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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 전이자는 다시 산다10화

밑바닥 전이자는 다시 산다

밑바닥 전이자는 다시 산다

10화: 벽보다 먼저 오는 것

문 안쪽은 낮았다.

한서준은 허리를 펴지 못했다. 천장이 머리 위를 눌렀고, 젖은 벽이 어깨를 스쳤다. 앞사람들의 등이 검게 이어져 있었다. 누구도 크게 숨을 쉬지 않았다.

두드림은 멈췄다.

그런데 바닥은 멈추지 않았다.

아주 얇은 떨림이 발바닥 밑에서 올라왔다. 소리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았다. 물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벽 안쪽에서 누군가 손톱으로 돌을 긁는 것처럼, 느리게, 끊어지지 않고 이어졌다.

서준은 발을 멈췄다.

막대가 등을 눌렀다.

그는 다시 걸었다.

안쪽에는 홈이 하나 더 있었다. 사람들은 붉은 점이 찍힌 젖은 자루를 벽틈 아래에 세웠다. 양손으로 누르면 검은 물이 빠졌다. 물은 홈으로 내려갔고, 남은 찌꺼기는 납작한 쇠판으로 긁어 냈다.

서준은 말뜻을 몰랐다.

그래도 손짓은 알았다.

세우고.

누르고.

긁고.

밀어 넣는다.

늦으면 막대가 왔다.

그의 차례가 왔다. 자루는 전보다 가벼웠지만, 젖은 겉감이 손바닥에 달라붙었다. 그는 벽 가까이 자루를 세웠다. 자루 안쪽에서 무언가 잘게 무너졌다.

검은 물이 천천히 흘렀다.

그는 물을 보지 않으려 했다.

물은 늦었다.

바닥도 늦었다.

앞의 사람들도 늦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볼 것이 너무 많아졌다. 손바닥. 어깨. 자루. 홈. 벽. 발바닥. 막대.

서준은 숨을 반만 들이마셨다. 다 들이마시면 갈비뼈가 아팠다.

벽이 다시 떨렸다.

이번에는 발바닥보다 먼저 손등에 닿았다. 벽 옆에 세운 자루가 아주 조금 밀렸다. 누가 민 것도 아닌데, 자루의 젖은 겉감이 서준 쪽으로 붙었다가 떨어졌다.

그는 손을 뗄 뻔했다.

막대가 가까웠다.

서준은 자루를 눌렀다.

검은 물이 홈으로 빠졌다. 물 아래에서 붉은 찌꺼기가 둥글게 돌았다. 그가 쇠판을 들자 옆의 남자가 낮게 욕처럼 들리는 소리를 냈다. 뜻은 몰라도 빨리 하라는 뜻이었다.

서준은 찌꺼기를 긁었다.

쇠판 끝이 돌바닥에 닿자 손목이 울렸다. 그 울림이 벽의 떨림과 섞였다. 자기 손목이 아픈 것인지, 벽이 흔들리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됐다.

그는 힘을 조금 풀었다.

그러자 느껴졌다.

쇠판이 닿은 곳은 딱딱했다.

벽 아래쪽은 조금 늦게 울렸다.

오른쪽 벽틈은 그보다 더 늦었다.

늦는 곳이 있었다.

그는 그 차이를 믿고 싶지 않았다.

믿으면 움직여야 했다.

움직이면 맞을 수 있었다. 틀리면 더 맞을 수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적어도 방금 쥔 쇠판을 놓지 않았다는 핑계가 남았다.

서준은 그 핑계가 얼마나 빠르게 떠오르는지 알고 있었다.

그게 더 싫었다.

서준은 고개를 들었다.

오른쪽 벽틈 앞에 회색 끈 남자가 몸을 깊게 넣고 있었다. 남자는 자루를 끌어내려 했다. 어깨가 벽 안쪽으로 들어갔고, 뺨이 돌에 거의 붙어 있었다.

서준은 그 남자를 몰랐다.

조금 전 자기 뒤에서 무릎을 찍은 사람도 아니었다. 검은 끈 여자도 아니었다. 이름도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러니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해야 했다.

그래야 덜 늦었다.

오른쪽 벽틈에서 먼지가 하나 떨어졌다.

서준은 그것을 보고 움직인 것이 아니었다.

먼지는 이미 늦었다.

그보다 먼저 발바닥 안쪽에서 떨림이 빠졌다. 있던 것이 사라졌다. 흔들리던 벽이 멈춘 것이 아니었다. 한순간 버티던 힘이 끊어진 것 같았다.

너무 조용했다.

그 조용함이 먼저 왔다.

서준은 자루를 놓았다.

옆에서 막대가 벽을 쳤다.

쩍.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과 거의 동시에 몸이 오른쪽으로 던져졌다. 서준은 회색 끈 남자의 허리께를 밀었다. 남자는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내며 넘어졌다. 서준도 같이 바닥에 굴렀다.

밀고 나서야 겁이 났다.

남자를 살리려 했다는 생각보다 먼저, 저 남자가 자기를 붙잡고 욕을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왔다. 막대가 자신을 가리키면 어쩌나. 자루를 놓았다고 손목패에 새 점이 찍히면 어쩌나.

그러고 나서야 벽이 내려왔다.

다음 순간 벽틈이 내려앉았다.

큰 소리는 아니었다.

둔하게, 짧게, 젖은 흙덩이가 떨어지는 소리였다. 그러나 떨어진 곳은 방금 남자의 머리가 있던 자리였다. 검은 물이 사방으로 튀었고, 붉은 찌꺼기가 서준의 볼에 붙었다.

작업장이 멈췄다.

이번에는 줄도 멈췄다.

서준은 숨을 쉬지 못했다. 갈비뼈가 먼저 아팠다. 손바닥은 자루를 놓은 채 비어 있었다.

비었다.

그 사실이 더 무서웠다.

그는 팔을 머리 위로 올리려 했다. 맞을 때 얼굴이라도 막아야 했다. 그러나 하역장 감독의 손이 먼저 손목패를 잡았다. 감독은 서준을 일으키지 않았다. 손목만 뒤집었다.

붉은 선.

붉은 점.

점 옆의 짧은 긁힘.

감독은 그것을 보았다.

그 다음 무너진 벽을 보았다.

그 다음 밀려난 회색 끈 남자를 보았다.

남자는 서준을 보지 않았다. 바닥에 엎드린 채 자기 머리를 만졌다. 피는 없었다. 남자는 살아 있었다. 살아 있어서인지, 아니면 맞지 않으려고인지, 곧바로 기어가 자루를 붙잡았다.

고맙다는 말은 없었다.

있어도 알아듣지 못했을 것이다.

서준은 그게 차라리 낫다고 생각했다.

감독이 무언가 짧게 말했다.

판자 든 선별자가 낮은 문 입구에서 들어왔다. 그는 깨끗한 손으로 판자를 들고 있었다. 판자 한쪽에는 붉은 점들이 있었다. 그 옆에 짧은 선들이 있었다.

감독이 서준의 손목패를 판자 가까이 들었다.

선별자는 서준의 얼굴을 처음으로 보았다.

아니, 얼굴이 아니라 눈을 보았다.

서준은 고개를 숙였다.

눈을 마주치면 더 나빠질 것 같았다.

선별자가 판자 위 한 줄에 무언가를 그었다. 짧게. 두 번. 서준은 그것이 자기 줄인지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는데도 목 안쪽이 더 말랐다.

감독은 허리춤에서 작은 것을 꺼냈다.

동전이었다.

서준은 처음에 그것이 자기에게 오는 줄 몰랐다. 감독이 손을 폈고, 동전 두 닢이 바닥에 떨어졌다.

딸깍.

딸깍.

소리가 너무 작았다.

그런데 모두가 그 소리를 들었다.

주변의 시선이 한순간 동전으로 내려갔다. 검은 끈도, 회색 끈도, 물통 쪽을 보던 마른 남자도, 모두 아주 조금 멈췄다.

서준은 움직이지 못했다.

주워도 되는 건가.

주우면 맞는 건가.

감독이 막대 든 인부에게 턱짓했다. 막대가 서준의 등을 누르지 않았다. 대신 동전 쪽을 가리켰다.

서준은 손을 뻗었다.

동전은 젖어 있었다. 검은 물이 묻어 손가락에서 미끄러졌다. 그래도 차가웠다. 분명히 손안에 남았다.

그는 동전을 꽉 쥐었다.

처음이었다.

이곳에 온 뒤 자기 손에 남은 값 같은 것이 처음으로 있었다.

지구의 동전과는 달랐다.

모양도, 무게도, 새겨진 문양도 몰랐다. 얼마짜리인지도 몰랐다. 물 한 모금이 되는지, 딱딱한 빵 한 조각이 되는지, 아니면 아무것도 못 사는 쓰레기인지도 몰랐다.

그래도 다르다는 것은 알았다.

이건 누가 그의 지갑에서 빼앗아 간 돈이 아니었다. 마르코가 계산해 장부에 더한 빚도 아니었다. 감독이 바닥에 던졌고, 서준이 자기 손으로 주웠다.

그 사실이 너무 작아서 더 위험했다.

물 한 모금보다 작은 값일 수도 있었다. 빚에서 빠지는 것이 아니라 더 묶는 표시일 수도 있었다. 저들이 무언가를 주었다는 것은, 다음에 더 가져가겠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

그래도 손안에 있었다.

그 생각이 올라오자 바로 다른 생각이 따라왔다.

빼앗길 수 있다.

서준은 주먹을 더 세게 쥐었다.

손목이 아팠다.

감독은 그를 낮은 문 밖으로 밀어냈다. 다시 줄로 돌려보내는 것이 아니었다. 벽 옆 좁은 복도였다. 복도 끝에는 물통과 빈 자루들이 쌓여 있었고, 그 너머로 철문 바깥 통로가 보였다.

마른 남자가 멀리서 그를 보았다.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서준은 왜인지 몰랐다.

가지 말라는 건가.

동전을 보이지 말라는 건가.

살았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건가.

남자의 손은 물통 가까이에 있었다.

그는 여전히 마시지 않았다. 바가지는 비어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입술만 축였고, 목으로 넘기지 않았다. 서준은 그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마시면 안 되는 물인가.

아니면 누군가에게 보이면 안 되는 물인가.

질문은 늘었다.

답은 하나도 오지 않았다.

그때 복도 너머에서 익숙한 소리가 났다.

동전 주머니가 흔들리는 소리.

짤랑거리는, 너무 가벼운 소리.

서준의 손안에 있는 두 닢보다 훨씬 많은 소리.

그는 숨을 멈췄다.

철문 밖을 지나가는 외투가 보였다. 낡은 갈색. 가장자리가 닳아 있었고, 어깨선이 어딘가 익숙했다. 그 뒤를 깨끗한 옷의 남자가 따라가고 있었다.

외투의 주인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래도 서준은 알았다.

마르코.

이름이 목 안쪽에서 걸렸다. 소리로 나오지 않았다. 나오면 막대가 올 것이다. 나오면 저 남자가 돌아볼 것이다. 돌아보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몰랐다.

서준은 동전을 쥔 손을 옷 안쪽으로 숨겼다.

분노가 먼저 오지 않았다.

도망도 먼저 오지 않았다.

먼저 온 것은 발바닥의 떨림이었다.

벽 안쪽에서 오던 것과 다른 떨림.

이번에는 사람들의 발소리였다.

마르코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서준은 아직 낮은 문 밖으로도 나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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