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코어

22화: 선전 포고
구도심의 폐허 속에 감춰진 이면 세계의 무허가 병동. 차가운 금속 격벽과 먼지 쌓인 의료 장비들로 둘러싸인 곳이었지만, 적어도 네오젠의 감시망에서는 완전히 벗어난 안전 가옥이었다.
삐- 삐- 삐-.
어머니의 가슴에 부착된 생체 센서가 규칙적인 심박음을 울렸다. 이면 세계의 연장자이자 의사인 ‘김 박사’가 청진기를 떼며 민우를 바라보았다.
“안정제 수치가 높긴 하지만 신체에 큰 손상은 없다네. 급격한 환경 변화 탓에 잠시 맥박이 격동했을 뿐이야. 안심해도 좋네.”
“……감사합니다, 박사님.”
민우는 그제야 팽팽하게 당겨졌던 긴장의 끈을 풀고 의자에 주저앉았다. 온몸을 뒤덮었던 서늘한 푸른 인광이 가라앉으며 지독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드르륵.
병실 문이 열리며, 어깨에 흰 붕대를 감은 백서아가 걸어 들어왔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눈빛만큼은 여전히 형형하게 살아있었다.
“서아 누나! 다친 곳은 괜찮아요?”
민우가 황급히 일어서려 하자, 서아는 손을 내저으며 그를 만류했다.
“겨우 어깨가 조금 삔 것뿐이야. 나보다 네 걱정이나 해. 네오젠은 이번 실패로 완전히 눈이 뒤집혔어. 도심 전역의 위장 요원들에게 총동원령이 내려졌어.”
그녀는 병동 모니터에 도심의 실시간 감시 카메라 피드를 띄웠다. 순찰차로 위장한 네오젠의 검은 SUV들이 도로를 누비고 있었다.
민우는 침대에 누워 있는 어머니의 평온한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언제까지고 도망치며 숨어 살 수는 없었다. 오늘 밤은 어머니를 구했지만, 내일은, 그리고 그다음 날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네오젠이라는 거대한 뿌리를 뽑아내지 않는 한, 소중한 사람을 지킬 안전지대는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누나.”
민우의 목소리가 낮고 무겁게 울렸다.
“더 이상 도망치지 않을래요.”
서아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도망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에요. 우리가 숨을 곳을 찾는 동안, 저들은 다음 음모를 꾸밀 테니까요. 이제는 제가 직접 그들의 심장을 겨누겠습니다.”
민우의 가슴속 바이오 코어 시제품이 그의 의지에 반응하듯 묵직하고 강렬한 공진음을 내뿜었다. 청백색의 섬광이 민우의 눈동자 속에서 일렁였다.
“네오젠을 부수겠어요. 그들이 나를 괴물로 만들었다면, 그 대가가 어떤 것인지 똑똑히 보여줄 겁니다.”
서아는 민우의 확고한 결의를 보며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소년의 눈빛은 이미 단순한 도망자의 그것이 아니었다. 한 마리의 사나운 늑대가 어둠 속에서 적을 사냥할 준비를 마친, 서늘하고도 예리한 눈빛이었다.
“그래. 네가 그런 각오라면, 나도 끝까지 함께 갈게. 마침 네오젠의 숨통을 조일 좋은 정보가 하나 들어왔어.”
서아가 태블릿을 두드리며 새로운 작전 파일을 띄웠다. 모니터 위로 붉게 명멸하는 타깃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진정한 반격의 서막이 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