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코어

6화: 분노의 각성
지하 통로를 빠져나온 민우의 시선이 향한 곳은 구도심 외곽의 ‘성모 요양 병원’이었다. 백서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민우는 본능적인 이끌림을 이기지 못했다. 가슴 속의 바이오 코어가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것은 숙주의 가장 소중한 연결 고리가 끊어지려 할 때 발생하는 생체 공명이었다.
“기다려, 강민우! 함정일 가능성이 높아!”
백서아가 뒤에서 소리쳤지만, 민우의 다리는 이미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보폭으로 지면을 차고 있었다.
병원 로비는 평소와 달리 기괴할 정도로 정적에 싸여 있었다. 안내 데스크에는 아무도 없었고, 복도의 형광등은 기분 나쁘게 깜빡이고 있었다. 민우는 계단을 단숨에 뛰어올라 어머니가 계신 402호 병실 문을 거칠게 열어젖혔다.
“엄마……!”
하지만 민우를 맞이한 것은 어머니의 따뜻한 미소가 아니었다.
병실 안에는 검은 전술복을 입은 세 명의 사내들이 어머니의 침대를 둘러싸고 있었다. 한 명은 어머니의 산소호흡기 줄을 손에 쥔 채 민우를 향해 비릿한 웃음을 지었고, 나머지 둘은 소음기가 장착된 권총을 민우에게 겨누었다.
“예상보다 빠르군. 역시 모성애라는 건 훌륭한 추적 장치야.”
산소호흡기를 쥔 사내가 나직하게 읊조렸다. 그는 네오젠의 하위 요원이 아닌, 살기 어린 눈빛을 가진 전문 ‘청소부’였다.
“그 손 치워…….”
민우의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 전신이 부르르 떨리며 피부 밑의 청색 나노 입자들이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치우라고? 글쎄, 시제품의 안정성을 확인하려면 숙주의 감정적 한계치가 필요하다던데. 지금 딱 좋은 실험 환경 아닌가?”
사내가 산소호흡기 밸브를 서서히 잠그기 시작했다. 침대 위 어머니의 가슴이 가쁘게 들썩이며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
“아…… 아아…….”
어머니의 창백한 얼굴이 더욱 하얗게 질려가는 것을 본 순간, 민우의 머릿속에서 무언가 날카롭게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숙주의 아드레날린 분비량 임계치 돌파.]
[감정 동기화율 95% 도달.]
[바이오 코어, 1단계 개방(Phase-1 Release)을 승인합니다.]
“그 손 치우라고 새끼야아아아!!”
민우의 절규와 함께, 그의 가슴 중앙에서 눈부신 청색광이 폭발했다.
콰구구궁!
단순한 빛이 아니었다. 민우의 피부를 뚫고 솟아난 청색의 유기 장갑이 어깨와 팔뚝을 감싸기 시작했다. 뼈가 재조합되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민우의 신장은 한 뼘 더 커졌고, 눈동자는 흰자위조차 보이지 않는 심연의 청색으로 물들었다.
“뭐, 뭐야?! 벌써 1단계 개방이라고?!”
요원들이 당황하며 방아쇠를 당겼다.
푸슛! 푸슛!
탄환들이 민우의 가슴과 어깨에 박혔다. 하지만 탄환들은 살점을 뚫는 대신, 솟아오른 청색 장갑에 부딪혀 찌그러진 채 바닥으로 떨어졌다. 민우는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쉬익-!
민우가 바닥을 찼다. 아니, 순간 이동에 가까운 속도였다.
“컥!”
어머니의 호흡기를 쥐고 있던 사내의 목을 민우의 손이 낚아챘다. 민우의 손등에는 기괴한 생체 나노 촉수들이 돋아나 사내의 목줄기를 파고들고 있었다.
“내 엄마한테…… 손대지 마.”
콰득!
민우가 손에 힘을 주자, 사내의 목뼈가 허무하게 바스러졌다. 민우는 시체나 다름없는 사내를 벽면으로 내던졌고, 벽은 거대한 구멍이 뚫리며 무너져 내렸다.
남은 두 요원이 공포에 질려 권총을 난사했지만, 1단계 개방을 마친 민우에게 그것은 느릿하게 움직이는 장난감에 불과했다. 민우는 공중에서 탄환을 손으로 쳐내며 다가갔다.
“괴, 괴물……!”
“아니, 난 그냥 강민우야.”
민우의 주먹이 요원의 복부를 관통했다. 방탄복은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고, 요원은 병실 창문을 깨고 4층 아래로 추락했다. 마지막 남은 한 명은 다리가 풀려 바닥에 주저앉아 겁에 질린 채 신음하고 있었다.
민우는 짐승 같은 숨을 몰아쉬며 어머니의 곁으로 다가갔다. 거칠게 요동치던 청색 장갑이 서서히 피부 밑으로 스며들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허억…… 허억…… 엄마…….”
민우는 떨리는 손으로 산소호흡기 밸브를 다시 열었다. 어머니의 호흡이 서서히 안정을 되찾는 것을 확인하자, 민우는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강민우! 빨리 나가야 해! 증원이 오고 있어!”
백서아가 병실로 뛰어 들어왔다. 그녀는 바닥에 뒹구는 요원들의 시체와 박살 난 병실을 보며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벌써 1단계를 성공시킨 거야?”
“……엄마를 지켜야 했어요.”
민우는 어머니의 손을 꼭 쥐었다. 비록 어머니는 잠들어 계셨지만, 민우는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은 더 이상 예전의 소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가자. 네 엄마는 내 지인들이 운영하는 비밀 병동으로 옮길 거야. 거기라면 네오젠도 쉽게 찾지 못해.”
백서아는 다급하게 통신을 넣으며 민우를 부축했다. 병원 밖에서는 수십 대의 차량이 급정거하는 소리와 헬기의 로터 소리가 들려오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민우는 눈물을 닦아내며 일어섰다. 가슴 속의 바이오 코어가 이제는 차갑고 묵직한 힘으로 느껴졌다.
인간의 마음을 가진 괴물. 소년은 그 첫발을 피로 물든 병실에서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