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코어

7화: 진화의 메커니즘
구도심의 폐쇄된 공업 단지 지하. 녹슨 철문과 윙윙거리는 환풍기 소리를 지나자, 지상의 풍경과는 전혀 다른 기묘한 공간이 나타났다. 수십 개의 모니터가 푸른 안광을 내뿜고, 정체 모를 액체가 담긴 유리관들이 즐비한 곳. 백서아가 관리하는 이면 세계의 안전 가옥, '그림자 방(Shadow Room)'이었다.
"어머니는 걱정 마. 내가 아는 최고의 무면허 의사가 관리하는 격리 병동으로 옮겼으니까. 네오젠의 추적기조차 뚫지 못하는 차폐 시설이야."
백서아가 서늘한 금속 테이블 위에 노트북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민우는 힘없이 의자에 주저앉아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1단계 개방의 흔적인 청색 문양이 여전히 피부 밑에서 미세하게 맥동하고 있었다.
"그럼 이제…… 설명해 줘요. 내 몸속에 든 이 괴물이 대체 뭔지."
민우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백서아는 잠시 침묵하더니, 홀로그램 프로젝터를 켰다. 공중에 민우의 심장과 신경망을 본뜬 청색 입체 영상이 떠올랐다.
"이게 '바이오 코어'의 원형이야. 네오젠이 수조 원을 쏟아부어 만든 나노 생체 유기체지. 본래 목적은 인간의 노화를 방지하고 신체 능력을 극대화하는 거였지만, 연구가 진행될수록 방향이 바뀌었어. '완벽한 생체 병기'를 만드는 쪽으로."
그녀가 영상을 확대하자, 민우의 신경세포 하나하나를 나노 촉수들이 감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바이오 코어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야. 일종의 기생형 인공 생명체지. 숙주의 아드레날린과 뇌파에 반응해서 실시간으로 근육의 밀도를 높이고 골격의 구조를 변형해. 네가 병원에서 보여준 1단계 개방은 코어가 숙주의 위기 상황을 감지하고 세포의 리미터를 강제로 해제한 결과야."
"리미터요?"
"인간의 뇌는 평소에 근육의 20% 정도만 쓰도록 제한을 걸어둬. 안 그러면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찢어지니까. 하지만 바이오 코어는 그 제한을 무시해. 네 골격을 나노 입자로 강화해서 그 폭발적인 힘을 견디게 만드는 거지."
백서아는 민우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하지만 공짜는 없어. 개방할 때마다 네 수명은 깎여 나가고, 무엇보다 네 자아(Ego)가 위험해져. 코어의 침투율이 높아질수록 넌 점점 인간이 아닌 '병기'로서의 사고방식에 지배당하게 될 거야. 병원에서 그 사내를 죽일 때, 죄책감이 느껴졌어?"
민우는 멈칫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때 느꼈던 것은 죄책감이 아니었다. 방해물을 치웠다는 서늘한 고취감, 그리고 압도적인 우월감에 가까웠다. 민우의 침묵에 백서아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시작이야. 코어는 숙주의 도덕심이 아니라 효율성을 우선하니까. 그래서 지금부터 훈련이 필요해. 힘을 쓰는 법이 아니라, 힘에 먹히지 않는 법을."
그녀는 테이블 위에 작은 청색 캡슐 하나를 놓았다.
"이건 코어의 폭주를 억제하고 신경망 동기화를 돕는 조절제야. 하지만 이건 임시방편일 뿐이지. 결국 네가 스스로 코어와 대화해야 해. 코어를 부품이 아니라 네 몸의 일부로 인정하고, 네 의지로 통제력을 가져와야 한다는 소리야."
민우는 캡슐을 집어 들었다. 차가운 금속성 촉감이 손 끝에 닿았다.
"훈련은 어떻게 시작하죠?"
"간단해. 지옥을 경험하는 거지."
백서아가 버튼을 누르자, 민우가 앉아 있던 의자에서 수십 개의 전극이 튀어 나와 그의 사지를 고정했다. 동시에 방 안의 중력이 비정상적으로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우드득-!
민우의 어깨뼈가 중력을 견디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가슴 속의 코어가 주인의 고통에 반응해 다시금 청색광을 내뿜으려 요동쳤다.
"안 돼! 코어에 주도권을 주지 마! 네가 직접 근육을 조절해! 세포 하나하나를 네 의지로 제어하라고!"
백서아의 날카로운 외침이 쏟아지는 중력 속을 뚫고 들어왔다. 민우는 이빨을 악물었다. 입안에서 비릿한 피맛이 났다.
진화는 고통을 먹고 자란다. 소년의 진짜 사투는 이제 막 시작된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