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코어

64화: 독물의 세례
“네오젠이 벼랑 끝에 몰렸어. 미친 짓을 시작하려는 모양이야.”
안전 가옥으로 돌아온 백서아가 다급하게 단말기를 두드리며 통신 로그를 스캔했다.
“그들이 도심 서부의 ‘광암 정수장’ 메인 배수 밸브에 미완성 바이오 바이러스(Atlas-V) 용액 드럼통 수십 개를 강제로 주입하려 하고 있어. 서울 시민의 절반인 500만 명에게 강제로 나노 감염을 일으키려는 테러 계획이야.”
“미친 자식들…… 자금이 막히고 궁지에 몰리니까 판을 통째로 엎으려 하는군.”
윤호가 이빨을 갈았다.
“이 바이러스는 실패작이라 감염자 90% 이상이 즉각적인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사망하거나 뇌사 상태에 빠지게 될 거야. 대재앙이 일어나는 거지.”
민우는 일어서며 가죽 장갑의 손목 스트랩을 굳게 당겼다.
“정수장으로 갑니다. 저지해야 해요.”
새벽 2시 15분. 광암 정수장 메인 배수동.
폭우가 쏟아지는 밤하늘 아래, 거대한 원형 정수조들이 펼쳐져 있었고, 그 너머로 네오젠의 검은색 수송 차량들과 특수 화학 방호복을 입은 요원들이 배수 밸브 주변에 모여 화학 드럼통을 연결하려 들고 있었다.
“침입자다! 사격해!”
방호복을 입은 요원들 뒤에서, 어깨에 거대한 가스 분사기를 메고 있는 녹색 가죽 슈트의 사내가 걸어 나왔. 네오젠 특수기동대의 간부이자, 고농도 기화성 독가스를 마음대로 부리는 이능력자 ‘맹독’이었다.
“강민우…… 네놈이 그 코어로 모든 걸 망쳐놨지. 여기서 내 바이러스와 함께 썩어 문드러져라!”
맹독이 가스 분사기 밸브를 돌리자, 정수조 전체를 덮을 만큼 거대하고 끈적끈적한 녹색 산성 독안개가 폭풍처럼 뿜어져 나와 민우 일행을 덮치기 시작했다. 안개에 닿은 쇠 파이프들이 치익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동료들이 방어막을 형성하려 했으나, 산성 독안개의 부식력은 물리적 장벽마저 녹여버릴 듯 매서웠다. 민우는 동료들을 뒤로 물러서게 한 뒤, 녹색 독안개의 한가운데를 향해 거침없이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