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 전이자는 다시 산다

11화: 두 닢의 물값
마르코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한서준은 그 이름을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목 안쪽에서만 걸렸다. 혀가 움직이면 막대가 먼저 올 것 같았다.
그보다 무서운 것은, 마르코가 돌아보는 일이었다.
돌아보면 알아볼까.
아니면 못 본 척할까.
둘 다 무서웠다.
서준은 동전을 쥔 손을 옷 안쪽에 더 깊이 밀어 넣었다. 젖은 천이 손등에 달라붙었다. 두 닢이 손바닥에 박혔다.
작고 차가웠다.
아직 빼앗기지 않은 것이었다.
철문 바깥 통로에서 낡은 갈색 외투가 지나갔다. 가장자리가 닳은 외투였다. 어깨선이 조금 내려앉아 있었다. 서준은 그 옷을 알고 있었다.
마르코.
그 뒤에 깨끗한 옷의 남자가 걸었다. 손에는 얇은 판자가 없었다. 대신 허리 옆 작은 가죽 주머니가 있었다. 막대 든 인부들이 그 길을 막지 않았다.
오히려 비켰다.
한 사람은 젖은 자루를 들고 있다가 벽 쪽으로 몸을 붙였다. 다른 하나는 막대를 낮췄다. 그들은 마르코를 보지 않는 척했지만, 길은 열려 있었다.
마르코는 지나갈 수 있었다.
서준은 못 나갔다.
그 사실이 속을 뜨겁게 했다. 그는 한 걸음 나가려 했다.
무릎이 먼저 꺾였다.
갈비뼈가 숨을 막았다. 낮은 문 안쪽에서 구른 충격이 뒤늦게 올라왔다. 손목은 아직 감독이 뒤집어 잡은 것처럼 아팠다. 그는 벽을 짚었다. 젖은 돌이 손바닥을 미끄럽게 밀어냈다.
막대 든 인부가 고개를 돌렸다.
서준은 멈췄다.
물통 옆의 마른 남자가 그를 보고 있었다. 남자는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아주 작게. 흔들림이라기보다 목 힘이 빠진 것 같았다.
그래도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가지 말라는 건가.
보지 말라는 건가.
살고 싶으면 참으라는 건가.
서준은 이를 물었다. 이 사이에서 쇠 맛 같은 것이 났다. 멱살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 팔았느냐고 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았다.
손에 힘도 없었다.
뛰어들면, 마르코가 놀라기도 전에 막대가 등을 찍을 것이다. 그 다음에는 손목패에 새 점이 찍힐 것이다. 아니면 낮은 문보다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갈 것이다.
그 생각이 너무 빨리 정리됐다.
서준은 그게 싫었다.
그래도 움직이지 않았다.
마르코의 동전 주머니가 한 번 더 흔들렸다.
짤랑.
소리는 철문 바깥에서 멀어졌다. 서준의 손 안에 있는 두 닢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너무 꽉 쥐고 있어서였다.
하역장 감독이 복도 안쪽에서 손짓했다.
뜻은 몰랐다. 막대가 다가오자 몸이 먼저 움직였다. 다시 작업 줄로 돌아가라는 손짓은 아니었다. 복도 끝, 물통과 빈 자루가 있는 쪽이었다.
서준은 물통을 보았다.
입안이 바로 아파졌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목이 말랐는지 그때 알았다. 그 전까지는 갈증도 통증 중 하나였다. 이제 물통을 보자 갈증이 따로 살아났다. 혀가 갈라진 것 같았다.
물통 담당 인부가 앉아 있었다. 굵은 팔에 검은 물 얼룩이 말라붙어 있었다. 그는 서준의 얼굴이 아니라 옷 안쪽을 보았다.
서준은 손을 더 감췄다.
인부가 손바닥을 폈다.
서준은 모른 척했다.
인부가 물통을 가리켰다. 그 다음 손바닥을 다시 폈다. 손가락이 젖은 공기 속에서 짧게 까딱였다.
물.
돈.
서준은 마른 남자를 보았다.
남자는 바가지를 들고 있었다. 이번에도 마시지 않았다. 그는 바가지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두 번 아주 작게 두드렸다.
딱.
딱.
그리고 입술에만 댔다. 목으로 넘기지는 않았다.
서준은 뜻을 알 수 없었다.
두 번만 마시라는 건가.
한 번에 넘기지 말라는 건가.
아니면 물도 미끼라는 건가.
물통 담당 인부가 낮게 소리를 냈다. 재촉이었다. 옆의 막대가 서준의 어깨 가까이 내려왔다.
서준은 옷 안쪽에서 손을 꺼냈다. 손바닥을 열지 않았다. 동전이 보이면 끝일 것 같았다. 그는 손가락 사이로 한 닢만 밀어냈다.
인부의 눈이 좁아졌다.
손바닥이 다시 펴졌다.
이번에는 손가락 두 개가 보였다.
두 닢.
서준은 고개를 저었다.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한 닢을 더 숨기려고 주먹을 닫자 인부의 손이 빠르게 왔다. 서준은 뒤로 물러났다. 벽이 등을 막았다.
막대가 어깨에 닿았다.
누르지는 않았다.
아직은.
서준은 숨을 들이마시지 못했다.
빼앗긴다.
물도 못 마시고 빼앗긴다.
그때 마른 남자가 바가지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딱.
소리는 작았다. 그러나 물통 담당 인부의 시선이 잠깐 그쪽으로 갔다. 마른 남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얼굴로 자기 손목패를 내려다보았다. 손목패 뒤에는 붉은 선이 없었다.
인부는 그를 더 보지 않았다.
그 짧은 사이에 서준은 한 닢을 물통 옆 돌 위에 올렸다.
손바닥은 닫았다.
인부가 동전을 집었다. 이를 드러내지도, 웃지도 않았다. 그는 물통 속으로 바가지를 넣었다가 꺼냈다.
바가지는 반도 차지 않았다.
물은 맑지 않았다. 검은 점들이 떠 있었다.
서준은 바가지를 받았다.
마시지 말아야 하나.
마셔야 하나.
목이 먼저 대답했다.
그는 바가지를 입술에 댔다. 물이 닿자 입술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한꺼번에 삼키려다 멈췄다. 마른 남자의 손가락 두 번이 떠올랐다.
조금.
멈춤.
다시 조금.
물은 차갑지 않았다. 쇠 냄새와 젖은 자루 냄새가 났다. 그래도 목을 지나갔다. 그 순간 배가 뒤틀렸다. 너무 빈 곳에 물이 떨어진 탓이었다.
서준은 몸을 굽혔다.
인부가 빵 조각 하나를 던졌다.
빵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했다. 갈색 돌처럼 딱딱했고, 가장자리에 흰 가루가 말라붙어 있었다. 서준은 그것을 받지 못했다. 빵은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바로 주웠다.
먼지가 붙었다.
털면 누가 빼앗아 갈 것 같았다.
서준은 빵을 입에 넣었다. 잘리지 않았다. 앞니가 아팠다. 그는 빵을 뺄까 하다가 침으로 적셨다. 침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물을 한 모금 더 마셨다.
빵이 조금 부서졌다.
작은 부스러기를 삼키는데도 목이 막혔다.
그래도 배가 아주 조금 무거워졌다.
그 무게가 무서웠다.
먹으면 버틸 수 있다.
버티면 다시 일한다.
다시 일하면 표시가 늘어난다.
물 한 모금과 빵 조각이 구원이 아니라 줄의 다음 칸처럼 보였다. 그런데도 그는 빵을 더 깨물었다.
지금 쓰러지면, 마르코의 등에 손끝도 닿지 못한다.
그 정도만 생각했다.
더 생각하면 몸이 먼저 달아날 것 같았다.
마른 남자가 자기 소매 안쪽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서준은 눈을 깜빡였다. 남자는 다시 보지 않았다. 그냥 소매를 눌렀다가 놓았다.
숨기라는 건가.
서준은 빵 조각을 전부 먹지 않았다. 반쯤 남은 것을 옷 안쪽, 동전 한 닢과 다른 쪽으로 밀어 넣었다. 젖은 천 사이로 빵이 부서졌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 나았다.
물통 담당 인부가 서준의 손목을 보았다.
손목패.
붉은 선.
붉은 점.
긁힌 짧은 자국.
인부는 손가락으로 그 표시를 건드리려 했다. 서준은 반사적으로 손목을 뺐다. 막대가 바로 들렸다. 그는 다시 손목을 내밀었다.
인부가 짧게 소리쳤다.
판자 든 선별자가 복도 안쪽에서 돌아왔다. 이번에는 판자뿐 아니라 검은 조각도 들고 있었다. 숯인지, 굳은 찌꺼기인지 알 수 없었다.
서준은 고개를 숙였다.
선별자는 물통 담당 인부에게서 동전을 받았다. 서준이 낸 한 닢이었다. 그는 그것을 판자 한쪽 홈에 끼우고, 서준의 손목패를 들어 올렸다.
서준은 남은 한 닢이 들킬까 봐 손을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면 들킨다.
가만히 있어도 들킬 수 있다.
선별자는 손목패 뒤쪽을 보았다. 붉은 선, 붉은 점, 긁힌 자국 옆에 검은 조각 끝을 댔다.
서준의 등에서 땀이 식었다.
또 찍는 건가.
더 안쪽인가.
검은 조각이 나무를 긁었다.
짧은 선 하나가 생겼다.
붉은 것들 옆에, 아주 가는 검은 선이었다. 아프지는 않았다. 그런데 맞는 것보다 더 나빴다. 뜻을 몰라서였다.
하역장 감독이 복도 입구에서 보고 있었다.
감독은 마르코가 지나간 쪽을 보지 않았다. 서준의 손목패만 보았다. 그리고 복도 끝, 낮은 문보다 더 좁아 보이는 옆문을 가리켰다.
그 앞에는 이미 두 사람이 서 있었다.
한 사람은 회색 끈이었다.
한 사람은 붉은 점이 있었다.
둘 다 손목을 배 쪽으로 숨기고 있었다. 둘 다 서준을 보지 않았다.
서준은 물통을 돌아보았다.
바가지는 다시 비어 있었다.
동전 한 닢은 사라졌다.
마른 남자는 바닥을 보고 있었다. 더 이상 고개를 젓지 않았다.
하지 말라는 신호도 끝났다는 뜻 같았다.
이제 해도 안 된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
서준은 남은 동전 한 닢을 손바닥 안에서 확인했다. 아주 작게 움직였다. 소리가 나지 않게. 동전은 아직 있었다.
빵 조각도 있었다.
마르코는 사라졌다.
따라갈 수 없었다.
소리칠 수도 없었다.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손해였다.
서준은 그 사실을 삼켰다. 물보다 더 쓰게 내려갔다.
그는 옆문 앞 줄에 섰다.
발바닥 밑에서 다시 얇은 떨림이 올라왔다. 낮은 문 안쪽의 벽과는 달랐다. 더 짧고, 더 고른 떨림이었다. 누군가 안쪽에서 무엇을 재는 것처럼 일정했다.
서준은 바닥을 보지 않았다.
벽도 보지 않았다.
먼저 손목패를 보았다.
새 검은 선이 젖은 나무 위에 붙어 있었다.
그 다음 자기 손을 보았다.
한 닢은 숨겼다.
빵도 숨겼다.
마르코는 놓쳤다.
놓친 것이 아니라, 아직 닿을 수 없었다.
그 말이 변명인지 사실인지 알 수 없었다.
문 안쪽에서 짧은 소리가 났다.
딱.
서준은 숨을 반만 들이마셨다.
이번에는 소리보다 먼저 오는 것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