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코어

44화: 블랙 아웃
지하 메인 서버실 내부. 수천 개의 서버 랙들이 내뿜는 차가운 백색 소음과 LED 불빛들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곳이 바로 초국적 거대 기업 네오젠의 전 세계 금융 혈맥이자 불법 자금의 요새였다.
“단말기 연결 완료. 지금부터 금융망 접근 시도할게.”
백서아가 메인 콘솔에 해킹 단말기를 연결하고 손가락을 빠르게 놀렸다.
“네오젠의 자금 흐름은 전 세계 30여 개 페이퍼 컴퍼니를 거쳐 복잡하게 우회 분산되어 있어. 하지만 메인 서버의 마스터 해시 키만 있으면 이 모든 금융 자산을 일시에 잠글 수 있어.”
삐빅-!
화면에 ‘ACCESS GRANTED’ 문구와 함께 네오젠의 천문학적인 불법 자금 흐름도가 붉은 그래프로 나타났다. 누적 금액만 수십 조 원에 달하는 규모였다.
“동결시킬게요.”
서아가 마스터 키를 입력하고 엔터 키를 내리쳤다.
[금융망 차단 승인. 전 세계 자산 동결 시퀀스 작동.]
순식간에 붉은 그래프들이 전부 회색으로 변하며 ‘FROZEN’이라는 표시가 깜빡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프로젝트 아틀라스 연구 자금, 사설 용병 부대 급여, 그리고 각국 고위층에게 보내지던 뇌물 계좌의 잔고가 소리 소문 없이 잠겨버린 것이다.
동시에, 네오젠 본사 대성그룹의 계열사 주식 거래소 서버로 악성 금융 거래 정보 데이터가 송출되었다. 네오젠이 자행해 온 불법 생체 실험 데이터와 뇌물 리스트가 연계된 금융 부조리 문건이 전 세계 금융 거래소로 폭로된 것이었다.
다음 날 아침.
도심의 모든 전광판과 경제 신문 1면은 대성그룹과 네오젠의 주가 대폭락 뉴스로 도배되었다.
“대성그룹 핵심 계열사 네오젠, 불법 실험설 및 대규모 회계 부정 정황 포착. 개장 직후 주가 하한가 직행!”
“하루 만에 시가총액 15조 원 공중분해. 금융 당국, 즉각적인 거래 정지 및 특별 수사 착수 검토!”
네오젠 본사 타워는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 전 세계 투자자들이 자금 회수를 요구하며 아우성을 쳤고, 그들의 연구 기지는 자금 공급 차단으로 전력과 보급품 수송이 즉각 마비되기 시작했다.
이면 세계의 안전 가옥에서 뉴스를 시청하던 윤호는 기쁜 듯 캔 음료를 들이켰다.
“하하! 대성그룹 대가리들이 아주 미쳐버리려고 하겠군. 주가가 종잇조각이 됐어!”
“하지만 저들이 이대로 당하고만 있진 않을 거야.”
지아가 붕대를 감은 팔로 턱을 괴며 말했다. 민우 역시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코너에 몰린 맹수는 더 잔혹하게 이빨을 드러내기 마련이었다. 이제 네오젠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덤벼들 것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