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코어

86화: 이성(理性)의 종말
민우의 청색 아우라가 한도준의 어깨 관절 부위 도금 장갑을 녹여 찢어 발겼을 때, 한도준은 분노에 찬 포효를 지르며 뒤로 크게 물러섰다.
“……크윽! 감히 내 몸에 상처를 내다니!”
한도준의 붉은 눈빛이 광기 어린 집착으로 이지러졌다. 그는 뒤쪽의 청색 점액질 탱크를 바라보았다.
“회장님…… 아니, 마더 코어의 마스터 정수여! 내게 진정한 종말의 힘을!”
한도준은 주저 없이 자신의 오른손 강철 손가락 끝을 칼날처럼 굳혀, 자신의 가슴 한가운데에 박혀 있던 인공 심장 동맥을 향해 깊숙이 찔러 넣었다.
푸욱!
검은 쇳물과 핏물이 뿜어져 나오는 고통 속에서도, 한도준은 탱크 하부에서 흘러나오는 고농축 청색 마더 코어 원액 추출 튜브를 잡아채 자신의 가슴 상처 구멍 속으로 직접 찔러 넣었다.
치이이이이익-!
“크아아아아아아악!”
한도준의 입에서 인간의 음성이라곤 믿을 수 없는 끔찍한 기계적 비명과 단말마가 터져 나왔다.
마더 코어의 원액이 그의 체내 초합금 신경망과 혈관으로 대량 주입되자, 그의 몸 전체가 기괴하고 비대하게 뒤틀리며 재조합되기 시작했다. 등뼈 사이로 거대한 청색 점액질 촉수 8개가 돋아나 펄럭였고, 온몸의 초합금 비늘 장갑판들은 톱날 모양의 칼날 가시들로 길게 침을 흘리며 자라났다.
그의 얼굴마저 합금 장갑과 점액질 세포가 엉겨 붙어, 더 이상 눈코입의 구분이 불가능한 괴이한 늑대 모양의 생체 병기 두상으로 완전히 뭉개져 버렸다.
[위험: 대상의 유전자 붕괴율 100% 도달.]
[대상의 자아 소멸 확인. 자아 없는 본능의 포식 괴수로 최종 전환.]
한도준은 더 이상 말도, 생각도 하지 못하는 이성 없는 괴물로 변해 버렸다. 그의 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청색과 적색이 뒤섞인 불길한 살의 아우라가 펜트하우스 전체를 흔들었다.
“크르르릉…… 콰아아악!”
괴물 한도준이 지면을 내리쳤고, 펜트하우스의 천장 콘크리트 상판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소멸만을 바라는 광기 어린 괴수가, 마지막 피의 울부짖음을 도심 하늘을 향해 포효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