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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코어1화

바이오 코어

바이오 코어

시놉시스

인간을 완전한 생체 병기로 진화시키는 초국적 기업의 극비 시제품 '바이오 코어'.
불의의 사고로 이 금단의 물질을 흡수하게 된 평범한 소년 강민우.
세포 단위에서 시작되는 기괴하고 압도적인 진화, 그리고 도심의 어둠 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생존 싸움이 시작된다!

1화: 심장, 요동치다

지독하게 비릿한 피비린내가 골목길의 눅눅한 밤공기를 타고 코끝을 찔렀다.

습기를 머금은 아스팔트 바닥에서는 한낮의 열기가 채 식지 않은 채 끈적한 불쾌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녹슬어 버린 철제 대문들과 금이 간 시멘트 벽면 사이로 흐르는 공기는 무겁기 그지없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사람의 인기척은커녕 길고양이 한 마리 보이지 않는 철저한 고독의 공간. 구도심 외곽의 재개발 구역은 밤이 되면 이처럼 거대한 무덤처럼 변하곤 했다.

민우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낡은 가죽 가방의 끈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손바닥에는 축축하게 땀이 배어 있었다. 가죽 끈이 살을 파고드는 감각이 평소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졌다. 대성그룹의 극비 계열사로만 암암리에 알려진 유전공학 기업 ‘네오젠’. 그곳의 물류창고가 아닌, 구도심의 어느 음침한 지하 주차장에서 정체불명의 피투성이 사내에게 건네받은 가방을 이 한적한 지정 좌표로 배달하는 것. 그것이 오늘 민우가 맡은 심부름의 전부였다.

낮 동안 고등학교에서 꾸역꾸역 졸음을 참아가며 수업을 듣고, 곧장 심부름센터로 달려와 밤늦게까지 발을 굴리는 생활. 18세의 고등학생이 감당하기에는 명백히 과중한 일과였지만, 민우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이번 달 약값…… 어떻게든 채워야 해.’

종합병원 중환자실과 일반 병동을 오가며 하루하루 연명하고 계신 어머니의 얼굴이 뇌리를 스쳤다. 매달 날아오는 무자비한 액수의 병원비와 약값 영수증은 소년의 어깨를 짓누르는 거대한 바위였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나 일반적인 가공식품 배달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금액. 그렇기에 심부름센터 소장이 “보안이 극비라 꿀알바다. 시키는 대로 가방만 들고 튀어라”라며 슬쩍 건넨 이 일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평소 받던 일당의 무려 세 배에 달하는 거금이었다.

하지만 밤 11시를 넘어선 이 순간,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민우의 가슴속에서는 알 수 없는 불길함이 번져나갔다.

불과 10분 전, 지하 주차장에서 민우에게 이 가방을 던지듯 맡겼던 그 피투성이 사내의 기괴한 조언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빨리…… 빨리 가져가! 이 안에 든 걸 약속된 장소로 배달해! 놈들이 쫓아온다…… 윽’

사내는 말을 채 맺지도 못하고 괴성을 지르며 어둠 속으로 도망쳤었다. 민우는 그저 심부름센터 소장과 연계된 밀수업자나 범죄자 중 한 명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가방을 메고 약속 장소인 이 외진 골목길로 들어선 순간, 정적이 민우의 목을 죄어왔다.

지직, 지지직.

머리 위를 위태롭게 지키고 있던 구형 가로등이 신경질적인 소리를 내며 명멸했다. 불빛이 꺼졌다 켜질 때마다 골목길의 어둠은 한층 더 두껍게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정적 속에서 오직 민우 자신의 거친 숨소리와 신발 밑창이 모래바닥을 긁는 서걱거림만이 조용히 울려 퍼졌다.

그때였다. 민우의 척추를 타고 섬뜩한 소름이 쫙 돋아났다.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었다. 인간이 극한의 위기 상황에 직면했을 때 본능적으로 느끼는 생존의 위험 신호. 촉촉하게 젖은 밤공기 사이로, 조금 전 지하 주차장에서 맡았던 비릿한 피비린내와 인간의 것이 아닌 듯한 거친 호흡음이 다시금 섞여 들기 시작했다.

타다닥! 콰당!

골목 저편에서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아까 그 사내가 다시 나타났다. 하지만 상태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

그것은 결코 온전한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

단정하게 차려입었을 고급 양복은 사방이 찢겨 나가 누더기처럼 너덜거리고 있었고, 그 사이로 드러난 맨살은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팔뚝과 어깨의 근육들은 정상적인 해부학적 구조를 무시한 채 풍선처럼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올라 있었으며, 피부 밑을 흐르는 핏줄들은 검붉은 색을 띠며 마치 살아 있는 벌레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더욱 끔찍한 것은 그의 피부 표면이었다. 살죽을 찢고 돋아난 듯한 딱딱하고 거친 각질 조직들이 마치 파충류나 악어의 가죽처럼 온몸을 뒤덮고 있었다.

남자의 눈동자에는 흰자위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온통 핏빛으로 충혈된 안구 중심에서, 황금색의 세로형 동공이 민우를 향해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 가방…….”

남자가 입을 열 때마다 누런 침과 함께 찌르는 듯한 악취가 풍겨왔다. 불과 10분 전 민우에게 직접 배달을 맡겼던 사내의 자아는 이미 증발해 있었다. 네오젠 연구소에서 탈출하기 위해 체내에 주입했던 시제품의 부작용이 한계에 달해 뇌 신경이 완전히 타버린 것이다. 이성이 날아간 괴물에게 남은 것은 오직 생체 병기 특유의 포식 본능, 그리고 자신이 빼돌렸던 ‘핵심 물질’을 다시 탐하려는 맹목적인 집착뿐이었다.

“그 안에 든 거…… 이리 내놔. 내 거야…… 내 몸을 완성해야 해…….”

남자의 손가락 끝을 본 민우는 경악했다. 다섯 손가락의 손톱은 이미 평범한 각질의 형태가 아니었다. 뼈 조직 자체가 연장되어 돋아난 듯한, 십 수 센티미터에 달하는 단단하고 날카로운 발톱이 검게 빛나고 있었다. 자신이 고용한 배달부라는 사실조차 잊은 채, 오직 가방 속의 물질을 흡수하겠다는 일념으로 침을 흘리며 다가오는 괴물의 모습에 민우는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저, 저기…… 아저씨…… 아까 저한테 배달하라고 직접 주셨잖아요! 왜 이래요, 갑자기!”

민우는 어떻게든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도망칠 타이밍을 잡으려 했다. 목소리는 볼품없이 덜덜 떨렸고, 다리는 중심을 잃고 휘청였다. 조심스럽게 뒷걸음질을 치며 퇴로를 확보하려던 순간, 등 뒤의 어둠 속에서 가차 없는 소음이 날아와 민우의 희망을 꺾어버렸다.

자박, 자박, 자박.

매우 일정한 간격, 그리고 군더더기 없는 완벽한 보폭. 군화 굽이 아스팔트를 찍는 차가운 소리가 사방에서 메아리쳤다.

민우가 고개를 돌리자, 골목길의 입구와 출구를 완벽하게 차단하며 걸어오는 세 명의 사내들이 보였다. 그들은 일반적인 경비원이나 조폭이 아니었다. 신형 전술 방탄복과 야간 투시경이 장착된 헬멧, 그리고 소음기가 길게 장착된 특수 소총으로 완전 무장한 민간 군사 기업의 정예 요원들이었다. 그들의 전술 조끼 가슴팍에는 짙은 청색으로 일러스트화된, 일그러진 DNA 나선 구조 모양의 엠블럼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세계 유전공학 시장을 선도한다는 초국적 메이저 기업, ‘네오젠’의 특수 보안대 마크였다.

세 명의 요원 중 가장 거구이자 대장으로 보이는 사내가 감정이 완전히 소멸된 기계적인 목소리로 소총을 들어 올렸다. 조준점은 기괴하게 변해버린 남자와, 그 사이에 낀 민우를 동시에 향하고 있었다.

“실험체 47호 발견. 신체 변형률 85% 돌파, 최종 자아 상실 단계로 판단됨. 그리고…….”

요원의 차가운 시선이 민우가 메고 있는 가죽 가방에 머물렀다.

“팀장님, 실험체 47호 쥐새끼가 도주 중에 시제품을 민간 브로커에게 넘긴 것 같습니다. 저 애송이가 들고 있는 가방이 오리지널 실린더입니다.”

뒤에 서 있던 대원이 소총의 조정간을 연사 모드로 돌리며 나지막이 상급자에게 속삭였다. 팀장이라 불린 거구의 사내는 냉혹하게 눈을 빛내며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내부 배신자가 정식 운송팀의 추적을 피하려고 하필 저런 민간인 고등학생 미끼를 썼다는 사실을 단번에 간파한 것이다.

“연구소 내부의 쥐새끼가 얄팍한 연막작전을 썼군. 본사 3급 기밀 유지 프로토콜에 따른 지침은 현장 청소(Clean-up)다. 시제품 외의 목격자 및 민간인 미끼는 예외 없이 전원 처분한다. 발포.”

“잠깐! 잠깐만요! 전 정말 아무것도 몰라요! 이 안에 뭐가 들었는지 보지도 않았다고요! 제발……!”

민우가 목이 찢어지라 절규하며 들고 있던 가죽 가방을 그들 쪽으로 던지려 했다. 살고 싶었다. 이렇게 허무하게, 이름 모를 골목길에서 정체불명의 괴물들과 군인들에게 죽을 수는 없었다. 집에서 아들의 귀가만을 기다리며 홀로 투병 중인 어머니의 모습이 흐릿한 시야 너머로 스쳐 지나갔다. 내가 죽으면, 홀로 남겨질 어머니는 어떻게 될까. 그 공포가 죽음의 공포보다 더 뼈아프게 소년을 찔렀다.

그러나 소년의 처절한 비명은 무자비한 기술의 힘 앞에 무력하게 짓밟혔다.

푸슛! 슈슉!

공기를 가르는 듯한 가벼운 파열음과 함께 소음기 너머로 불꽃이 튀었다. 타격감은 확실했다. 민우가 가방을 던지기 위해 팔을 뻗은 그 짧은 찰나, 차가운 탄환 한 발이 민우의 오른쪽 어깨를 그대로 관통했다.

“끄아악!”

살점이 타들어 가고 뼈가 깎이는 듯한 격렬한 충격이 민우의 전신을 강타했다. 탄력에 밀려 몸이 뒤로 크게 휘청이는 순간, 이성을 완벽히 잃고 본능만 남은 실험체 47호가 네오젠 대원들의 총성에 자극받아 괴성을 지르며 민우의 가방을 뺏기 위해 사정없이 덮쳐왔다.

“키에에에엑!”

남자가 휘두른 검은 발톱이 궤적을 그리며 민우의 가슴팍을 사정없이 찢어발겼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민우의 교복 상의가 갈기갈기 찢어지고, 그 아래의 살점이 깊숙하게 패여 나갔다. 선혈이 분수처럼 허공으로 뿜어졌다.

“아아악! 악!”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지독한 화끈거림과 통증이 몰려왔다. 민우의 몸은 마치 부서진 인형처럼 거친 시멘트 바닥 위로 볼품없이 굴러떨어졌다. 바닥의 거친 모래와 돌가루들이 붉은 피로 물든 상처에 박혀들며 고통을 배가시켰다.

손에서 떨어진 가죽 가방은 바닥을 구르며 모서리가 완전히 찢어졌고, 그 틈새로 내부에 숨겨져 있던 은색의 원통형 실린더가 튕겨 나갔다. 수십 센티미터 크기의 실린더는 거칠게 굴러가다 골목 벽면에 부딪혔고, 쨍그랑하는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두터운 특수 강화유리가 산산조각이 났다.

그 안에서 흘러나온 것은 생전 처음 보는 물질이었다.

투명하면서도 스스로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꿈틀거리는 짙은 청색의 생체 나노 유기 물질. 그것이 바로 네오젠이 수조 원의 예산을 쏟아부어 개발해 낸 인류 진화의 결정체이자 금단의 물질, ‘바이오 코어(Bio-Core)’의 프로토타입 시제품이었다.

“시제품이 파손됐다! 액상 유기체가 유출되는 중이다! 즉시 포획 장비를 전개해!”

네오젠 대원들이 당황한 목소리로 외치며 허리춤에서 특수 진공 흡입기를 꺼내 들었다. 냉혈한 같던 그들의 얼굴에 처음으로 새파란 경악이 서렸다. 그만큼 그 물질의 가치와 위험성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기계 장치가 움직이는 속도보다 바이오 코어의 생체 반응이 훨씬 더 빨랐다.

바닥을 가득 채우며 번져나가던 민우의 붉은 피가 청색의 유기 물질과 접촉한 바로 그 순간이었다. 지면에 흩어지던 청색 물질들이 마치 굶주린 맹수가 먹잇감을 발견한 것처럼 격렬하게 요동쳤다. 물질들은 민우의 핏자국을 역류하며 타오르듯 지면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스스스스윽! 스스스슥!

“어…… 어어……?”

민우는 흐려져 가는 시야 속에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가슴의 상처를 움켜쥔 손가락 사이로, 청색의 점액질 같은 물질들이 살점을 파고들며 스며들고 있었다. 그것은 상처를 메우는 수준이 아니었다. 살을 찢고, 혈관을 강제로 확장하며 민우의 체내 시스템 깊숙한 곳으로 무섭게 파고들었다.

그리고 물질이 민우의 심장 부근에 도달한 순간.

“아아아아아아악!!”

민우는 평생 질러본 적 없는, 아니 인간이 지를 수 있는 가장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불에 벌겋게 달군 쇳덩어리를 심장에 직접 박아넣고 휘젓는 듯한, 전율적인 파괴와 창조의 고통이 전신을 지배했다. 뇌 신경의 모든 회로가 한꺼번에 불타버릴 것만 같았다. 바이오 코어의 미세한 나노 생체 조직들은 민우의 대동맥과 심장 근육에 무수히 많은 촉수를 뻗어 단단히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소년의 몸 안에서 기존의 세포가 사정없이 파괴되고, 완전히 새로운 고밀도의 초인적 세포로 재조합되는 기괴하고도 압도적인 진화의 메커니즘이 폭발하고 있었다.

비명조차 허락되지 않는 극한의 고통 속에서, 민우의 귓가와 뇌리를 직접 관통하는 환청이 울려 퍼졌다. 그것은 서늘할 정도로 기계적이면서도, 기묘한 생명력을 품은 목소리였다.

[인간형 숙주 ‘강민우’ 바이오 매스 및 유전자 코드 인식 완료.]
[기생형 시제품 ‘바이오 코어’, 심장 중심 세포와의 강제 융합을 시작합니다.]
[숙주의 생존율 저하 감지. 긴급 프로토콜 발동. 골격 및 근육계의 1차 진화 및 재조합을 개시합니다.]

“컥…… 허 억……!”

민우의 입에서 거친 핏방울과 함께 청색의 미세한 연기가 새어 나왔다. 동시에, 민우의 깊은 눈동자가 본래의 검은 빛을 잃고, 심연을 닮은 짙은 청색의 안광으로 무섭게 물들기 시작했다.

골목길을 가득 채웠던 비릿한 피비린내와 네오젠 대원들의 다급한 외침이 순간적으로 멀어졌다.

콰구구구궁! 쿵! 쿵!

소년의 가슴 속에서, 이 세상의 생명체가 낼 수 없는 둔탁하고 거대한 생체 파열음이 울렸다. 새로운 핵을 얻은 심장이, 마침내 광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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