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코어

27화: 붉은 안개
밤의 어둠이 가장 깊어지는 새벽 3시. 폐기된 차량 기지의 공기는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
스슥. 스슥.
미세한 소리가 정적을 깼다. 민우는 잠든 채 가슴을 누르고 있던 손을 떼며 눈을 떴다. 가슴속 바이오 코어가 평소와 다른 간헐적이고 높은 주파수의 경고 신호를 울려대고 있었다.
[경고: 대기 중 비정상적인 화학 물질 유입 감지.]
[성분 분석: 고농도 신경 마비 가스(S-99).]
[폐 호흡기 정화 기능 작동 제안.]
“모두 일어나요! 습격입니다!”
민우가 벌떡 일어나 터널 내부를 향해 소리쳤다. 그의 외침과 동시에 천장에 매달린 환풍구를 뚫고 철제 캔 몇 개가 떨어졌다.
픽-! 치이이익!
캔에서 짙은 붉은색 가스가 뿜어져 나와 순식간에 터널 안을 채우기 시작했다. 가스에 닿은 기지 내의 작은 쥐들이 몇 초 만에 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쿨럭! 윽…… 머리가…….”
가장 먼저 몸을 일으킨 윤호가 비틀거리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기지 외곽을 감시하던 센서들도 네오젠의 특수 해킹 프로그램에 의해 이미 먹통이 된 상태였다.
“지아 누나! 염동력으로 가스를 밀어내요! 통로 쪽으로 벽을 만들어요!”
민우의 지시에 지아가 초점이 흐려지는 눈을 부릅뜨며 양손을 앞으로 뻗었다.
우우웅-!
그녀의 정신력이 극대화되면서 터널 한가운데에 투명한 공기 장벽이 형성되었다. 밀려들던 붉은 가스가 보이지 않는 장벽에 부딪혀 소용돌이쳤다.
“막았지만…… 오래 버티기는 힘들어…… 머리가 깨질 것 같아…….”
지아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이능력은 엄청난 정신력을 소모하기에, 마비 가스의 독소가 이미 그녀의 전두엽을 미세하게 압박하고 있었다.
“제가 돕겠습니다.”
민우가 지아의 등으로 다가섰다. 가슴속 코어에서 뿜어져 나오는 서늘한 청백색의 파동을 양손 끝으로 집중시킨 뒤, 지아의 어깨 날개뼈 부근에 조심스럽게 손을 얹었다. 그의 손끝에서 뻗어 나온 초미세 나노 촉수들이 지아의 신경망에 기생하며 공명하기 시작했다.
[생체 공명 개시. 개체 ‘지아’의 이능력 출력 150% 증폭.]
파아앗!
지아의 전신에서 은백색의 인광이 폭발적으로 일렁였다. 흐릿하던 그녀의 눈동자가 강렬한 빛을 띠며 고정되었다.
“이, 이건……!”
지아는 자신을 관통하는 거대하고 순수한 물리적 에너지에 전율했다. 그녀가 가볍게 손을 내밀자, 은백색의 장벽이 붉은 안개를 통째로 터널 밖으로 밀어내며 폭풍처럼 뻗어 나갔다.
“지금입니다! 출구는 막혔으니 환기용 수직 갱도를 뚫고 탈출해야 합니다!”
민우가 민석을 향해 소리쳤다.
“내게 맡겨라!”
신체를 강철 수준으로 경화시킨 민석이 머리 위쪽의 낡은 콘크리트 수직 환기구를 향해 몸을 던졌다. 민석의 몸뚱이는 그 자체로 훌륭한 굴착기였다.
콰아앙!
두꺼운 콘크리트 천장이 박살 나며 밤하늘의 시원한 공기가 아래로 쏟아져 내렸다. 민우는 지아와 윤호를 각각 양어깨에 메고, 코어의 도약력을 극대화하여 부서진 천장 너머로 솟구쳤다.
피어오르는 붉은 안개를 뒤로한 채, 늑대들은 가스 덫에서 무사히 빠져나와 검푸른 새벽의 숲으로 사라졌다. 네오젠의 기습은 실패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