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코어

43화: 레이저 격자
연회장의 은은한 샴페인 향을 뒤로한 채, 민우와 백서아는 비상 통제실의 비밀 잠금장치를 풀고 내부로 잠입했다.
그 너머에 위치한 55층 최하층의 메인 지하 서버실로 이어지는 특별 통로. 하지만 통로의 끝에 도달하자마자 두 사람의 발걸음이 멈춰 섰다. 어두운 콘크리트 복도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붉은색 광선들이 보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고밀도 적외선 감지 레이저 격자(Laser Grid)였다.
“단순한 경보용이 아니야. 물체 접촉 시 3000도 이상의 초고열 탄소 레이저가 활성화되어 타깃을 그 자리에서 증발시켜 버리는 군용 보안 시스템이야.”
서아는 휴대용 디텍터의 수치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격자 사이의 틈새는 성인 한 명이 통과하기는커녕 고양이 한 마리도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하게 얽혀 있었다.
“제가 가겠습니다.”
민우가 타이와 셔츠 단추를 가볍게 풀었다.
[바이오 코어, 출력 25% 동기화.]
[신체 유연성 극대화 및 국소 세포 압축 시퀀스 제안.]
가슴속의 코어가 부드럽게 박동하며 민우의 몸에 파란 빛을 흘렸다. 그의 골격 뼈마디가 연골처럼 부드럽게 이완되고, 전신의 근육 섬유가 얇게 압축되는 기묘한 신체 변형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민우야…… 너 뼈가…….”
서아는 눈앞에서 민우의 어깨너비가 반으로 줄어들고 몸의 두께가 극도로 얇아지는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민우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첫 번째 레이저 격자 틈새로 발을 디뎠다.
스스스.
마치 연체동물처럼 유연해진 신체를 뒤틀며, 민우는 레이저 선 사이의 불과 수 센티미터의 틈새로 손과 다리를 밀어 넣었다. 칼날 같은 레이저 광선이 그의 슈트 깃을 1밀리미터 차이로 스쳐 지나갔지만, 민우의 움직임은 흔들림 없이 고요했다.
허리를 비틀어 공중에서 굴러 격자의 하단부를 통과하고, 이어서 골격의 압축력을 가동해 벽면과 격자 사이의 실선 틈새를 미끄러지듯 통과했다.
마침내 마지막 장벽인 그물망 모양의 레이저 격자 앞에 선 민우는 몸을 극도로 웅크린 뒤, 한 발로 벽을 짚고 공중 회전을 하며 격자를 완벽하게 뛰어넘었다.
탁.
레이저 차단벽의 건너편 바닥에 소리 없이 착지한 민우는 몸을 털어내며 원래의 뼈마디를 철컥 소리와 함께 정상 위치로 되돌렸다.
그는 바로 옆에 위치한 레이저 메인 제어 콘솔의 전선을 뜯어내고 나노 촉수를 연결해 레이저 전체를 영구 비활성화시켰다. 붉은 빛의 격자들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안전해요. 서아 누나, 들어오세요.”
복도 끝에서 백서아가 감탄을 터뜨리며 뛰어왔다.
“방금 그건…… 기적에 가까운 생체 제어였어.”
“코어의 능력이 제 신경과 완벽히 융합되고 있는 증거예요. 자, 메인 서버실로 갑시다.”
두 사람은 굳게 닫힌 메인 서버실의 해치를 향해 거침없이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