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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코어31화

바이오 코어

바이오 코어

31화: 붉은 잉크

“이 정도 자료라면 네오젠의 추악한 민낯을 세상에 폭로하기에 충분해.”

백서아가 USB 드라이브를 흔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안에는 네오젠이 빈곤층 환자나 연고 없는 부랑자들을 대상으로 자행한 불법 생체 실험 보고서와 피해자 명단이 낱낱이 기록되어 있었다.

“사회적인 공론화가 필요해. 아무리 이면 세계가 무법지대라 해도, 대성그룹 같은 초국적 기업은 여론의 직격탄을 맞으면 휘청거릴 수밖에 없으니까.”

서아는 이면 세계에서 정의감 넘치는 언론인으로 정평이 난 ‘대한일보’의 사회부 부장 황 기자를 접선책으로 선택했다.

“오늘 밤 9시, 대한일보 본사 빌딩 8층 아카이브실에서 만나기로 했어. 그는 오랫동안 대성그룹의 비리를 추적해 온 사람이야. 충분히 믿어도 좋아.”

민우는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심장 속 코어가 불규칙한 박동을 일으키며 끊임없이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밤 8시 55분. 도심 한복판에 우뚝 솟은 대한일보 빌딩.

민우와 백서아는 야간 당직실의 눈을 피해 한적한 8층 아카이브실로 잠입했다. 오래된 서류 뭉치와 육중한 철제 캐비닛이 즐비한 서고 안은 묘한 긴장감 속에 침묵하고 있었다.

서고 깊숙한 곳, 책상 위에 놓인 작은 램프 하나에 의지해 앉아 있는 희끗한 머리의 남자가 보였다. 황 기자였다.

“황 부장님, 약속한 자료를 가져왔습니다.”

서아가 조심스럽게 다가가며 USB를 내밀었다. 황 기자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서아와 민우를 응시했다. 그의 눈동자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고, 창백한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미안하네, 백 선생.”

그의 목소리가 힘없이 떨렸다.

“어쩔 수가 없었어. 내 어린 딸아이의 신장 이식 수술을 지원해 줄 수 있는 곳은…… 이 나라에서 대성그룹뿐이었으니까.”

그 순간, 민우의 감각이 황 기자의 주머니 속에서 미세하게 새어 나오는 전파 신호를 포착했다. 초소형 발신기의 붉은 인광이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

“서아 누나, 함정이에요! 당장 물러서요!”

민우가 외치며 서아의 소매를 낚아채는 찰나, 아카이브실 천장의 스프링클러 배관에서 불길한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화재 경보기가 고막을 찢을 듯 요동치기 시작했고, 입구의 육중한 철제 방화문들이 굉음을 내며 일제히 내려앉았다.

쿵! 콰아앙!

순식간에 8층 서고는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강철의 밀실로 변모했다. 황 기자는 얼굴을 감싸 쥐며 구석으로 주저앉았고, 천장의 스프링클러 헤드에서는 맑은 물이 아닌, 비릿하고 매캐한 취기가 감도는 특수 독가스가 안개처럼 살포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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