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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코어17화

바이오 코어

바이오 코어

17화: 강습(强襲)

어스름한 가로등 불빛마저 닿지 않는 구도심의 외곽. 녹슨 철조망과 잡초가 무성한 공터 너머로 ‘청룡 물류’의 거대한 컨테이너 창고가 위압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겉보기에는 파산을 앞둔 영세한 물류 회사였으나, 백서아의 해킹으로 드러난 열화상 감지 화면은 전혀 다른 진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창고 외곽을 따라 촘촘히 배치된 열 감지 센서, 그리고 주기적으로 순찰을 도는 무장 인원들의 열 신호가 선명한 붉은색 점들로 어지럽게 빛났다.

“보안망 우회 완료. 외곽 CCTV 피드는 5분 동안 루프될 거야. 하지만 내부 센서는 별도의 독립망을 쓰고 있어. 일단 침투하면 그때부터는 시간 싸움이야.”

귀에 꽂은 소형 무전기 너머로 백서아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우는 창고 뒤편의 깊은 그림자 속에 몸을 웅크린 채, 가슴 위의 바이오 코어를 가볍게 문질렀다.

[바이오 코어, 출력 15% 동기화.]
[골격 밀도 강화 시퀀스 준비 완료.]

가슴 속에서 미세한 고주파 진동이 일더니, 푸른 나노 입자들이 뼈와 근육 섬유 사이로 스며들었다. 손가락 끝의 뼈가 강철보다 단단한 밀도로 응축되는 기묘한 압박감이 전신을 훑었다.

“시작할게요.”

민우는 낮게 속삭인 뒤, 지면을 차고 솟구쳤다.

스스슥.

소리조차 없었다. 한 번의 도약으로 3미터 높이의 철조망을 가볍게 뛰어넘은 민우는, 창고 후면에 위치한 비상 탈출용 철제 셔터 앞에 착지했다. 두께 5밀리미터 이상의 탄소강으로 보강된 방화용 셔터였다. 일반적인 장비나 물리적인 힘으로는 흠집조차 낼 수 없는 견고한 장벽이었다.

‘골격 강화, 국소 집중.’

민우가 오른손을 셔터 틈새에 밀어 넣었다. 코어의 에너지가 손끝으로 무섭게 모여들며 손가락 마디마디가 푸른 인광을 내뿜었다.

뿌드득, 드드득!

경이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손가락 끝이 굳게 닫힌 철제 셔터의 틈새를 칼날처럼 파고들더니, 이내 찰흙을 짓이기듯 철판을 구겨버렸다. 민우는 그대로 양손에 힘을 주어 옆으로 찢어발겼다.

쩌어어억!

금속이 비명을 지르며 찢어지는 날카로운 마찰음이 고요한 밤공기를 가르는 듯했으나, 민우는 코어의 진동 제어를 통해 그 소리마저 최소화했다. 종이봉투를 찢듯 두꺼운 철제 셔터가 거칠게 갈라졌고, 그 사이로 성인 한 명이 충분히 지나갈 만한 틈새가 만들어졌다.

민우는 몸을 굽혀 그 안으로 신속하게 미끄러져 들어갔다.

창고 내부는 예상보다 훨씬 넓고 복잡했다. 천장 높이 쌓인 컨테이너 박스들 사이로 희미한 비상등만이 점멸하고 있었다. 민우는 벽면에 붙어 숨을 죽였다.

타닷, 타닷.

군화 굽이 콘크리트 바닥을 때리는 소리가 가까워졌다.

“무슨 소리 안 들렸어? 후방 셔터 쪽에서 쇠 긁는 소리가 난 것 같은데.”

“잘못 들었겠지. 고양이 새끼라도 지나갔나 보지. 이 낡은 건물이 하루 이틀 우는 것도 아니고.”

돌격소총을 든 청랑 부대의 요원 두 명이 모퉁이를 돌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검은색 전술 조끼에는 으르렁거리는 푸른 늑대의 문양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민우의 눈동자가 차갑게 식었다. 저들이 바로 어머니의 목숨을 위협하는 자들의 하수인들이었다.

스스스.

민우의 신체가 어둠 속으로 스며들듯 움직였다. 코어의 신경 가속 능력이 활성화되자, 요원들의 느긋한 걸음걸이가 마치 정지 화면처럼 느려졌다.

민우는 단숨에 그들의 사각지대로 파고들었다.

“어……?”

뒤에 서 있던 요원이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고개를 돌리려던 찰나, 민우의 단단한 손아귀가 그의 목덜미를 정확히 움켜쥐었다. 신경 다발을 압박하는 초인적인 악력에 요원은 비명 한 마디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혼절했다.

“누구야?!”

앞서 걷던 요원이 깜짝 놀라 총구를 돌리려 했지만, 이미 민우의 손발이 한발 더 빨랐다. 민우는 가볍게 몸을 회전하며 요원의 손목을 쳐서 총을 떨어뜨렸고, 이어서 명치에 묵직한 권격을 꽂아 넣었다.

퍽!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요원은 벽에 부딪히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단 3초 만에 무장 요원 둘이 무력화되었다.

민우는 그들이 떨어뜨린 통신기를 주워 귀에 꽂았다. 통신기 너머로 거친 잡음과 함께 다급한 명령들이 오가고 있었다.

민우는 쓰러진 요원들의 몸을 컨테이너 뒤편으로 숨긴 뒤, 어두운 복도를 따라 지하로 내려가는 철제 계단으로 향했다. 계단 아래쪽에서 비릿한 약품 냄새와 피비린내가 섞인 공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제 시작이군요.”

민우는 낮게 독백하며 계단 아래의 심연 속으로 거침없이 걸음을 옮겼다. 그의 가슴 속에서 바이오 코어가 더욱 세차게 고동치며 푸른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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