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코어

53화: 폭주의 심박
이면 세계의 지하 안전 병동.
삐이이이이이-.
어머니가 누워 있던 바로 옆 병실의 모니터에서 기분 나쁜 일직선의 플랫 라인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민우의 심박수가 0으로 떨어진 것이었다.
“안 돼! 심박 조율기 출력 최대로 올려!”
백서아가 의사인 김 박사를 도우며 다급하게 비명을 질렀다. 김 박사는 민우의 가슴에 제세동기 패드를 대고 전류를 흘려보냈다.
쿵! 콰직!
민우의 몸이 침대 위로 크게 튀어 올랐으나, 모니터의 붉은 실선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가슴뼈가 가루처럼 바스러지고 심장 근육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어, 현대 의학의 장비로는 그의 숨줄기를 다시 돌려놓을 수 없었다.
“맥박이 안 잡혀…… 뇌사 판정 기준 시간까지 3분 남았네.”
김 박사가 절망적인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 순간, 민우의 가슴팍에 박혀 있던 차가운 은색의 바이오 코어가 갑자기 미친 듯이 붉고 푸른 인광을 번갈아 뿜어내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방 안의 전자기기들이 일제히 오작동을 일으키며 화면이 흔들렸다. 코어는 숙주인 민우가 사망할 경우 자신도 영구 비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숙주의 생명을 강제로 유지하기 위한 마지막 비상 구동 프로토콜을 스스로 발동한 것이었다.
[비상 수칙 제1조 가동: 숙주의 생존 보장을 위한 세포 재배치 개시.]
[경고: 숙주의 자아 소멸 및 나노 유기체 자아에 의한 신체 주도권 잠식 위험성 99%.]
치이이이익-!
민우의 바스러진 가슴 뼈마디 사이로 수억 개의 청색 나노 촉수들이 마치 거미줄처럼 세포 틈새를 비집고 터져 나왔다. 촉수들은 바스러진 갈비뼈 잔해들을 융합해 초밀도의 합금 골격 구조로 강제로 이어붙이기 시작했고, 찢어진 심장 판막 세포들을 자신들의 나노 입자로 메우며 강제 구동 실린더 형태로 재조합했다.
그것은 단순한 치료가 아니었다. 인간 강민우의 신체 조직을 지워내고, 완벽한 자아 없는 생체 병기의 유기물로 전신을 강제로 덮어씌우는 기괴하고도 잔혹한 세포 재배치 폭주 시퀀스였다.
“민우야…… 너 몸이……!”
서아는 공포에 질려 뒤로 물러섰다. 민우의 온몸 피부 아래로 푸른 실핏줄 모양의 나노 입자들이 톱날처럼 솟구쳐 오르고 있었고, 그의 얼굴 근육마저 괴물처럼 일그러지고 있었다.
소년의 가슴 속에서 잠자던 괴물이, 숙주의 목숨을 담보로 삼아 육체를 완전히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