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코어

28화: 주파수의 지배자
“기습을 당했으니,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어. 역습이다.”
도심 외곽의 임시 텐트 안. 윤호가 이를 악물며 주먹을 쥐었다. 그들의 옷에는 여전히 붉은 가스의 흔적이 미세하게 남아 있었다.
“네오젠이 우리 은신처를 그토록 정확하게 알아낸 건, 이 근방의 광대역 주파수 탐지망을 가동했기 때문이야.”
백서아가 지도 위에 붉은 점을 찍었다.
“구도심 중앙에 위치한 ‘한국 통신 타워’의 지하 3층. 겉으로는 공용 통신 시설처럼 보이지만, 네오젠의 도심 특별 통신 중계소가 은밀히 입주해 있어. 거기를 해킹하면 적들이 어떻게 우리 위치를 찾아냈는지, 그리고 그들의 다음 작전이 무엇인지 역으로 추적할 수 있어.”
“문제는 그곳의 통신 보안망이 폐쇄망이라는 거지. 물리적으로 서버실에 단자를 연결하지 않으면 해킹이 불가능해.”
지아의 지적에 민우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가슴속 바이오 코어 시제품이 지상에서 방출되는 미세한 전자기 신호들을 해독하려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바이오 코어 시제품, 감각 신경 세포 재조합 개시.]
[전자기장 감지 수용체(Electroreceptor) 각성 프로세스 가동.]
삐이이이-.
순간, 민우의 귀에 날카로운 이명이 들려왔다. 단순한 소리가 아니었다. 도심 전역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수백만 개의 전파 신호, Wi-Fi 주파수, LTE 및 5G 신호, 그리고 네오젠이 사용하는 암호화된 군용 주파수들이 시각적인 파동이 되어 눈앞에 아른거렸다.
민우는 눈을 번쩍 떴다. 그의 눈동자가 차가운 청백색으로 빛나며 미세한 전기 스파크가 명멸했다.
“느껴져요…….”
“뭐라고?”
서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민우를 바라보았다.
“이 근방에 흐르는 전파 신호들이 보여요. 마치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전파의 궤적이…… 저기 북동쪽 2킬로미터 지점에 유독 강한 노이즈가 집중되는 주파수가 있어요. 암호화된 대역폭이에요.”
서아는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하며 지도를 확인했다. 민우가 가리킨 방향은 다름 아닌 한국 통신 타워의 위치였다.
“말도 안 돼…… 바이오 코어가 전자기 안테나 능력까지 각성한 거야?”
“네. 단순한 강화 유기체가 아니라, 전자기 신호를 직접 수신하고 간섭할 수 있는 생체 수신기로 진화한 것 같아요. 서버실에 굳이 물리적으로 연결하지 않아도, 중계소 기둥 근처까지만 가면 코어의 나노 촉수를 전파 안테나 삼아 무선으로 보안망에 침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윤호는 흥미롭다는 듯 무릎을 탁 쳤다.
“좋아, 사냥꾼이 방어벽을 깨부수러 갈 차례군.”
“이번 작전은 은밀 침투입니다. 저와 서아 누나가 먼저 중계소 내부로 들어가 보안 장벽을 무력화할 테니, 윤호 형과 민석 형은 외곽에서 대기하다가 비상 상황 시 화력 지원을 준비해 주세요.”
민우는 코어의 감각을 최대로 끌어올리며 통신 타워가 있는 어둠 속을 노려보았다. 도시의 모든 전파가 소년의 지배 아래 놓이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