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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없이 세계 최강 네크로맨서7화

시체 없이 세계 최강 네크로맨서

시체 없이 세계 최강 네크로맨서

7화: 석상에 불어넣는 숨결

연금학과 세척실은 밤에도 밝았다.

유리 천장 너머로 달빛이 스며들었고 바닥의 배수 룬은 물 한 방울도 남기지 않았다. 카엘은 문을 열자마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적어도 이곳은 냄새가 나지 않는군요."

"사환술학과와 비교하면 대부분의 장소가 그래요."

엘레나는 작업대 위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사람의 상반신만 한 회색 가고일이 웅크린 채 들어 있었다. 박쥐 날개와 사자 발톱을 달았지만 표면에 남은 것은 기초 기동용 룬뿐이었다.

그 뒤에서 장부를 든 조교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제가 반납을 맡은 실습체입니다. 내일 오전까지 창고에 돌려놓아야 합니다."

"석상용 코어도 준비했어요. 날개를 펴고 두 걸음 걷는 실습은 가능해요."

카엘은 대답 대신 장갑 낀 손으로 가고일의 등뼈를 더듬었다. 세 번째 석판의 틈 안에는 검게 굳은 접합제가 박혀 있었다.

"이 상태로는 못 씁니다."

엘레나가 안경을 밀어 올렸다.

"낡은 건 맞지만 기동에는 문제가 없어요."

"움직이는 것과 영혼을 받아들이는 것은 다릅니다. 이 접합제는 마나를 먹습니다. 안쪽에 영혼을 넣으면 발톱부터 감각이 끊기겠지요."

조교의 장부가 조금 흔들렸다.

"새것을 꺼내려면 학과장 허가가 필요합니다."

"새것은 필요 없습니다. 깨끗하게 고치면 됩니다."

카엘은 정화수를 이음새에 한 방울씩 떨어뜨렸다. 접합제가 느슨해질 때까지 기다린 뒤에야 조각칼을 넣었다. 돌가루가 바닥으로 떨어질 때마다 배수 룬이 즉시 말려 모았다.

엘레나는 청휘석 가루가 든 병을 내밀다가 멈췄다.

"그걸 등뼈에 쓰려는 거죠. 이 정도 실습체에 최상급 청휘석을 쓰면 비용이 맞지 않아요."

"계산은 영혼이 흐트러진 뒤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카엘은 병을 받아 들었다.

"품질이 부족한 몸에 정착률을 기대하는 건 연구가 아니라 방치입니다."

엘레나는 더 말하지 않았다. 레오노르는 벽에 세워 둔 장검을 바라보다 가고일의 빈 눈으로 시선을 옮겼다.

"돌은 금속보다 단단해 보인다."

"단단해서 더 위험합니다."

카엘은 등뼈 안쪽에 가느다란 채널을 새겼다.

"금속은 손끝과 관절을 순서대로 잇습니다. 돌은 무게가 먼저 와요. 발이 땅을 누르는 감각과 몸이 기우는 감각을 못 받으면 날개가 있어도 추락합니다."

"관절이 아니라 무게 중심을 첫 감각으로 쓴다고요?"

"그렇습니다. 코어도 심장이 아니라 균형추 가까이에 둬야겠지요."

청휘석 가루가 새 채널을 푸르게 채웠다. 새 코어가 그 위에 들어가자 회색 돌 안에서 맑은 울림이 한 번 퍼졌다.

카엘은 코어를 덮었다.

"이제 동의할 영혼을 찾아야 합니다."

석상 재료 보관실에는 바람이 없었다.

그런데 방 한가운데의 작은 청동 경비 종은 낮게 울리고 있었다. 엘레나는 문턱에서 목소리를 낮췄다.

"예전 창고지기들이 쓰던 종이에요. 기동 실습 중 석상이 쓰러져 사람이 다친 뒤로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어요."

카엘은 종에서 두 걸음 떨어진 곳에 멈췄다. 먼지는 쌓였어도 피나 부패의 흔적은 없었다. 그는 청휘석 렌즈를 꺼내 종 쪽으로 기울였다.

푸른 빛 사이에 희미한 형체가 떠올랐다. 얼굴은 없었다. 문을 잠그고 상자 수를 세는 손의 움직임만 남아 있었다.

"누구십니까."

종소리가 멈췄다.

"문을 닫아야 한다. 밤에는 물건이 사라진다."

"이름은 기억하십니까."

"명부에 있다. 종은 울려야 한다."

레오노르가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

"새 몸을 주겠다는 자가 있다."

잔향이 그녀의 금속 몸을 향해 흔들렸다.

"묶으려는 자인가."

"그랬다면 나는 여기 서 있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내 검을 고르고 내 발로 걷는다."

카엘은 가고일을 보관실 중앙에 놓고 바닥에 작은 퇴로 룬을 그렸다.

"이 몸은 날개와 발톱이 있습니다. 창고 천장까지 올라갈 수 있고 문 앞에 설 수도 있습니다. 싫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습니다."

"또 쓰러지면 사람을 다치게 하면."

"기동을 멈춥니다. 책임은 몸을 만든 제가 집니다."

잔향이 낮게 울렸다.

"나는 다시 종에 갇히지 않는다."

"그 조건을 기록하겠습니다."

엘레나는 기록판을 꺼냈다. 해가 진 뒤 두 시간의 보관실 경비. 사람에게 손을 대지 않을 것. 퇴로 룬은 언제나 열어 둘 것.

잔향은 가고일을 오래 바라봤다.

"날개가 있군. 문이 잠겨도 위로 갈 수 있겠어."

그 말이 계약이었다.

세각 룬은 가고일 발바닥에서 시작됐다. 왼발의 얇은 원과 오른발의 반원이 등뼈를 지나 코어 아래 균형석으로 이어졌다.

엘레나가 마나 램프의 밝기를 낮췄다.

"들어갑니다."

종소리가 한 번 울렸다.

희미한 형체가 가고일의 가슴으로 흘러들었다. 코어가 푸르게 켜지고 빈 눈에도 빛이 들어왔다.

바로 다음 순간 날개가 경련했다.

가고일 전체가 옆으로 기울었다. 발톱이 바닥을 긁고 청휘석 선이 하얗게 달아올랐다.

"무거워. 바닥이 너무 멀다."

엘레나가 코어 눈금을 읽었다.

"정착률이 떨어져요. 출력을 올리면 고정할 수는 있어요."

그녀의 손가락이 조절기에 닿았다가 멈췄다.

카엘은 퇴로 룬을 넓혔다. 가고일의 가슴과 경비 종 사이에 푸른 길이 열렸다.

"고정하지 않습니다. 나갈 수 있습니다. 남는다면 방식을 바꾸겠습니다."

가고일의 발톱이 바닥을 세 번 두드렸다. 레오노르는 장검을 뽑아 바닥에 수직으로 꽂았다. 일정한 진동이 돌바닥을 타고 퍼졌다.

"발밑을 들어라. 네 몸은 날개가 아니라 바닥에서 시작한다."

카엘은 등뼈 채널을 다시 열었다. 청휘석 가루 일부를 긁어 내고 균형석까지 새 길을 냈다. 엘레나는 조절기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출력을 절반으로 낮췄다.

"왼발의 압력부터 줄게요. 확인하면 오른발로 넘어가요."

가고일의 왼발이 바닥을 눌렀다.

돌이 돌을 긁는 소리만 났다. 이어 무게가 돌아왔다. 푸른 빛이 발목에서 무릎까지 느리게 올라갔다.

"바닥이 있다."

"오른발도 확인하십시오."

두 번째 발이 땅을 눌렀다. 가고일의 몸은 더는 흔들리지 않았다. 날개는 아직 펴지지 않았지만 눈의 빛은 가늘고 안정적이었다.

"남겠습니까."

가고일은 대답 대신 고개를 들었다. 돌 목이 보관실 문을 향해 돌아갔다. 한쪽 날개가 펼쳐지고 다른 쪽 날개가 뒤따랐다.

"창고 문을 보겠다."

가고일이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때 선반 위 유리 상자가 기울었다. 조교가 손을 뻗기도 전에 무거운 마나 결정 상자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회색 날개가 아래에서 상자를 받쳤다.

가고일은 발톱으로 바닥을 움켜쥐고 상자를 천천히 선반 위에 돌려놓았다. 유리병은 하나도 깨지지 않았다. 이어 가고일은 날개 안쪽의 푸른 퇴로 룬을 내려다보고 스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조교가 입을 벌린 채 말했다.

"실습체가 스스로 판단했어."

"실습체가 아닙니다."

카엘이 대답했다.

"창고를 지키겠다고 계약한 사람입니다."

가고일의 눈빛이 문 쪽을 향했다.

"내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날 때까지 호칭을 정해도 됩니다."

"종지기."

레오노르가 장검을 뽑아 들었다.

"좋은 이름이다."

엘레나는 기록판에 빠르게 적었다. 카엘은 가고일의 등뼈를 점검했다. 작은 석상 하나에도 균형석과 새 코어가 필요했다. 건물만 한 몸을 움직이려면 훨씬 좋은 돌과 강한 영혼이 필요할 터였다.

그는 기록판 가장자리에 새 항목을 덧붙였다. 날개 관절의 마모도. 발톱 끝의 압력 분산. 퇴로 룬의 반응 시간. 종지기가 고개를 돌릴 때마다 푸른 선은 코어에서 바로 날개로 흐르지 않고 발바닥과 균형석을 한 바퀴 거쳐 갔다.

"움직임이 느린 편입니다."

엘레나가 말했다.

"실습체라면 감점이겠지만 경비라면 충분하지 않나요?"

"빠르게 날아오르는 것보다 제자리에서 멈출 수 있는지가 먼저입니다."

카엘은 가고일의 발 밑을 가리켰다.

"무거운 몸은 한 번 잘못 움직이면 수리비가 아니라 부상으로 남습니다. 종지기께서 멈추는 법을 먼저 익혀야 합니다."

종지기는 날개를 반쯤 접고 문 앞의 선을 바라봤다.

"문 앞에서 멈춘다. 상자가 떨어지면 받는다. 사람이 오면 종을 울린다."

"그 범위만 지키십시오. 범위를 넓히고 싶어지면 먼저 물으시면 됩니다."

"물어도 되는가."

카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계약은 명령표가 아닙니다. 바꿀 일이 생기면 당사자가 말해야지요."

엘레나의 펜끝이 잠시 멈췄다. 그녀는 그 문장을 기록판의 맨 위에 다시 옮겼다. 조교는 여전히 가고일을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었지만 상자가 무사히 선반 위에 놓인 것을 보고 장부를 품에 안았다.

"내일 반납 장부에는 뭐라고 적어야 합니까."

"기초 기동 실습체는 반납하시면 됩니다."

카엘이 말했다.

"종지기와의 계약은 별도로 작성하겠습니다. 학과 물품이라는 이유로 영혼까지 창고에 가둘 생각은 없습니다."

레오노르의 눈구멍 안쪽에서 검푸른 빛이 잔잔히 흔들렸다. 그녀는 종지기의 가고일 몸을 한 번 훑어본 뒤 장검을 칼집에 넣었다.

"돌도 제 몸을 찾을 수 있군."

카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가고일 등뼈의 마지막 온도를 재었다. 바늘은 안정선 아래에서 멈췄다.

"가능성은 증명됐습니다. 이제 공정으로 바꾸면 됩니다."

그때 세척실 쪽 문 아래로 검은 그림자가 미끄러졌다.

종지기가 날개를 펴고 문 앞을 막았다. 카엘이 손을 들자 가고일은 공격하지 않고 그림자만 내려다봤다.

문틈으로 들어온 것은 작은 봉투였다. 로엔 가문의 검은 밀랍 인장이 찍혀 있었다.

카엘의 표정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세척실까지 찾아왔군요."

레오노르가 물었다.

"열어 보지 않나."

카엘은 봉투를 집지 않았다. 먼저 작은 정화 룬을 그어 밀랍의 잔류파를 확인했다.

"오염 여부부터 봐야 합니다. 가문 서신은 내용보다 발신 방식이 더 더러운 경우가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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