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바이오 코어16화

바이오 코어

바이오 코어

16화: 늑대의 굴

“이윤아가 이걸 직접 줬다고?”

안전 가옥으로 돌아온 민우가 내민 USB를 보며 백서아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녀는 숙련된 솜씨로 암호화된 파일을 해독하기 시작했다. 화면 위로 복잡한 데이터 스트림이 흐르더니, 이내 구도심 남단에 위치한 어느 물류 회사의 도면과 요원들의 명단이 떠올랐다.

“네. 자기는 관찰자일 뿐이라면서, 내가 얼마나 버티는지 지켜보겠대요.”

민우는 젖은 옷을 갈아입으며 대답했다. 가슴 속의 바이오 코어는 안정화 이후 한결 차분해졌지만, ‘이윤아’라는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미세한 경고 진동을 울렸다.

“이윤아…… 그녀는 네오젠의 최상위 교육 기관인 ‘화이트 룸’ 출신이야. 감정이 거세된 인형 같은 애지. 그런 애가 정보를 흘렸다는 건, 네오젠 내부에서도 너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다는 소리야. 혹은, 더 큰 함정으로 널 밀어 넣으려는 거거나.”

백서아가 모니터의 한 지점을 가리켰다. ‘청룡 물류’라는 이름의 낡은 창고 건물이었다.

“여기가 ‘청랑(靑狼)’ 부대의 도심 아지트야. 겉으로는 평범한 운송 회사처럼 보이지만, 지하에는 실험체들을 가둬두는 임시 수용소와 전술 장비실이 갖춰져 있어.”

그녀가 파일을 더 깊이 파헤치자, 붉은색으로 강조된 타깃 리스트가 나타났다. 맨 위에 적힌 이름은 ‘강민우’, 그리고 그 바로 아래에는 ‘성모 요양 병원 402호’가 적혀 있었다.

“……이미 들켰네요. 엄마 위치.”

민우의 목소리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주먹을 쥔 손가락 사이로 푸른빛 나노 입자들이 날카롭게 명멸했다.

“청랑은 네오젠의 사설 군대 중에서도 가장 잔혹한 놈들이야. 실패한 실험체들을 ‘청소’하는 게 그들의 주 업무지. 그들의 대장인 ‘독고’는 신체 일부를 강철로 변형시키는 특수 이능력자야. 네가 상대하기엔 아직 버거울 수도 있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요. 그들이 병원을 덮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쳐야 해요.”

민우는 벽에 걸린 검은색 전술 조끼를 집어 들었다. 예전의 망설임은 없었다. 이제 소년은 지켜야 할 것을 위해 먼저 칼을 뽑는 법을 배웠다.

백서아는 민우의 눈빛에서 확고한 결의를 읽었다. 그녀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권총에 소음기를 장착했다.

“좋아. 정공법은 위험해. 내가 외곽의 보안 시스템을 해킹해서 통신을 마비시키는 동안, 네가 지하 동력실로 침투해서 차단벽을 무력화해. 그 후에 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을 구출하면서 본진을 흔드는 거야.”

“알겠어요. 엄마를 건드린 대가가 어떤 건지 확실히 보여주죠.”

민우는 바이오 코어의 출력을 미세하게 조정하며 신체 기능을 최적화했다. 심장은 느리고 묵직하게 뛰며 폭풍 전야의 정적을 유지했다.

밤 11시. 도심의 네온사인이 하나둘 꺼져가는 시간.

검은색 SUV 한 대가 청룡 물류 창고를 향해 소리 없이 출발했다. 소년의 가슴 속에서 잠자던 늑대가, 마침내 적들의 피 냄새를 맡고 눈을 떴다. 늑대의 굴을 부수기 위한 사냥이 시작된 것이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