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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결혼인데 시부모님이 너무 좋아해11화

계약 결혼인데 시부모님이 너무 좋아해

계약 결혼인데 시부모님이 너무 좋아해

11화: 낙하산이라는 이름표

마포구의 한적한 골목 끝에 위치한 붉은 벽돌 건물 4층.

유리문 너머로 비치는 공간은 갓 칠한 페인트 냄새와 새 가구의 가죽 향이 은은하게 섞여 있었다. 투명한 유리 파티션과 일렬로 늘어선 빈 책상들 위로 오후의 햇살이 길게 내려앉았다. 강지혁 전무의 약속대로 신성그룹의 초기 투자금 7억 원이 집행되었고, 윤세라 변호사의 일사천리 같은 행정 처리 덕분에 W&U 랩의 법인 등기부등본에는 ‘대표이사 서은우’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박혔다.

겉보기에는 완벽한 출발이었다. 하지만 은우는 텅 빈 사무실 한가운데 서서 씁쓸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문제는 사람이였다.

법인 설립 직후, 은우는 주요 채용 사이트에 경력직 마케터 모집 공고를 올렸다. 제일기안 팀장 출신인 서은우와 신성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신생 대행사라는 조건은 얼핏 보기에 매력적이어야 했다. 그러나 접수된 이력서는 처참할 정도로 부실했고, 그나마 서류를 통과해 면접을 약속했던 실력 있는 경력직들은 약속이나 한 듯 당일 아침에 취소 통보를 보내왔다.

“서 대표님, 방금 또 한 명 취소 전화 왔습니다. 미안하다면서 다른 외국계 대행사로 결정했다고 하네요.”

유리문이 열리며 갈색 서류 상자를 품에 안은 한소라가 헐떡이며 들어왔다. 은우의 제일기안 시절 유일한 카피라이터 콤비이자, 은우의 퇴사 소식을 듣자마자 사표를 던지고 W&U 랩의 공동 창업자로 합류한 그녀였다. 소라는 상자를 빈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먼지를 털어냈다.

“진짜 너무하네. 벌써 이번 주에만 네 번째야. 연봉 조건도 업계 평균보다 높게 불렀는데 왜 이래?”

은우는 책상 모서리에 기대앉으며 차분하게 답했다.

“업계에 소문이 돌고 있는 거지. W&U 랩은 재벌 며느리의 놀이터이자, 신성그룹 내부 밥그릇 싸움에 쓰이는 일회용 회사라고.”

“뭐? 놀이터라니? 우리가 에어핏 사태를 어떻게 수습했는데!”

“그건 내부 사정이고, 밖에서 보기에는 그저 ‘낙하산 며느리’에게 회장님이 쥐여 준 장난감 정도로 보이는 거야. 게다가 박상철 이사가 뒤에서 손을 쓰고 있어.”

은우의 입술 사이로 서늘한 냉기가 흘러나왔다. 소라는 놀란 눈으로 은우를 바라보았다.

“박 이사가? 그 인간이 왜?”

“제일기안 내부 인맥을 동원해서 우리 쪽에 지원하려는 경력직들한테 은밀하게 경고하고 다닌대. W&U 랩에 이력서 넣는 순간 제일기안 계열뿐만 아니라 대성기획 라인에서도 블랙리스트로 찍힐 거라고. 신성 내부에서도 강지성 부사장 세력이 W&U 랩을 고사시키려고 눈을 부릅뜨고 있으니, 괜히 고래 싸움에 등 터질 필요 없다는 소문도 같이 퍼뜨렸겠지.”

“이 비열한 인간들이 진짜……!”

소라가 주먹을 쥐고 씩씩거렸다. 은우는 그런 소라를 보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화낼 것 없어. 화를 낸다는 건 적이 판 판에 말려들었다는 증거니까. 박상철이 대기업 인맥을 흔들어 우리 길을 막는다면, 우리는 대기업이 쳐다보지도 않는 곳에서 진짜 진주를 캐내면 돼.”

“진짜 진주라니?”

은우는 소라가 들고 온 서류 상자 속에서 표준 이력서 더미가 아닌, 빨간색 스티커가 붙은 별도의 폴더를 꺼내 들었다.

“스펙과 학벌이라는 허울 좋은 기준 때문에 업계에서 소외당한 사람들. 하지만 현장의 언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 말이야.”


다음 날 오후, W&U 랩의 작은 회의실에서 독특한 면접이 진행되었다.

첫 번째 지원자는 36세의 배윤주였다. 과거 메이저 대행사에서 굵직한 화장품 브랜딩을 성공시키며 차세대 CD(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꼽혔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5년이라는 거대한 경력 단절의 벽에 부딪혔고, 야근을 밥 먹듯 해야 하는 대형 대행사들은 그녀의 이력서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배윤주 씨. 포트폴리오를 보니 5년 전 기획안들이더군요. 업계의 트렌드는 빠르게 변합니다. 현업 감각을 잃지 않았다고 증명하실 수 있습니까?”

소라의 날카로운 질문에 배윤주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러나 은우는 그 흔들림 너머에 있는 단단한 눈빛을 놓치지 않았다.

“트렌드는 변하지만, 사람의 욕망을 움직이는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윤주가 조용히 품 안에서 태블릿을 꺼내 화면을 켰다.

“지난 5년간 집에서 아이를 키우며 매일 유모차를 끌고 동네 마트를 드나들었습니다. 친환경 세제와 유기농 기저귀를 고르는 주부들의 시선이 어디에 머무는지, 그들이 대기업의 화려한 카피보다 성분표의 작은 한 줄에 왜 더 안심하는지 날마다 기록했습니다. 이것이 제 5년간의 포트폴리오입니다.”

화면에는 주부들의 구매 행동 패턴과 동네 유통망의 틈새를 분석한 치밀한 관찰 일지가 가득 차 있었다. 대기업의 겉치레 기획서와는 차원이 다른, 삶에서 우러나온 날것의 마케팅 팩트들이었다.

두 번째 지원자는 25세의 임지선이었다. 최종 학력은 고등학교 졸업. 마케팅 관련 자격증은 하나도 없었지만, 이력서 하단의 경력란에는 신성리테일 대형마트 매대 판매 촉진원(파트타임) 4년이라는 이색적인 경력이 적혀 있었다.

“마케팅 기획서 한 장 써본 적 없는 지선 씨를 우리가 채용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소라가 이력서를 덮으며 묻자, 지선은 긴장한 듯 침을 삼키면서도 당돌하게 답했다.

“저는 기획서는 못 쓰지만, 사람들이 지갑을 여는 ‘소리’는 잘 압니다. 대기업 똑똑한 분들이 짠 진열대는 예쁘기만 하지, 손님들이 물건을 집어 들게 만들지는 못해요. 마트 3번 코너에 친환경 세제를 진열할 때, 눈높이보다 20센티미터 아래에 놓고 ‘우리아이 피부’라는 문구를 눕혀서 붙여두면 판매량이 15% 올라갑니다. 왜냐하면 주부들은 아기띠를 매고 있어서 고개를 숙이고 걷거든요.”

현장 판매 촉진원으로 일하며 온몸으로 체득한 행동 경제학이었다.

은우의 입가에 숨길 수 없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학벌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혹은 가정이 생겼다는 이유로 대기업의 서류 전형에서 가차 없이 걸러졌던 이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이야말로 신성리테일이 새롭게 런칭하려는 친환경 생활 브랜드 ‘들꽃’의 메시지를 가장 정직하게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진짜 ‘무기’였다.

“배윤주 씨는 W&U 랩의 수석 플래너로, 임지선 씨는 현장 마케팅 담당 사원으로 오늘부로 채용합니다. 연봉은 제일기안 수준으로 책정해 드릴 테니, 내일부터 출근해 주십시오.”

두 사람의 얼굴에 경탄과 감격이 동시에 서렸다. 은우는 그들의 손을 차례로 맞잡으며 낮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덧붙였다.

“우리를 낙하산이라 비웃은 자들에게, 진짜 들꽃이 어떻게 콘크리트를 뚫고 피어나는지 보여줄 차례입니다.”


사흘 뒤, 서울 강남구 신성리테일 본사 12층 대회의실.

회의실 중앙에 놓인 길고 차가운 대리석 테이블 주위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신성리테일의 전략 마케팅 부문장인 황태수 상무를 비롯해 지성 부사장 라인으로 분류되는 임원진들이 팔짱을 낀 채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테이블 상석에는 강지혁 전무가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앉아 안경 너머로 은우를 응시했다.

“그럼, W&U 랩이 준비한 신성리테일의 신규 브랜드 ‘들꽃’ 기획안 발표를 시작해 주십시오.”

황태수 상무의 냉담한 지시와 함께 은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우의 검은색 수트는 단정했고, 그녀의 눈빛은 거대한 대기업 임원들의 위압감 앞에서도 눈부시게 차분했다.

“신성리테일이 제안하는 신규 브랜드 ‘들꽃’은 단순한 프리미엄 생활 브랜드를 지향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친환경 원료를 공급하는 전국의 소상공인 및 지역 농가와 직접 손을 잡고, 유통 마진을 최소화해 대중에게 가장 정직한 가격으로 유기농 라이프를 제공하는 ‘상생형 생활 브랜드’를 제안합니다.”

은우가 리모컨을 누르자 스크린 위로 들꽃 브랜드의 첫 비주얼과 구체적인 분산 생산 모델 기획서가 띄워졌다.

황태수 상무는 화면을 힐끗 보더니 콧방귀를 뀌었다.

“서 대표님. 지금 대기업의 신규 브랜드 런칭 기획서를 가져오신 게 맞습니까? 소상공인과의 상생이라니요. 신성리테일의 아이덴티티는 상류사회의 고급화와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입니다. 이런 시골 냄새 나는 시골 쥐 같은 브랜드는 신성의 격에 맞지 않습니다. 게다가 공급망을 소상공인 분산형으로 가져가면, 품질 균일화와 물류 컨트롤은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이건 기업 경영을 책으로만 배운 철부지의 이상론에 불과합니다.”

임원진 사이에서 야유 섞인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W&U 랩을 대기업 자금을 빨아먹기 위한 재벌 며느리의 소꿉장난 정도로 치부하는 노골적인 멸시였다.

은우는 발표 스크린을 끄고 임원들을 향해 차분하게 시선을 던졌다. 그녀의 찻잔을 든 손길처럼 우아하고 정갈한 미소가 입가에 맴돌았다.

“황 상무님. 방금 신성의 격을 말씀하셨습니까?”

음성은 조용했으나 회의실 전체를 압도하는 기묘한 울림이 있었다.

“지난달 신성생활의 에어핏 가습기 사태 당시, 고객의 안전보다 대기업의 품격과 언론 통제를 외치다 신성의 브랜드 신뢰도가 며칠 만에 수백억 원어치 날아갔는지 벌써 잊으신 모양이군요. 2030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대기업의 격은 더는 화려한 포장지나 비싼 가격표가 아닙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실천하는지, 그 제품이 얼마나 정직하고 투명하게 생산되는지 지켜보는 것이 그들의 소비 기준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가치소비라 부릅니다.”

은우가 배윤주 수석과 임지선 사원이 직접 현장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모니터에 띄웠다.

“지난 1년간 신성리테일의 기존 프리미엄 라인 재구매율은 매년 12%씩 하락하고 있습니다. 반면, 소규모 상생형 독립 브랜드의 재구매율은 45% 이상 증가했죠. 우리가 제안하는 ‘들꽃’은 촌스러운 들러리가 아닙니다. 신성리테일이 잃어버린 젊은 고객층의 신뢰를 되찾고, 미래 유통 시장의 패러다임을 선점할 유일한 생존 전략입니다.”

정확한 지표와 날카로운 통찰이 쏟아지자 황태수의 안색이 일순 경직되었다. 그는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고 지혁의 눈치를 살폈다.

“전무님. 아무리 그렇다 한들 W&U 랩은 이제 막 설립된 신생 대행사입니다.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전담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아무래도 기존 대형 대행사인 제일기안이나 대성기획 쪽에 브랜딩을 재의뢰하는 것이…….”

황 상무가 비열하게 꼬리를 내리며 물타기를 시도하는 찰나였다.

탁.

지혁이 들고 있던 만년필을 조용히 대리석 테이블 위에 놓았다. 지극히 작은 소리였으나, 회의실 안의 임원들은 마치 벼락이라도 떨어진 듯 어깨를 굳혔다. 지혁의 안경 너머로 벼려진 호랑이 같은 차가운 눈빛이 황 상무를 정면으로 꿰뚫었다.

“황 상무.”

지혁의 건조하고 낮은 음성이 회의실 공기를 단숨에 얼어붙게 만들었다.

“전략기획실은 이미 W&U 랩의 서 대표에게 들꽃 브랜드의 브랜딩 전권을 위임했습니다. 이 자리는 기획의 자격을 묻는 자리가 아니라, 리테일 본부가 서 대표의 기획에 맞추어 유통망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계획을 보고하는 자리입니다. 본인의 무능함과 시장 변화에 대한 무지를 W&U 랩의 연차 핑계로 덮으려 들지 마십시오.”

“전, 전무님. 그게 아니라…….”

“신성의 임원이라면 개인적인 친분이나 낡은 선입견 대신 숫자로 대답하십시오. 만약 들꽃 브랜드의 물류와 품질 관리가 걱정된다면, 그 시스템을 구축해 내는 것이 리테일 본부와 황 상무의 존재 이유입니다. 할 수 없다면, 그 자리에 더 유능한 인재를 앉혀야겠지요.”

황 상무의 뺨 위로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지성 부사장의 끈을 잡고 지혁과 은우를 흔들려던 그의 얕은 수작은 지혁의 서슬 퍼런 칼날 앞에 여지없이 잘려 나갔다.

“즉시 들꽃 브랜드의 파일럿 런칭 준비에 착수하십시오. 2주 뒤, 1차 시제품 품평회를 열겠습니다. 황 상무는 W&U 랩의 요구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협조하십시오. 회의 끝냅니다.”

지혁의 단호한 명령과 함께 회의는 순식간에 종결되었다. 임원들이 도망치듯 회의실을 빠져나가는 동안, 은우는 천천히 노트북을 닫았다. 그녀의 등 뒤로 지혁이 다가왔다.

“고마워요, 전무님. 오늘도 든든한 방패 역할을 해주셨네요.”

은우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정중하게 감사를 표했다. 지혁은 은우의 차분한 얼굴을 가만히 응시하다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답했다.

“서 대표의 기획이 완벽했기 때문에 내지른 칼날입니다. 하지만…….”

지혁의 눈동자에 묘한 씁쓸함이 스쳤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나를 그렇게 타인 대하듯 선을 긋는 행동은, 가끔 이 결혼이 정말 비즈니스에 불과하다는 걸 너무 뼈저리게 느끼게 만드는군요.”

은우는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는 듯한 미묘한 흔들림을 느꼈다. 지혁의 눈 속에 담긴 감정은 계약서 너머의 깊은 온기를 품고 있었다.

“……그게 우리의 규칙이니까요, 전무님.”

은우는 애써 차분함을 유지하며 자신의 노트북 가방을 챙겨 들었다.


신성리테일 본사 지하 주차장.

두 사람은 지혁의 개인 차량에 탑승했다. 운전석에 앉은 지혁은 시동을 걸기 전, 굳은 표정으로 전방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차 내부의 밀폐된 공기 속에서 두 사람의 숨소리가 어색하게 부딪혔다.

“서 대표.”

지혁이 몸을 돌려 은우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이 평소보다 한층 더 가까이 다가왔다. 은우가 움츠러들 틈도 없이, 지혁의 커다란 손이 은우의 어깨 위로 뻗어왔다.

스르륵.

지혁이 은우의 어깨너머로 안전벨트를 직접 당겨와 버클에 철컥 끼워주었다. 지혁의 정갈한 셔츠 깃에서 나는 은은한 숲 향과 뜨거운 온기가 은우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지혁의 깊고 무뚝뚝한 눈동자가 은우의 입술 근처에 잠시 머물렀다.

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정적과 심장 소리가 스파크처럼 튀어 올랐다.

“다음 회의부터는 내 방패에 너무 기대지 마십시오.”

지혁의 목소리가 귓가에 낮게 울렸다.

“황 상무 같은 자들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는 없지만, 당신이 ‘낙하산’이라는 껍데기 아래 갇혀 상처받는 것은 내가 허락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실력은 내 지위보다 훨씬 큽니다. 그러니 마음껏 기획하고 휘두르십시오. 내 목숨을 걸고 판은 내가 지킵니다.”

지혁의 진심 어린 눈빛이 은우의 내면을 사정없이 흔들었다. 계약의 경계선이 야금야금 녹아내리고 있었다.

은우가 붉어진 뺨을 감추려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던 그때, 지혁의 개인 휴대폰이 세차게 울려 댔다. 발신자는 W&U 랩의 한소라였다.

지혁이 스피커폰을 켜자, 수화기 너머로 사색이 된 소라의 다급한 외침이 흘러나왔다.

은우의 눈동자가 급격하게 차가워졌다.

강지성의 비열한 손길이 벌써 우리의 발목을 낚아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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