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코어

58화: 그림자의 이빨
비 내리는 구도심의 좁은 골목길. 가로등마저 깨져 있어 골목 안은 물감을 칠해놓은 듯한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민우는 골목길을 홀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의 발소리만이 고요한 어둠 속에서 규칙적으로 울렸다.
스윽.
이상한 기척은 없었다. 소리도, 바람의 결도, 심지어 살의조차 느껴지지 않는 완벽한 무의 상태. 그것은 이면 세계에서 탑클래스 암살자로 악명 높은 ‘그림자 살수’의 특수 이능력이었다. 그는 자신의 신체와 무기를 빛이 닿지 않는 완벽한 3차원 그림자 차원으로 숨겨 기습하는 살인마였다.
민우의 등 뒤, 바닥에 비친 가로등의 희미한 그림자 속에서 검은 칼날 하나가 소리도 없이 솟구쳐 올랐다.
칼날의 목표는 민우의 아킬레스건과 목덜미였다. 단 0.1초 만에 소년의 생명을 끊어버릴 잔혹한 이빨이었다.
탁-!
하지만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민우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오른손을 가볍게 뒤로 뻗어 튀어나오던 검은 칼날을 손가락 세 개로 정확히 움켜잡았다.
깡!
마치 쇠와 쇠가 맞부딪히는 맑은 금속음이 골목길을 채웠다.
“……뭐, 뭐라고?!”
그림자 차원 속에서 숨죽이고 있던 살수의 경악 섞인 신음이 흘러나왔. 칼날을 쥔 민우의 세 손가락 끝은 청색 나노 입자로 장갑화되어 있어, 날카로운 살수의 칼날에도 흠집조차 나지 않은 상태였다.
“소리는 숨겼을지 몰라도, 네가 차원을 이동할 때 발생하는 미세한 중력 왜곡과 전자기 신호까지 숨기지는 못했군.”
민우는 눈동자를 짙은 청색으로 빛내며, 칼날을 쥔 손가락에 힘을 주어 그대로 비틀어 버렸다.
콰직!
살수의 검은 칼날이 유리 조각처럼 박살 나며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크헉!”
무기가 파괴당한 반동으로 그림자 속에서 검은 복면을 쓴 살수가 튀어나오며 바닥을 굴렀. 그의 오른손은 베인 상처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괴물 같은 자식…… 감각만으로 내 차원 침투를 잡아냈단 말이냐?”
살수가 다급히 품에서 연막탄을 꺼내 도주하려 했으나, 민우의 기동이 한발 더 빨랐다. 신경 가속을 가동한 민우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살수의 코앞에 도달해 있었고, 그의 오른손이 살수의 목덜미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살려…… 살려줘…….”
“누가 널 보냈지?”
민우의 목소리는 얼음보다 차가웠다. 소년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죽음의 심연에, 살수는 사지를 떨며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