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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 전이자는 다시 산다5화

밑바닥 전이자는 다시 산다

밑바닥 전이자는 다시 산다

5화: 철문 안쪽

철문 안쪽은 창고가 아니었다.

한서준은 그 사실을 냄새로 먼저 알았다.

밖의 골목에는 젖은 천과 썩은 물 냄새가 있었다. 안쪽에는 더 무거운 것이 깔려 있었다. 오래된 피, 탄 재, 젖은 쇠가 녹는 냄새. 숨을 들이마시면 목 안쪽에 모래가 긁히는 것 같았다.

그는 뒤로 물러나려 했다.

손목의 끈이 먼저 당겨졌다.

나무패가 살갗을 찍었다. 자루 끈이 어깨를 파고들었다. 갈비뼈가 다시 눌리자 서준은 소리도 못 내고 몸을 접었다.

등 뒤의 인부가 그를 밀었다.

"잠깐만. 나 안 들어간다고."

한국어는 철문 안에서 더 작게 죽었다.

안쪽에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모두 손목에 끈이 묶여 있었다. 어떤 끈은 회색이었고, 어떤 끈은 검었다. 끈마다 작은 나무패가 달려 있었다. 사람들은 서로를 보지 않았다. 발끝이나 바닥의 물웅덩이만 보고 있었다.

벽에는 넓은 판자가 걸려 있었다.

그 위에 붉은 손자국들이 줄지어 찍혀 있었다.

서준은 자기 손바닥을 보았다. 붉은 인주가 아직 손금 사이에 남아 있었다. 씻기지 않은 피처럼 보였다.

마르코가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

"한서준."

서준은 그 이름 하나만 알아들었다.

"왜. 왜 자꾸 이름만 불러."

마르코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손바닥을 펴 보이고, 아래쪽을 가리켰다.

얌전히 있으라는 뜻처럼 보였다.

철문 안쪽 끝에는 탁자가 있었다. 탁자 뒤에는 넓은 어깨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 남자의 목에는 검은 끈이 여러 줄 걸려 있었고, 손가락에는 붉은 얼룩이 말라붙어 있었다.

그는 서준을 보지도 않고 손을 내밀었다.

마르코가 장부 남자에게서 종이를 받아 건넸다.

종이.

서준의 손바닥.

손목패.

그 세 가지가 한 번에 이어졌다.

서준은 뒤늦게 자루를 내려놓으려 했다. 인부가 자루 위를 눌렀다. 떨어뜨리지 말라는 뜻이었다.

탁자 뒤 남자가 서준의 왼쪽 손목을 잡았다.

차가운 손이었다.

남자는 나무패를 뒤집어 보았다. 패 위에는 서준이 읽을 수 없는 선들이 긁혀 있었다. 남자는 검은 장부 한쪽을 펼치고, 종이 위의 붉은 손자국과 서준의 손바닥을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손바닥 상처를 손톱으로 눌렀다.

"아!"

서준이 팔을 빼려는 순간 끈이 조여졌다.

그냥 묶인 줄이었다. 그런데 매듭 안쪽에 박힌 작은 쇠심 같은 것이 손목을 파고들었다. 서준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굽혔다.

탁자 뒤 남자가 낮게 웃었다.

마르코는 웃지 않았다.

그게 더 싫었다.

"아니잖아."

서준은 마르코를 보았다.

"당신이 데려왔잖아. 먹을 거 줬잖아. 방도 줬잖아."

마르코는 서준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것이다.

그래도 얼굴은 알아들은 사람 같았다.

그는 자기 가슴을 가리켰다. 다음에는 서준을 가리켰다. 그리고 탁자 위 동전 주머니를 가리켰다.

서준은 그 손짓을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탁자 뒤 남자가 작은 주머니를 들어 마르코에게 던졌다. 동전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마르코는 주머니 입구를 열어 안을 확인했다.

그 짧은 순간, 서준은 깨달았다.

빵값을 갚는 일이 아니었다.

물값을 갚는 일도 아니었다.

그 값들이 전부 자신을 여기까지 끌고 오기 위한 줄이었다.

"나를 판 거야?"

마르코는 주머니를 닫았다.

서준의 목이 말랐다.

어제 받은 물이 떠올랐다. 빵도 떠올랐다. 따뜻한 방도 떠올랐다. 그때마다 그는 생각을 미뤘다. 나중에 묻자. 나중에 알아보자. 일단 살자.

지구에서도 그랬다.

카드값도 나중에.

어머니 전화도 나중에.

가족 얼굴도 나중에.

들키면 설명하자. 오늘만 넘기자.

나중은 항상 누군가의 손에서 돌아왔다.

이번에는 자기 손목에 묶여 있었다.

서준은 갑자기 몸을 틀었다.

도망이라고 하기에도 우스운 움직임이었다. 철문까지 세 걸음도 가지 못했다. 등 뒤에서 인부가 그의 어깨를 눌렀고, 탁자 뒤 남자가 끈 끝을 잡아챘다.

손목 안쪽이 타는 것처럼 아팠다.

서준은 무릎을 꿇었다.

자루가 옆으로 기울며 바닥에 둔탁하게 떨어졌다.

주변 사람들이 잠깐 그를 보았다.

그 시선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

불쌍해서가 아니었다.

처음 온 사람이 늘 저런다는 듯한 시선이었다.

탁자 뒤 남자가 검은 장부를 자기 쪽으로 당겼다. 그는 서준의 손목패와 같은 모양의 표시를 한 줄에 적었다. 이어 동전 몇 개를 다른 칸으로 밀어 놓았다.

서준은 숫자를 읽을 수 없었다.

하지만 더해진다는 것은 알았다.

통행.

식사.

물.

잠자리.

아침 빵.

그리고 방금 떨어뜨린 자루.

모든 것이 자기 쪽으로 쌓이고 있었다.

서준은 입을 벌렸다가 닫았다.

미안하다고 해야 할까.

누구에게.

마르코에게? 장부 남자에게? 아니면 가족에게?

그 생각이 떠오르자 바지 주머니 속 사진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서준은 손을 넣어 사진을 만졌다. 낡고 젖은 종이 모서리가 손끝에 닿았다.

어머니가 전화했었다.

그는 받지 않았다.

그때는 받을 말이 없어서였다. 죄송하다는 말도, 돌려놓겠다는 말도, 다시 시작하겠다는 말도 다 거짓말처럼 느껴져서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 말이라도 하고 싶었다.

살려 달라는 말이라도.

"마르코."

서준은 처음으로 그 이름을 붙잡듯 불렀다.

마르코의 얼굴이 아주 조금 굳었다.

"제발. 나 못 해. 나 아파. 돈... 돈은 없는데, 내가..."

말은 중간에서 무너졌다.

마르코는 다가와 서준 앞에 쪼그려 앉았다.

그는 여전히 부드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서준은 그 얼굴을 때리고 싶었다.

하지만 손은 떨리기만 했다.

마르코가 서준의 손목패를 가리켰다. 다음에는 장부를 가리켰다. 마지막에는 아래로 이어진 어두운 통로를 가리켰다.

가야 한다.

그 뜻은 너무 쉬웠다.

서준은 고개를 저었다.

마르코는 낮게 무언가를 말했다. 끝이 올라가지 않았다. 달래는 말도 아니었다. 이제는 설명도 아니었다.

정리하는 말이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준은 손목 끈을 이로 물었다.

바로 인부의 손이 턱을 밀어 올렸다. 이가 혀를 씹었다. 피 맛이 났다. 탁자 뒤 남자가 손짓하자 다른 인부가 서준의 자루를 빼앗고, 대신 짧은 쇠고리가 달린 나무 막대를 가져왔다.

막대 양끝에는 낡은 줄이 달려 있었다.

그 줄은 두 사람 몫이었다.

인부가 한쪽 끝을 서준의 손목 끈에 걸었다. 다른 끝은 앞줄의 마른 남자에게 걸었다. 남자는 서준을 돌아보지 않았다.

서준은 그때 알아차렸다.

이곳에서는 혼자 도망칠 수도 없게 묶었다.

한 사람이 멈추면 다른 사람이 당겨졌다.

한 사람이 넘어지면 다른 사람도 끌려갔다.

마른 남자가 한 걸음 움직였다.

서준의 손목이 따라 끌렸다.

"아, 잠깐."

마른 남자는 멈추지 않았다.

통로 입구로 내려가는 계단은 좁았다. 아래에서는 규칙적으로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올라왔다. 누군가 헐떡였고, 누군가는 낮게 울었다. 말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숨소리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서준은 계단 첫 칸에서 뒤돌아보았다.

마르코는 아직 위에 있었다.

그는 동전 주머니를 품 안에 넣고 있었다. 그리고 서준과 눈이 마주치자, 아주 짧게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다는 듯이.

그 고개가 서준을 더 미치게 했다.

미안하면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계단 아래에서 줄이 당겨졌다.

서준은 비틀거리며 내려갔다.

발밑이 미끄러웠다. 벽에는 붉은 손자국과 검은 얼룩이 함께 말라 있었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공기가 뜨거워졌다. 철문 안쪽보다 더 습했고, 더 좁았다.

계단 중간에서 앞줄의 마른 남자가 갑자기 휘청거렸다.

서준도 같이 끌려갔다.

남자는 벽에 어깨를 부딪치고 주저앉았다. 그 순간 위쪽 인부가 긴 막대로 난간을 쳤다. 쾅, 하는 소리가 통로를 울렸다.

마른 남자는 다시 일어났다.

서준은 그를 붙잡아 세우려다 멈췄다.

왜냐하면 자기 손목이 먼저 아팠기 때문이다.

그 사실이 너무 비참했다.

남을 도울 생각보다, 당겨질 손목 통증을 먼저 계산했다.

그게 자신이었다.

"씨발..."

욕이 아주 작게 나왔다.

누구를 향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마른 남자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서준도 따라 걸었다. 따라가지 않으면 아팠고, 따라가면 아래로 내려갔다.

둘 다 싫었다.

하지만 몸은 덜 아픈 쪽을 골랐다.

계단 끝에서 넓은 공간이 열렸다.

그곳에는 자루가 산처럼 쌓여 있었고, 쇠고리와 줄이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손목패를 단 사람들이 자루를 끌어 옮기고 있었다. 누군가는 넘어져도 일어나지 못했고, 누군가는 그 사람을 밟지 않으려고 애쓰다 자신이 맞았다.

서준은 숨을 들이마셨다.

살고 싶었다.

그 생각이 다시 올라왔다.

이번에는 부끄럽지도 않았다. 거창한 다짐도 아니었다. 집으로 돌아가 사과해야 한다는 마음도 아직 아니었다.

그냥 여기서 죽기 싫었다.

그는 바지 주머니 속 사진을 손끝으로 눌렀다.

종이는 아직 있었다.

위쪽에서 철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쾅.

서준은 고개를 들었다.

문이 닫힌 뒤에도 마르코의 동전 소리가 귓속에서 계속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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