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코어

8화: 적응의 함정
“끄으윽……!”
민우의 폐부가 짓눌리는 소리가 방 안에 기괴하게 울려 퍼졌다. 5배 중력. 평범한 인간이라면 장기가 파열되고 뼈가 가루가 되었을 압력이었지만, 바이오 코어는 주인의 죽음을 막기 위해 기를 쓰고 근육의 밀도를 압축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민우의 의지가 아니었다. 코어가 생존 본능에 따라 강제로 신체를 조작하는 ‘오토 파일럿’ 상태였다.
“아직이야! 코어가 근육을 만지게 두지 마! 네가 직접 명령해!”
백서아의 목소리가 멀게만 느껴졌다. 민우의 시야는 온통 붉게 번졌고, 귓가에는 심장 박동 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이 울렸다.
그때, 민우의 의식 속에서 기묘한 변화가 일어났다.
[훈련 1단계: 감각 강화(Sensory Enhancement) 개시.]
고통이 너무 극심해지자 역설적으로 감각이 명료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육체와 영혼이 분리된 것처럼, 자신의 몸 안을 흐르는 청색 나노 입자들의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들은 민우의 신경세포 하나하나를 갉아먹듯 감싸며, 주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독자적인 판단으로 신체를 변형시키고 있었다.
‘이게…… 너의 방식인가?’
민우는 의식 속에서 코어를 향해 말을 건넸다. 코어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차가운 금속성 진동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것은 지배하려 들고 있었다. 숙주를 단순한 부품으로 여기며, 가장 효율적인 ‘병기’로 재조합하려는 맹목적인 의지.
‘안 돼. 이 몸은 내 거야.’
[훈련 2단계: 신경 연결(Neural Connection) 시도.]
민우는 흩어지려는 정신을 하나로 모았다. 단순히 고통을 참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신경망을 타고 흐르는 나노 입자들에게 강제로 명령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뇌에서 뻗어 나가는 신호가 나노 입자들의 진동수와 일치하는 순간, 지독했던 이질감이 사라지고 일체감이 몰려왔다.
[숙주의 뇌파 동기화율 상승…… 40%, 60%…….]
민우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던 무질서한 청색광이 일순간 잦아들었다. 대신, 피부 밑을 흐르는 나노 입자들이 아주 정교하고 규칙적인 리듬으로 맥동하기 시작했다.
[훈련 3단계: 물리 제어(Physical Control) 성공.]
“허억……!”
민우는 떨리는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5배 중력 속에서도 그의 움직임은 물속을 유영하는 것처럼 부드러워졌다. 코어의 힘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코어의 힘을 자신의 의지라는 틀에 가둔 결과였다.
“……말도 안 돼. 벌써 동기화를?”
백서아는 모니터에 나타난 그래프를 보며 경악했다. 불규칙하게 요동치던 민우의 바이오 매스 파동이 완벽한 사인파를 그리며 안정되고 있었다.
민우는 눈을 떴다. 청색으로 물들었던 눈동자가 본래의 검은 빛을 되찾았지만, 그 눈빛 깊은 곳에는 형용할 수 없는 예리함이 서려 있었다.
“중력…… 더 높여줘요.”
민우의 목소리는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미쳤어? 지금도 한계치야!”
“아뇨, 이제야 알 것 같아요. 이 녀석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백서아는 망설이다가 다이얼을 돌렸다. 7배, 8배…… 10배 중력.
콰구궁!
방 안의 금속 타일들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휘어졌다. 하지만 민우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의 발바닥에서부터 시작된 청색 나노 입자들이 아스팔트처럼 단단하게 골격을 고정했고, 근육은 효율적인 에너지를 내뿜으며 압력을 밀어내고 있었다.
[신경망 확장 완료.]
[바이오 코어 제어 성공률 85% 도달.]
민우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10배 중력을 무시한 채, 그는 허공을 향해 가볍게 주먹을 내질렀다.
휘익-!
주먹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아니라, 공기를 찢어발기는 파열음이 났다.
“……완성이네.”
백서아는 중력 제어 장치를 껐다. 압력이 사라지자 민우는 가볍게 착지하며 숨을 골랐다. 땀범벅이 된 몸에서는 청색의 미세한 증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고생했어. 이제 넌 코어에게 먹히지 않고 그 힘을 쓸 수 있게 됐어. 하지만 이건 시작일 뿐이야.”
그녀는 수건을 민우에게 던져주며 말을 이었다.
“네오젠은 네가 적응할 시간을 주지 않을 거야. 그들은 이미 실전 데이터를 얻기 위해 더 잔인한 놈들을 준비하고 있을 테니까.”
민우는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거울을 보았다. 거울 속에는 더 이상 겁에 질린 고등학생이 없었다. 시련을 뚫고 나온,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 같은 청년이 서 있었다.
“알아요. 이제는 제가 찾아갈 차례예요.”
민우의 눈빛이 서늘하게 빛났다. 훈련은 끝났다. 이제는 실전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