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바이오 코어15화

바이오 코어

바이오 코어

15화: 포식자의 그림자

학교 뒤편, 무성한 잡초에 둘러싸인 구형 체육관은 오랫동안 방치된 탓에 유령 건물 같은 기색을 풍기고 있었다. 삐걱거리는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매캐한 먼지 냄새와 눅눅한 곰팡이 향이 민우의 후각을 자극했다.

“시간 맞춰 왔네. 역시 모범생이라니까.”

농구 골대 아래, 그림자 속에 서 있던 이윤아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녀의 손에는 얇은 태블릿이 들려 있었고, 체육관 곳곳의 어두운 구석에서는 붉은색 센서들이 민우를 향해 점멸하고 있었다.

“친구들은 건드리지 마. 네 상대는 나잖아.”

민우는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낮게 읊조렸다. 가슴 속의 코어가 주변의 전자기 신호를 실시간으로 읽어내며 경계 수위를 높였다. 체육관 천장 보 위에는 무인 자동 포탑 두 기가 소리 없이 총구를 아래로 내리고 있었다.

“걱정 마. 난 데이터만 뽑으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데이터가 부족하면…… 그땐 나도 보장 못 해.”

이윤아가 태블릿을 가볍게 두드렸다.

[측정 개시. 목표물: 강민우.]
[신경 가속도 및 근육 반응 정밀 스캔 가동.]

순간, 천장의 포탑에서 전기 충격 탄환들이 빗줄기처럼 쏟아졌다. 단순히 아픔을 주는 고무탄이 아니었다. 타격 부위의 신경계를 일시적으로 마비시켜 신체 제어권을 뺏는 네오젠의 특수 진압용 병기였다.

슈슉! 퍽, 퍽!

민우는 지면을 박차고 튀어 올랐다. 바이오 코어와의 동기화율을 최적으로 유지하며,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탄환의 궤적을 빗겨나갔다. 낡은 목재 바닥이 민우의 발밑에서 비명을 지르며 부서졌지만, 그의 동작은 마치 중력을 무시하는 것처럼 매끄럽고 기민했다.

‘내 한계를 측정하고 있군.’

민우는 단순히 피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이윤아의 위치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거리를 좁혀 들어갔다. 센서들의 사각지대를 자석처럼 파고드는 정교한 기동이었다.

“호오, 벌써 사각지대를 파악한 거야? 놀랍네.”

이윤아의 목소리에 진심 어린 감탄이 섞였다. 그녀는 태블릿의 레벨을 한 단계 올렸다. 체육관 바닥에서 금속성 와이어들이 튀어나와 민우의 발목을 낚아채려 들었다.

민우는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 와이어를 밟고 도약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꺼낸 동전 몇 개를 천장의 포탑을 향해 튕겨냈다.

챙-! 콰직!

나노 입자의 고주파 진동이 실린 동전은 단순한 금속 조각이 아니었다. 포탑의 렌즈를 정확히 관통하며 회로를 태워버렸다. 연기가 피어오르며 포탑이 고개를 떨구었다.

“데이터 측정은 여기까지 해.”

어느새 민우는 이윤아의 코앞에 도달해 있었다. 그의 손가락 끝이 그녀의 목덜미 1센티미터 앞에서 멈췄다. 민우의 눈동자에서 일렁이는 서늘한 안광에 이윤아의 숨이 일순간 멎었다.

“……생각보다 훨씬 위협적이네. 바이오 코어가 널 선택한 이유를 알겠어.”

그녀는 태블릿을 껐다. 체육관을 가득 채웠던 센서들의 붉은 불빛이 사라졌다.

“말해. 한도준이 노리는 게 뭐야. 단순히 날 회수하려는 건 아닐 텐데.”

민우의 물음에 이윤아는 뺨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닦으며 나직하게 웃었다.

“한 팀장은 단순히 널 회수하려는 게 아니야. 넌 그저 거대한 계획의 ‘부품’일 뿐이지. 진짜 배후는 ‘청랑(靑狼)’ 부대야. 네오젠의 더러운 뒷처리를 전담하는 실전 특수 부대.”

‘청랑…….’

민우의 뇌리에 새로운 적의 이름이 박혔다. 이윤아는 뒷주머니에서 작은 USB 메모리를 꺼내 바닥에 던졌다.

“거기에 청랑의 다음 타깃 정보가 들어있어. 네 어머니가 계신 요양 병원 주소도 포함되어 있겠지.”

민우의 눈이 매섭게 가늘어졌다.

“이걸 왜 나한테 주지?”

“난 관찰자일 뿐이야. 네가 청랑을 상대로 얼마나 버티는지 지켜보는 게 내 진짜 업무거든. 죽지 마, 강민우. 넌 아직 보여줄 게 많이 남았으니까.”

이윤아는 연막탄을 발사하며 체육관 창문 너머로 몸을 날렸다. 순식간에 자욱한 연기가 가득 찼고, 그녀의 기척은 깨끗이 사라졌다.

민우는 바닥에 떨어진 USB를 집어 들었다. 연기가 걷히자 다시금 찾아온 고요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학교 종이 울리고 있었다. 아이들의 하교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민우는 가슴 위의 코어를 손으로 눌렀다. 이제는 숨어있을 수 없다. 청랑, 그리고 그들의 배후에 있는 네오젠. 그들의 심장부를 향해 직접 뛰어들어야 할 시간이었다.

“청랑이라고…….”

소년의 눈빛이 밤의 늑대처럼 날카롭게 번뜩였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