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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코어4화

바이오 코어

바이오 코어

4화: 일상의 파편

“……정말로 본 적이 없단 말이지?”

정장 차림의 사내, 네오젠의 요원 ‘강석후’는 태블릿 PC를 거두지 않은 채 민우의 눈동자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그의 시선은 단순한 의심을 넘어, 상대의 망막 떨림과 모공의 확장까지 읽어내려는 듯 지독하게 집착적이었다.

민우는 카운터 아래에서 주먹을 꽉 쥐었다. 손바닥을 파고드는 손톱의 통증이 오히려 고마웠다. 그 통증 덕분에 가슴속에서 날뛰려는 푸른 괴물을 억누를 수 있었으니까.

“네, 진짜로요. 전 그냥 시간 맞춰 나와서 물건 채우고 계산하는 게 다라서요.”

민우는 일부러 시선을 살짝 피하며 목소리를 떨었다. 겁먹은 고등학생 연기. 그것만이 지금 민우가 휘두를 수 있는 유일한 무기였다.

지지직, 지직.

순간, 민우의 귓가에 미세한 전기 노이즈가 들렸다. 사내의 귀에 꽂힌 인이어 이어폰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였다.

민우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인간의 청력을 아득히 넘어선 바이오 코어의 감각이 사내의 통신 내용을 가로챈 것이다. 들키고 있었다. 아무리 겉모습을 꾸며내도, 심장 깊숙이 박힌 이 괴물은 거짓말을 할 줄 몰랐다.

강석후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번졌다. 그는 태블릿을 카운터 위에 툭 던져놓고는, 천천히 민우의 목덜미 쪽으로 손을 뻗었다.

“학생, 어깨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는데? 그리고…… 그 바람막이 안쪽에서 기분 나쁜 열기가 느껴지거든.”

“저, 저기…… 손님, 왜 이러세요……!”

민우가 뒤로 물러나려 했으나, 강석후의 움직임은 뱀처럼 빨랐다. 그의 손이 민우의 바람막이 지퍼를 낚아채 아래로 확 끌어내렸다.

치익-!

지퍼가 열림과 동시에, 하얀 붕대 사이로 새어 나오던 희미한 청색 안광이 편의점의 형광등 불빛 아래 노출되었다. 피부 밑을 꿈틀거리며 기어가는 청색 나선 문양. 그것은 네오젠이 그토록 찾던 ‘마더 코어’의 각인 그 자체였다.

“찾았군. 쥐새끼.”

강석후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옆에 서 있던 다른 요원이 즉시 품속에서 전기 충격봉을 꺼내 들었다.

“실험체 확보. 저항 시 생명 유지 장치를 제외한 모든 부위의 파괴를 허가한다.”

상황은 순식간에 파편화되어 흘러갔다.

치이익! 고전압의 스파크가 민우의 턱밑을 향해 쇄도했다.

‘죽어.’

민우의 뇌리에서 서늘한 명령이 떨어졌다. 민우의 의지가 아니었다. 위협을 감지한 바이오 코어의 자발적인 방어 기제였다.

퍼억-!!

민우의 팔이 반사적으로 튀어 나갔다. 어떤 기술도, 폼도 없었다. 그저 눈앞의 위협을 밀어내겠다는 본능적인 쳐내기였다. 하지만 그 사소한 움직임에 실린 질량은 폭주하는 기관차의 충돌과 맞먹었다.

전기 충격봉을 휘두르던 요원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돌았다. 그의 몸은 편의점의 대형 유리창을 박살 내며 도로 위로 튕겨 나갔다. 와장창! 날카로운 유리 파편들이 새벽의 적막을 깨트리며 쏟아졌다.

“이……!”

강석후가 경악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는 즉시 허리춤의 권총을 뽑으려 했으나, 이미 폭주하기 시작한 민우의 신경망은 그보다 열 배는 더 빨랐다.

[전투 모드 강제 전환.]
[근섬유 고밀도 압축률 120% 개방.]

민우의 시야가 푸른색으로 물들었다. 카운터 위의 껌 통, 담배 진열대, 강석후의 당황한 눈동자가 마치 정지 화면처럼 느릿하게 움직였다. 민우는 바닥을 걷어찼다.

콰드득!

플라스틱 타일 바닥이 민우의 발밑에서 조각조각 부서졌다. 단 한 걸음 만에 카운터를 뛰어넘은 민우는 강석후의 손목을 낚아챘다.

“끄악!”

강철로 만든 바이스로 조이는 듯한 악력에 강석후의 손목뼈가 우드득 소리를 내며 뒤틀렸다. 권총이 바닥으로 맥없이 떨어졌다. 민우는 그대로 그의 멱살을 잡고 바닥에 내리꽂았다.

쿵-!!

편의점 바닥이 움푹 파이며 거대한 진동이 울렸다. 강석후는 입으로 피를 토하며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정적.

깨진 유리창 너머로 서늘한 새벽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민우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가락 끝에서 청색의 나노 입자들이 미세한 전기를 일으키며 명멸하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삼각김밥을 정리하고 손님에게 인사를 건넸던 평범한 일상은, 박살 난 유리 파편들과 함께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다.

“하아…… 하아…….”

민우는 고개를 들어 편의점 구석의 CCTV를 보았다. 붉은색 램프가 깜빡이며 민우의 얼굴을 네오젠 본사로 실시간 전송하고 있었다.

이제 숨을 곳은 없었다.

멀리서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그것은 경찰이 아닐 것이다. 네오젠의 더 강력한 사냥개들이 몰려오는 소리였다.

민우는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가방을 집어 들었다. 가방 안에는 어머니의 병원비 영수증과 다 떨어진 문제집이 들어있었다. 평범한 고등학생 강민우의 마지막 흔적이었다.

민우는 지퍼를 올리고 후드를 깊게 눌러썼다.

‘가야 해.’

민우는 깨진 유리창을 넘어 어둠이 가시지 않은 도심의 골목 안쪽으로 몸을 날렸다. 소년의 뒤로, 초코 24의 네온사인 간판이 힘겹게 깜빡이다가 마침내 꺼져버렸다.


같은 시각, 네오젠 본사 상황실.

대형 스크린에는 편의점 CCTV 영상이 일시 정지되어 있었다. 푸른 안광을 뿜으며 요원의 멱살을 잡고 있는 민우의 모습.

그 앞에 서 있던 한 사내가 차가운 눈빛으로 화면을 쓸어내렸다. 짧게 깎은 머리에 왼쪽 뺨을 가로지르는 깊은 흉터. 네오젠 특수기동대 ‘프레데터’의 팀장, 한도준이었다.

“마더 코어가 드디어 주인을 골랐군.”

그는 손에 쥐고 있던 강철 악력기를 단숨에 으깨버리며 나직하게 읊조렸다.

“전 요원에게 공표한다. 타깃은 구도심 서쪽 하수 구역으로 도주 중이다. 생포가 원칙이나, 코어 적출에 방해가 된다면 사지 절단도 허용한다.”

한도준이 방을 나선 뒤, 어두운 상황실 안에는 민우의 푸른 눈동자만이 스크린 위에서 서늘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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