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코어

26화: 늑대들의 소굴
도심 외곽의 폐기된 지하철 차량 기지. 오랫동안 방치되어 녹슨 열차들과 잡초가 무성한 콘크리트 잔해가 가득한 이곳이, 이능력자 동맹의 새로운 은신처로 결정되었다.
“여기라면 네오젠의 위성 추적망에서도 안전해. 지하 정비 터널은 이중 철근 콘크리트로 차폐되어 있어서 전자기 신호 유출을 막아주거든.”
백서아가 기지 내부의 낡은 배전반을 손보며 전등을 켰다. 침침한 황색 불빛이 어두운 터널 내부를 채웠다.
윤호, 지아, 민석 세 사람은 각자 구출한 장비를 정리하거나 부상을 치료하고 있었다. 민우는 한쪽에 앉아 눈을 감고 가슴 속 바이오 코어 시제품과 교감하고 있었다.
[숙주와 주변 이능력체의 생체 파동 분석 중.]
- 분석 결과:
- 개체 ‘윤호’: 열 변형 이능력. 발화 및 고온 방출 가능.
- 개체 ‘지아’: 염동 이능력. 국소 공간 물리적 변형 가능.
- 개체 ‘민석’: 경화 이능력. 신체 고밀도 탄소 구조 개조 가능.
코어는 세 사람의 세포 구조와 에너지 파동을 분석해 실시간 데이터로 전송해주고 있었다. 민우는 코어의 기능 중 하나인 ‘생체 공명’을 이용하면 이들의 능력을 증폭시키거나 정밀한 협동 전술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민우 대장, 뭘 그렇게 열심히 보고 있어?”
윤호가 다가오며 캔 음료를 던졌다. 민우는 그것을 가볍게 받아 한 모금 마셨다.
“우리가 가진 능력들의 연계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우린 머릿수에서 네오젠에 절대적으로 밀립니다. 정면 대결이 아니라, 유기적인 연계로 적의 급소를 찔러야 해요.”
“연계라…… 구체적으로 어떤 거지?”
민석과 지아도 흥미를 느끼며 다가왔다.
“예를 들어, 민석 형님이 신체를 경화해서 방패가 되어 전방을 막아주는 동안, 지아 누나가 염동력으로 적의 포탑이나 시야를 흐려놓습니다. 그리고 윤호 형님이 화력으로 적의 중심부를 파괴하고, 제가 그 틈을 타 나노 침투 능력으로 적의 지휘관이나 주요 전술 차량을 무력화하는 식이죠.”
민우는 낡은 테이블 위에 도심 지도를 펼치고 손가락으로 거점을 짚었다.
“게다가 제 코어는 여러분의 이능력 에너지와 공명할 수 있습니다. 제가 나노 입자를 통해 여러분의 이능력 전달 경로를 활성화하면, 능력의 출력과 유지 시간을 순간적으로 극대화할 수 있을 겁니다.”
“이능력의 출력을 극대화한다고? 그런 게 가능해?”
지아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이론상으로는 가능해.”
어느새 다가온 백서아가 보충 설명했다.
“바이오 코어 시제품은 나노 단위로 인간의 신경망과 골격을 재조합하는 병기야. 민우의 나노 촉수가 너희들의 경혈이나 신경계에 미세하게 결합되면, 이능력 방출 효율을 극도로 올려주는 일종의 ‘생체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어.”
윤호는 흥미롭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재밌군.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라 진짜 전쟁을 준비하는 느낌이야.”
“우리가 상대해야 하는 건 세계적인 대기업입니다. 철저한 준비 없이는 개죽음뿐이에요.”
민우의 눈동자가 차가운 안광을 뿜어냈다.
“내일부터 은신처 뒤편의 폐기장에서 실전 연계 훈련을 시작하죠. 네오젠이 우리의 존재를 깨닫고 움직이기 전에, 우리가 먼저 완벽한 사냥꾼이 되어야 합니다.”
그날 밤, 녹슨 차량 기지의 지하 깊은 곳에서는 청백색 나노 입자의 불빛과 붉은 화염, 그리고 은밀한 염동의 왜곡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거대한 포식자를 겨냥한 칼날을 벼려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