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코어

29화: 보이지 않는 실선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새벽 1시. 한국 통신 타워의 지하 3층은 불 꺼진 미로 같았다.
민우와 백서아는 청소용 통로를 통해 지하 기계실로 조용히 침투했다. 사방에 얽힌 두꺼운 광케이블과 고압 변전 설비들이 웅웅거리는 진동음을 내뿜고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네오젠의 독자적인 보안 차단벽 구역이야. 물리적 장벽뿐만 아니라, 무선 신호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재머(Jammer)가 가동 중이야.”
서아가 미세한 전자 탐지기를 보며 속삭였다.
“문제없어요.”
민우는 벽면에 설치된 금속 배관에 손을 얹었다. 가슴속 바이오 코어 시제품이 서서히 깨어나며, 손끝에서 수십 개의 미세한 청색 촉수들이 배관의 접지선을 타고 안으로 스며들었다.
[전자기장 감지 수용체 가동.]
[보안 폐쇄망 검색 중…… 재밍 신호 패턴 분석 완료.]
[역위상 주파수 방출을 통한 재머 무력화 개시.]
치익, 치지직.
기계실 천장에 매달려 있던 붉은색 재머 장치들의 표시등이 일시적으로 주황색으로 변하며 작동을 멈췄다. 보이지 않는 전파 차단벽이 민우의 생체 전자기 간섭에 의해 일시적으로 무력화된 것이다.
“해킹 디바이스 연결해 주세요.”
민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아는 허리에 차고 있던 소형 단말기를 배선함에 연결했다. 단말기 화면에 네오젠의 메인 프레임워크 구조도가 화려하게 펼쳐졌다.
- “보안 등급 최고 레벨 세션 감지. ……잠깐, 이게 뭐지? 실시간 데이터 스트림이 흐르고 있어. 이건…… 네오젠 최고 간부회의 피드야!”
서아의 손가락이 자판 위를 날아다녔다. 그녀의 해킹 프로그램은 민우가 뚫어놓은 전자기 통로를 타고 네오젠 내부 망의 가장 깊은 곳인 ‘이사회 화상 회의’ 라인으로 침투했다.
치지직-.
단말기 화면의 노이즈가 걷히더니, 이내 여러 개의 화면으로 분할된 화상 회의 영상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은색의 거대한 이사회 회의 테이블을 중심으로, 전 세계 각지에 흩어진 네오젠의 핵심 지부장들과 간부들의 얼굴이 비춰지고 있었다.
“……아틀라스 프로젝트의 1단계는 완료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윤아의 보고에 따르면, 융합체인 강민우의 진화 속도가 당초 예상을 아득히 상회하고 있습니다.”
회의 화면의 중심에서 날카로운 안경을 쓴 노신사가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민우와 서아는 숨을 죽였다. 화면 속 인물들은 바로 이 도시를 거대한 생체 병기 실험장으로 삼아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킨 원흉들이었다.
소년의 가슴 속에서 바이오 코어 시제품이 이들의 목소리에 반응하듯 뜨거운 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