 살은 고통을 몰랐다. 대신 검은 은실이 더 세게 팽팽해졌다.

레오노르의 손목은 밀리지 않았다.

"무겁지 않군."

금속 목소리는 차분했다.

카엘은 원 밖에서 압력계를 보았다. 바늘은 한 번 튀었다가 곧 안정됐다. 그는 조각칼을 들고 있었지만 흉갑 룬에는 손대지 않았다.

모르가트 교수가 낮게 물었다.

"명령을 내리지 않는 건가."

"이미 검이 왔습니다."

"답이 아니군."

"기사가 대답할 차례라는 뜻입니다."

시체 기사가 두 번째 검격을 밀어 넣었다. 이번에는 몸통이 따라오지 않았다. 검은 은실이 어깨와 손목을 따로 잡아당겨 죽은 팔만 어색하게 튀어나왔다.

레오노르는 한 걸음 옆으로 미끄러졌다.

찰칵.

발목 관절의 태엽음이 작게 울렸다. 그녀의 검끝은 시체 기사의 손목 아래를 스쳤다. 썩은 살을 베기보다 힘을 억지로 묶던 은실 한 줄을 끊는 움직임이었다.

녹슨 검이 떨어지려 했다.

그 순간 흉갑의 로엔 인장이 붉게 빛났다. 죽은 손가락이 다시 닫혔다. 이미 끊어진 힘줄이 검은 실에 꿰여 검자루를 움켜쥐었다.

관람석에서 숨소리가 번졌다.

"방금 보셨습니까."

카엘이 말했다.

모르가트 교수는 명부 위에 펜을 멈췄다.

"사체 내부 명령이 남아 있다."

"평가용 사체라기에는 지나치게 성실합니다."

바르토스가 웃었다.

"좋은 재료를 가져왔다고 불평하는 꼴이라니. 네 인형이 밀리기 시작하니 말이 많아졌구나."

"밀리는 쪽은 팔꿈치가 세 번 죽은 사체입니다."

세 번째 공격은 더 추했다.

시체 기사는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부패한 무릎이 꺾이고 복부의 봉합선이 벌어졌다. 검은 액체가 바닥에 떨어지자 구속 룬이 연기를 냈다. 그런데도 녹슨 검은 곧장 레오노르의 흉갑을 노렸다.

투구에 묶인 흰 천이 흔들렸다.

레오노르의 빈 눈구멍 안쪽에서 빛이 깊어졌다.

비.

진흙.

등 뒤에서 미끄러져 들어오던 차가운 창끝.

그녀의 왼발이 반걸음 늦었다.

녹슨 검이 은빛 흉갑을 스쳤다. 금속 표면에 가느다란 흠집이 생겼다. 관람석이 술렁였고 바르토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카엘은 조각칼을 들지 않았다.

대신 바닥의 퇴로 룬을 열었다. 레오노르의 등 뒤로 희미한 검푸른 길이 생겼다. 원을 벗어나는 길은 아니었다. 계약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이었다.

"물러나셔도 됩니다."

바르토스가 코웃음을 쳤다.

"또 도망칠 길인가."

카엘은 그를 보지 않았다.

"선택권입니다. 형님께는 낯선 물건이지요."

레오노르는 말이 없었다.

시체 기사의 목에서 흰 천이 축축하게 늘어졌다. 그것은 항복의 표식이 아니었다. 항복한 자의 마지막 존엄을 목줄처럼 묶어 놓은 물건이었다.

레오노르가 검을 고쳐 쥐었다.

"물러나지 않는다."

그녀의 발목 관절이 낮게 울렸다.

"저것은 쓰러진 자도 아니고 기사도 아니다."

"그럼 무엇입니까."

카엘이 물었다.

"모욕이다."

레오노르가 앞으로 나섰다.

은빛 장검의 칼등에 새겨진 세각 룬이 푸르게 이어졌다. 손목에서 팔꿈치로, 팔꿈치에서 어깨로 감각로가 맞물렸다. 그녀의 검은 빠르지 않게 보였다.

그러나 시체 기사의 녹슨 검이 허공을 벤 뒤에야 모두가 알았다.

이미 늦었다.

첫 베기는 손목을 지나갔다. 썩은 살이 아니라 검은 은실과 관절끈만 한꺼번에 끊어 냈다. 두 번째 베기는 무릎 뒤를 스쳤다. 시체 기사는 앞으로 무너졌고 녹슨 검이 바닥을 긁었다.

세 번째 베기는 목을 노리지 않았다.

흉갑의 붉은 인장을 갈랐다.

쨍.

유리 깨지는 소리가 평가장에 번졌다. 시체 기사가 뒤틀리며 비명을 흉내 냈다. 죽은 목에서 나온 소리는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바르토스의 손가락이 움찔했다.

카엘은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정판."

네 방향의 조교들이 들고 있던 수정판 위로 파형이 떠올랐다. 레오노르의 코어에서 나온 반응은 검푸른 색이었다. 시체 기사 흉갑의 명령선은 붉었다.

그 사이에 검은 파형 하나가 새로 찍혔다.

출처는 원 밖이었다.

모르가트 교수의 시선이 바르토스의 손으로 향했다.

"외부 명령이다."

바르토스는 표정을 지웠다.

"평가장 잔류파겠지."

"잔류파는 손가락 관절에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카엘은 발끝으로 보조 룬을 눌렀다. 원 가장자리에 숨어 있던 가느다란 은선이 푸르게 드러났다. 은선은 바르토스의 그림자 아래에서 시체 기사 흉갑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실습생들이 일제히 소란을 일으켰다.

모르가트 교수가 막대를 내리쳤다.

"정숙."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무거웠다.

"바르토스 로엔. 평가 시작 후 외부 명령 개입은 금지라고 고지했다."

"증거가 부족합니다."

바르토스가 말했다.

카엘은 압력계를 수정판 아래에 연결했다. 바늘이 검은 파형과 같은 박자로 떨렸다. 그는 그 수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레오노르의 감각로는 제 손에 반응하지 않습니다. 지금 흔들리는 것은 시체 기사 목의 검은 은실과 원 밖의 은실입니다."

바르토스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네가 만든 장치로 네가 원하는 값을 읽는군."

"그래서 교수님의 수정판에 먼저 띄웠습니다."

모르가트 교수의 얼굴이 굳었다.

바르토스가 더 말하기 전에 시체 기사가 일어섰다.

흉갑 인장이 갈라졌는데도 움직였다. 아니 움직였다기보다 끌려 올라왔다. 검은 은실이 목뼈를 파고들고 허리의 썩은 살이 찢어졌다. 바닥 구속 룬이 검게 타들어 갔다.

조교 하나가 소리쳤다.

"원 밖으로 나옵니다!"

시체 기사의 남은 팔이 바닥을 찍었다. 몸이 비정상적으로 튀어 올랐다. 검은 액체가 관람석 앞 방지석까지 튀었다.

카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최악이군요."

"중지 명령을 내린다!"

모르가트 교수가 막대를 들었다.

하지만 레오노르가 먼저 움직였다.

"필요 없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다.

"이것은 이미 쓰러졌다."

은빛 장검이 반원형으로 그어졌다.

첫 번째 궤적은 시체 기사의 남은 팔을 분리했다. 두 번째 궤적은 무릎을 가로질렀다. 세 번째 궤적은 목에 감긴 검은 은실만 걷어 냈다.

대부분은 검을 보지 못했다.

그들은 결과만 보았다.

썩은 몸이 네 조각으로 갈라져 바닥에 떨어졌다. 잘린 단면은 거칠게 뜯기지 않았다. 은빛 장검이 지나간 자리는 연금술사의 절단선처럼 깨끗했다. 썩은 고기와 갑옷 조각과 은실이 각기 다른 더미로 나뉘었다.

그러나 목에 묶인 흰 천은 베이지 않았다.

레오노르의 장검 끝이 그것만 들어 올렸다. 축축한 천 조각이 녹슨 투구에서 벗겨져 허공에 걸렸다.

카엘은 원 가장자리로 다가갔다.

그는 천을 손으로 만지지 않았다. 조각칼 끝으로 작은 정화 룬을 그렸다. 푸른 불꽃이 피어났다. 불은 흰 천을 조용히 삼켰고 악취 대신 마른 재 냄새만 남겼다.

레오노르가 검을 내렸다.

"끝났다."

카엘은 재가 된 천을 보았다.

"요구 사항을 처리했습니다."

"고맙다."

짧은 말이었다.

그러나 평가장의 소란은 그 말에 더 크게 흔들렸다. 시체를 움직이는 도구가 감사한다고 말하는 장면에 익숙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르가트 교수는 명부를 펼쳤다.

한참 동안 펜이 움직이지 않았다.

바르토스가 차갑게 말했다.

"폭주한 시체를 토막 낸 것뿐이다. 사환술 평가로 인정할 수 없어."

카엘은 시체 조각을 보았다.

"명령 수행력은 필요 없었습니다. 자율 판단이 더 빨랐으니까요. 방어 돌파력은 보신 대로입니다. 오염 처리까지 마쳤고 관객 피해도 없습니다."

"네 인형은 명령을 듣지 않았다."

"그래서 더 낫습니다."

카엘은 압력계를 접었다.

"죽은 살이 명령을 기다리는 동안 기사는 판단했습니다."

모르가트 교수의 펜이 움직였다.

"카엘 로엔. 정기 평가 결과는 낙제 보류에서 성적 보류로 변경한다."

실습생들이 웅성거렸다.

"공식 인정은 아니다."

교수가 덧붙였다.

"다만 네 방식은 별도 검증 대상으로 올린다. 그리고 바르토스 로엔의 외부 명령 개입 의혹은 평가 기록에 남긴다."

바르토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카엘은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기록은 깨끗할수록 좋습니다."

레오노르는 원 안에서 시체 조각을 내려다보았다.

"이 냄새는 언제 치우지."

카엘이 손수건을 꺼냈다.

"즉시 치워야 합니다. 저 상태로 두면 학문이 아니라 방치입니다."

그때 관람석 뒤편에서 누군가가 수정판을 안고 일어섰다.

사환술학과의 검은 교복이 아니었다. 연금학과의 짙은 녹색 소매가 계단 위로 사라졌다. 그 손에 들린 수정판에는 조금 전 장검 칼등에서 번졌던 세각 룬의 잔상이 흐릿하게 남아 있었다.

카엘은 그쪽을 잠깐 보았다.

녹색 소매의 학생은 떠나기 직전 수정판을 품에 더 단단히 안았다. 단순한 구경꾼의 움직임은 아니었다.

바르토스도 그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손가락에서 끊어진 검은 은실이 힘없이 떨어졌다.

카엘은 레오노르의 장검 칼등을 확인했다. 푸른 룬은 아직 깨지지 않았다.

"다음에는 세척 설비부터 요청해야겠군요."

레오노르가 말했다.

"다음 전장도 이렇게 더러운가."

"아마 더럽겠지요."

카엘은 관람석 뒤편으로 사라진 녹색 소매를 떠올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냄새 말고도 찾아올 손님이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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