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코어

5화: 도심의 그림자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차가운 새벽 공기가 폐부를 찌를 때마다 비릿한 피비린내가 섞여 들었다. 민우는 구도심의 좁고 복잡한 골목길을 짐승처럼 질주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이미 심장이 터져나갔을 속도였지만, 바이오 코어는 쉴 새 없이 신선한 산소와 에너지를 근육으로 퍼 날랐다.
윙- 윙-!
머리 위 상공에서 불길한 기계음이 들려왔다. 네오젠의 소형 감시 드론 ‘허밍버드’들이었다. 그것들은 붉은색 레이저 포인터를 골목 구석구석으로 쏘아대며 민우의 흔적을 쫓고 있었다.
‘잡히면 끝이야.’
민우는 담벼락을 짚고 높게 도약했다. 3미터가 넘는 높이의 창고 지붕 위로 가볍게 올라선 순간, 등 뒤에서 가차 없는 총성이 울렸다.
푸슛! 푸슛!
소음기가 장착된 특수 탄환들이 민우가 방금 딛고 서 있던 기와를 박살 냈다. 민우는 몸을 낮추며 지붕 위를 굴렀다. 깨진 기와 파편이 뺨을 스쳤지만, 상처는 생기기도 전에 바이오 코어의 나노 입자들에 의해 즉시 수복되었다.
“타깃 발견! 7시 방향 창고 옥상! 전 대원 포위망 좁혀라!”
아래쪽에서 무장한 요원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사방에서 군화 발소리가 아스팔트를 때리는 소리가 메아리쳤다. 네오젠은 단 한 명의 소년을 잡기 위해 소대급 규모의 특수 병력을 투입한 상태였다.
민우는 막다른 길에 몰렸다. 앞에는 깎아지른 듯한 10층 높이의 빌딩 벽면이었고, 뒤에는 무장한 요원들이 총구를 겨누며 다가오고 있었다.
“포기해라, 쥐새끼. 여기서 더 도망갈 곳은 없다.”
요원 중 한 명이 섬광탄을 꺼내 들었다. 민우의 가슴속 심장이 요동쳤다. 바이오 코어가 강제로 근육의 밀도를 높이며 반격을 준비하려 했다. 하지만 어설픈 반격은 곧 집중 포화로 이어질 터였다.
그때였다.
치익-!
어둠 속에서 검은색 연막탄 하나가 요원들의 발밑으로 떨어졌다. 순식간에 골목길은 시야를 가리는 짙은 회색 연기로 가득 찼다.
“뭐야? 기습이다!”
요원들이 당황하며 무차별적으로 사격하려는 순간, 민우의 목덜미를 강한 힘이 낚아챘다.
“멍청하게 서 있지 말고 따라와!”
익숙한 목소리. 차갑지만 신뢰가 가는 그 목소리에 민우는 저항을 멈췄다. 백서아였다. 그녀는 어둠 속에서도 귀신같이 길을 찾아내며 민우를 부축해 빌딩 사이의 비좁은 하수구 환기구 안으로 몸을 던졌다.
지하 하수도의 눅눅하고 불쾌한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적어도 드론의 시야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다.
민우는 젖은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전신을 감돌던 푸른 빛이 서서히 잦아들며 지독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말했잖아. 평범하게 행동하라고.”
백서아가 권총의 탄창을 확인하며 차갑게 뱉었다. 그녀의 뺨에는 연막탄의 그을음이 묻어 있었고, 숨소리 또한 평소보다 거칠었다.
“전…… 나름대로 노력했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먼저…….”
“네오젠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집요해. 네가 편의점에 발을 들인 순간, 이미 네 유전자 정보는 그들의 서버에 등록됐을 거야.”
그녀는 가방에서 작은 휴대용 단말기를 꺼내 주변의 전파를 스캔했다.
“지금 도심 전역에 네 얼굴이 수배됐어. 이제 지상으로 나가는 건 자살 행위야.”
민우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럼 우리 엄마는요? 병원비는 어떡하고, 엄마 혼자 거기 있는데……!”
“네 엄마는 당분간 안전할 거야. 네오젠도 바이오 코어의 완벽한 융합 데이터를 얻기 전까지는 인질을 함부로 죽이지 않아. 오히려 네가 잡히는 순간, 너와 네 엄마 모두 실험실의 표본이 될 뿐이지.”
백서아의 냉혹한 현실 고발에 민우는 고개를 떨궜다. 소년의 어깨가 작게 떨렸다. 평범한 고등학생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운명의 무게였다.
백서아는 잠시 민우를 응시하다가, 한숨을 내쉬며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살고 싶어?”
민우는 고개를 들어 그녀의 차가운 눈동자를 보았다.
“네. 살아서…… 엄마를 지키고 싶어요.”
“그럼 괴물이 돼. 인간의 마음을 가진 괴물.”
그녀는 하수도 지도 화면을 민우에게 보여주었다.
“여기서 2km 전방에 네오젠의 도심 지하 통신 중계국이 있어. 거기서 네 수배 정보를 지우고, 추적 신호를 교란시켜야 해. 이게 우리가 살아남기 위한 첫 번째 협력이야.”
민우는 자신의 가슴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붕대 안쪽에서 바이오 코어가 주인의 결의에 응답하듯 둔탁하고 강한 고동을 울렸다.
“알겠어요. 갈게요.”
소년의 눈동자가 다시 한번 짙은 청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이제 더 이상 도망치는 미끼가 아니었다. 생존을 위해 이빨을 드러낸 어린 포식자의 기세였다.
백서아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권총의 공이를 당겼다.
“좋아. 사냥 시작이야.”
두 그림자는 지하의 깊은 어둠 속으로 소리 없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