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코어

2화: 전율하는 포식자
“커, 헉……! 끄으으……!”
민우의 폐부가 찢어질 듯한 비명 대신 쿨럭이는 핏덩이가 골목길 바닥을 적셨다.
가슴팍을 관통해 들어오는 감각은 단순한 통증이 아니었다. 수천, 수만 개의 미세한 바늘이 혈관을 타고 역류해 들어가 세포 하나하나를 갈기갈기 찢어발기는 생지옥의 감각. 뜨겁게 달구어진 납물을 온몸의 피와 강제로 섞는다면 이런 느낌일까. 민우는 바닥을 구르며 자신의 가슴을 쥐어뜯었다. 교복 셔츠는 이미 엉망진창으로 찢겨 나갔고, 손톱이 살점을 파고들어 붉은 피가 새어 나왔지만 그 상처조차 인지하지 못할 만큼 체내에서 벌어지는 폭발이 압도적이었다.
[숙주의 유전체 분석 99% 완료.]
[기생형 바이오 코어, 숙주의 척수 및 중추신경계 전역으로 나노 촉수 확장을 개시합니다.]
[경고: 숙주의 심폐 기능이 정지 직전입니다. 생존을 위해 강제 아드레날린 분비 및 근육 섬유 고밀도 압축을 실행합니다.]
머릿속을 지지직거리며 울리는 기계음이 고통의 크기를 증폭시켰다.
민우의 몸이 활처럼 팽팽하게 꺾였다. 우드득, 우두두둑! 기괴한 골격 파열음이 정적을 깨고 터져 나왔다. 어깨를 관통했던 탄환의 구멍 주위로 청색의 액상 물질이 실핏줄처럼 돋아나더니, 상처 내부에 박혀 있던 탄두를 밖으로 서서히 밀어내기 시작했다. 팅그르르, 핏방울과 함께 바닥에 떨어진 놋쇠 탄두가 허무한 소리를 냈다.
동시에, 실험체 47호가 자아를 잃고 뿜어내던 살기가 일순간 굳어졌다.
괴물로 변해버린 사내는 황금색의 세로형 동공을 가늘게 떨며, 한 걸음 물러섰다. 본능이었다. 먹잇감인 줄 알고 덮쳤던 가냘픈 인간 소년에게서, 자신을 단숨에 찢어발길 수 있는 ‘상위 포식자’의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신이 주입받았던 불완전한 유기체와는 차원이 다른, 완벽한 통제권을 가진 순수한 모체의 압박감이었다.
“키, 키에엑……? 마…… 마더……?”
괴물이 웅얼거리는 기괴한 음성은 공포로 젖어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상황이야? 액상 물질이 민간인 놈의 상처로 전부 흡수됐다고? 포획 장비가 작동하지 않아!”
네오젠의 수색 요원 중 한 명이 기계를 다급하게 두들기며 비명을 질렀다. 특수 진공 흡입기 내부의 게이지는 아무것도 감지하지 못한 채 제로를 가리키고 있었다.
가장 거구이자 팀장인 사내의 눈빛이 급격하게 가라앉았다. 야간 투시경 너머로 보이는 민우의 전신은 이미 청색의 기묘한 광오라로 뒤덮여 요동치고 있었다.
“미끼 장치에 시제품이 강제 융합된 거다. 최악의 시나리오군.”
팀장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당황도 없었으나, 소총을 움켜쥔 손가락에는 힘이 한껏 들어가 있었다.
“시제품의 자발적 융합은 본사 연구소에서도 성공한 적이 없는 변수다. 숙주가 물질을 완전히 동화하기 전에 두부(頭部)를 파괴한다. 화력을 집중해라! 흔적도 남기지 마!”
푸슛! 푸수슛!
소음기가 장착된 세 자루의 특수 소총이 일제히 총구를 불을 뿜었다. 불과 몇 초 전이었다면 민우의 몸은 벌집이 되어 차가운 시체로 변했을 터였다.
하지만, 민우의 감각은 이미 인간의 영역을 아득히 초월해 있었다.
‘온다.’
지독한 통증의 바다 속에서, 민우의 뇌 신경망이 초 단위가 아닌 밀리초(ms) 단위로 주변 세계를 분할하기 시작했다.
우웅-!
고막을 울리는 기묘한 공진음과 함께 세상이 멈췄다. 아니, 민우의 인지 속도가 물리적인 시간을 앞질렀다. 허공을 가르며 날아오는 세 발의 탄환 궤적이 밤공기의 파동을 일으키며 느릿하게 다가오는 서늘한 형상으로 시야에 박혔다.
퍼억!
민우는 바닥을 짚고 몸을 튕겨냈다. 깃털처럼 가벼운 도약. 하지만 그 반동으로 민우가 딛고 있던 아스팔트 바닥은 거미줄 같은 균열과 함께 움푹 파여 나갔다. 탄환 세 발이 민우가 방금 전까지 쓰러져 있던 지면을 날카롭게 파고들며 불꽃을 튀겼다.
“……!”
네오젠 대원들의 눈이 경악으로 찢어졌다. 인간의 반응 속도가 아니었다. 방탄복을 입은 거구들이 황급히 총구를 상공으로 올리려 했으나, 공중으로 솟구친 민우의 신체는 이미 제어가 불가능한 탄성을 품고 있었다.
스스스스윽.
민우의 등 뒤와 척추 라인을 따라 청색의 나노 유기 장갑이 미세하게 돋아났다가 피부 밑으로 갈무리되었다. 착지하는 순간, 온몸의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요동치며 타오르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했다.
“아아아아!!”
민우는 소리를 지르며 본능적으로 가장 가까이 있던 대원의 흉부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어떤 격투 기술도 없는, 그저 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에 불과한 단순한 지르기였다.
쾅-!!
둔탁한 파열음이 골목길을 뒤흔들었다. 특수 합금판과 방탄 섬유로 겹겹이 두른 네오젠 요원의 두터운 방탄조끼가 민우의 주먹이 닿는 순간 거짓말처럼 종잇장처럼 일그러졌다. 대원의 거구는 한 발자국도 버티지 못한 채 그대로 허공으로 떠올랐고, 십여 미터 뒤에 있던 낡은 철제 대문을 박살 내며 건물 내부로 처박혔다.
“쿠헉……!”
단 한 마디의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요원은 의식을 잃고 고꾸라졌다. 조끼 내부의 갈비뼈가 전부 바스러지는 소리가 사방에 섬뜩하게 울렸다.
“이, 이 괴물 같은 새끼가……! 저건 단순한 융합이 아니야! 코어의 출력이 맥시멈으로 터지고 있다!”
남은 대원 한 명이 공포에 질려 소총을 난사하려 했다. 하지만 민우의 신형 신경망은 이미 그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기는 궤적을 예측하고 있었다. 민우는 신속하게 바닥을 차고 들어가 대원의 소총 총열을 왼손으로 움켜쥐었다.
지이익! 콰득!
단단한 군용 강철로 제작된 소총의 총열이 민우의 귀면 같은 악력에 힘없이 휘어지고 찌그러졌다.
“말도 안 돼…….”
대원이 넋을 잃고 중얼거리는 사이, 민우는 총을 그대로 빼앗아 골목 벽면으로 내던졌다. 그리고 그의 가슴을 걷어찼다. 육중한 체구가 시멘트 벽에 부딪히며 쿵 소리를 냈고, 대원은 그대로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이제 남은 것은 네오젠 수색팀의 팀장, 그리고 자아를 잃고 웅크린 실험체 47호뿐이었다.
팀장은 쓰러진 대원들을 번갈아 보더니, 권총집에서 특수 유청 탄환이 장착된 대구경 권총을 뽑아 들었다. 그의 이마에서도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실패작들과는 궤를 달리하는군. 숙주와의 완벽한 공생태라니. 네놈의 신체 샘플은 본사로 반드시 가져간다.”
팀장이 권총을 조준하려는 찰나, 민우의 심장이 다시 한번 크게 요동쳤다.
쿵-!!
“커헉……!”
동시에 민우는 무릎을 꿇었다. 전신을 채우던 초인적인 힘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시야가 붉고 검게 번지기 시작했다. 과부하가 걸린 것이다. 바이오 코어는 숙주의 빈약한 고등학생 신체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 이상의 에너지를 강제로 끌어다 썼고, 그 대가로 근육과 세포들이 비명을 지르며 정지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경고: 숙주의 생체 에너지 고갈율 92%.]
[구동 한계 시간 초과. 세포 붕괴를 막기 위해 휴면 모드로 전환합니다.]
“하아…… 하아…….”
민우의 입에서 거친 숨이 터져 나왔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가슴의 상처는 청색의 나노 조직들로 임시 봉합되어 피는 멈췄으나, 전신을 짓누르는 피로감은 당장이라도 기절하고 싶을 정도였다.
팀장이 냉혹한 미소를 지으며 권총의 공이를 당겼다.
“한계군. 억지로 힘을 쥐어짜 낸 대가다. 얌전히 따라와라.”
권총 구멍이 민우의 미간을 정확히 겨냥했다.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기려는 그 절체절명의 순간.
타아앙-!
네오젠 팀장이 들고 있던 권총이 불꽃을 튀기며 허공으로 날아갔다. 골목길 빌딩 옥상에서 날아온 정밀한 저격이었다.
“윽!”
팀장이 손목을 감싸 쥐며 뒤로 물러섰다. 어둠이 짙게 깔린 골목길 위쪽, 담벼락을 타고 한 줄기 날렵한 그림자가 가볍게 내려앉았다.
칠흑 같은 검은 가죽 재킷을 입고, 한 손에는 소음기가 장착된 고성능 권총을 든 여성. 바람에 흩날리는 단발머리 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녀는 민우의 상태와 네오젠 대원들을 빠르게 스캔하더니, 팀장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거기까지 해, 네오젠의 사냥개들.”
그녀의 목소리에는 깊은 증오와 냉소 가 서 있었다.
“백서아……! 네년이 왜 여기에……!”
팀장이 이빨을 갈며 그녀의 이름을 뱉어냈다. 네오젠의 비밀 연구소를 폭파하고 시제품의 유출을 도왔던 전직 핵심 연구원이자 탈주자.
“너희의 그 추악한 장난감이 누구에게 들어갔는지 보러 왔지.”
백서아는 민우의 청색 눈동자를 확인하고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놀랍네. 설마 마더 코어를 제어해 내는 숙주가 진짜로 존재할 줄이야.”
그녀는 다급하게 민우의 겨드랑이 사이에 팔을 끼워 부축했다. 민우의 몸은 이미 한계에 달해 스르륵 무너지고 있었다.
“정신 차려, 소년. 여기서 잠들면 저놈들의 해부대 위에서 깨어나게 될 테니까.”
“저, 저기…… 우리 엄마…… 약값…….”
민우는 흐려져 가는 의식 속에서도 찢어진 가방의 흔적을 더듬으며 웅얼거렸다. 백서아는 그 처절한 대사에 가슴 한구석이 찌릿해지는 것을 느끼며, 가차 없이 팀장을 향해 엄호 사격을 가했다.
탕! 탕! 탕!
네오젠 팀장이 엄폐물 뒤로 몸을 숨기는 사이, 백서아는 민우를 들쳐메고 골목길 구석의 은밀한 하수 통로 변치로 몸을 날렸다. 이성을 잃고 구석에 박혀있던 실험체 47호 역시 네오젠의 증원 헬기 소리가 하늘을 메우자 비명을 지르며 반대편 어둠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지직, 지직.
가로등이 마침내 완전히 꺼지며 골목길에는 깊은 어둠과 박살 난 잔해들만이 남았다.
소년의 가슴속, 청색으로 빛나던 심장은 깊은 잠에 빠져들듯 서서히 그 고동을 낮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었다. 인간의 몸을 버리고 완벽한 병기로 거듭나기 위한, 잔혹하고 위대한 진화의 첫 단추가 완전히 끼워진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