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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코어13화

바이오 코어

바이오 코어

13화: 청색의 안정화

지하 수납고의 공기는 지상보다 수십 배는 더 무거웠다.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수십 개의 붉은 안광은 마치 굶주린 늑대 무리를 연상케 했다. 굴절체들은 민우와 서아를 포위한 채, 기괴한 관절 꺾이는 소리를 내며 거리를 좁혀왔다.

“민우야, 저기 봐! 저 안쪽 금고야!”

백서아가 가리킨 곳은 수납고 끝자락, 강화 유리로 보호된 특수 보관함이었다. 그 안에서 은은한 청색 빛을 내뿜는 실린더들이 보였다. 오 사장이 말했던 ‘청색 유청’이었다.

“……제가 길을 열게요. 서아 씨는 유청을 챙겨요.”

민우의 목소리는 이미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 있었다. 가슴의 코어가 폭주하며 성대까지 나노 입자로 변형시키고 있었다. 민우는 바닥을 박차고 튀어 나갔다.

콰구궁!

민우가 지나간 자리에 아스팔트 바닥이 푹 패여 나갔다. 달려드는 굴절체들을 향해 민우는 양손을 휘둘렀다. 날카로운 나노 칼날이 손등에서 솟구쳐 나와 괴물들의 신체를 가차 없이 갈랐다.

“키에에에엑!”

분수처럼 솟구치는 검은 피와 살점들 속에서도 민우는 멈추지 않았다. 감각이 마비되고 시야가 온통 푸른 빛으로 물들었지만, 오직 ‘앞으로 가야 한다’는 의지 하나로 몸을 움직였다.

[숙주의 생체 기능 정지 위험. 최종 프로토콜 발동 직전.]
[경고: 코어의 자아 잠식률 89% 돌파.]

백서아는 민우가 열어준 틈을 타 금고 앞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권총으로 강화 유리를 박살 내고, 차가운 냉기가 뿜어져 나오는 유청 실린더 세 개를 품안에 챙겼다.

“민우야! 찾았어! 이쪽으로!”

그녀의 외침에 민우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뒤를 돌았다. 하지만 수십 마리의 굴절체들이 민우의 사지에 매달려 그를 바닥으로 끌어내리려 했다.

“비켜어어어!!”

민우의 전신에서 청색의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매달려 있던 괴물들이 갈기갈기 찢겨 나갔고, 민우는 비틀거리며 백서아에게 다가갔다. 그의 눈동자는 이미 흰자위가 사라진 채 깊은 청색 심연처럼 변해 있었다.

“민우야, 정신 차려! 이걸 주입해야 해!”

백서아는 실린더 하나를 민우의 가슴, 코어가 박힌 상처 부위에 직접 밀어 넣었다.

치이이익-!

강렬한 수증기와 함께 청색 유청이 민우의 체내로 쏟아져 들어갔다.

“아아아아아아악!!”

민우는 조금 전의 전투와는 비교도 안 되는 격렬한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끓는 납이 혈관을 타고 흐르는 듯한 감각. 폭주하던 바이오 코어의 나노 입자들이 유청 성분과 반응하며 무서운 속도로 응집하기 시작했다.

거칠게 요동치던 청색 실핏줄들이 일순간 피부 밑으로 가라앉았다. 불안정하게 일렁이던 생체 장갑은 매끄럽고 단단한 질감으로 변하며 민우의 골격에 완벽하게 밀착되었다.

[청색 유청 투입 확인. 시스템 안정화 개시.]
[숙주와의 동기화 최적화 완료. 기생 단계에서 ‘공생’ 단계로 전이합니다.]

주변을 메우던 소음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기묘한 정적이 찾아왔다.

민우는 천천히 눈을 떴다. 시야를 가리던 청색 안개가 걷히고, 주변의 모든 사물이 이전보다 수천 배는 더 선명하게 보였다. 심장의 고동은 느릿해졌지만, 한 번 뛸 때마다 전신으로 퍼져 나가는 에너지는 폭풍처럼 강력했다.

“……성공인가 보네.”

백서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민우는 자신의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새로운 힘을 가늠했다. 더 이상 코어는 그를 잠식하려 들지 않았다. 대신, 민우의 의지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순응하며 고요히 잠들어 있었다.

“가요, 서아 씨. 여기 더 있으면 다른 놈들이 올 거예요.”

민우는 가볍게 지면을 찼다. 이전처럼 바닥을 부수는 거친 도약이 아니었다. 바람처럼 부드럽고, 소리조차 나지 않는 완벽한 신체 제어였다.

창고를 빠져나온 두 사람의 뒤로, 동이 트기 시작한 새벽의 푸른 빛이 내려앉았다. 민우는 자신의 가슴 위에 손을 올렸다. 더 이상 괴물이 무섭지 않았다.

그는 이제, 바이오 코어 그 자체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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