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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코어10화

바이오 코어

바이오 코어

10화: 심연과의 결투

아레나 X의 분위기는 광기를 넘어 공포로 치닫고 있었다.

지난 사흘간, ‘블루’라는 이름의 신참은 아레나의 강자들을 단 한 번의 타격으로 쓰러뜨렸다. 관중들은 이제 그를 향해 야유 대신 기묘한 경외심 섞인 함성을 보냈다. 하지만 민우의 표정은 승리를 거듭할수록 더욱 무겁게 가라앉았다.

“서아 씨, 느꼈어요?”

대기실로 돌아온 민우가 붕대를 새로 감으며 물었다. 백서아는 모니터를 통해 다음 대진표를 분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 관중석의 열기 속에 섞인 비릿한 냄새. 네오젠이 드디어 ‘진짜’를 보냈어.”

철컥, 철컥.

옥타곤의 문이 닫히는 소리가 평소보다 무겁게 울렸다.

“오늘의 메인 이벤트! 10연승의 신성 ‘블루’ 대…… 아레나의 사신, ‘리퍼(Ripper)’!”

사회자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반대편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오는 사내는 이전의 타이탄과는 차원이 달랐다. 마른 체형이었지만, 온몸이 기계 부품과 생체 조직이 기괴하게 뒤섞인 사이보그 형태였다. 그의 팔꿈치와 손등에서는 예리한 티타늄 칼날이 튀어나와 있었고, 눈동자는 붉은색 카메라 렌즈처럼 번들거렸다.

‘저건…… 인간이 아니야.’

민우는 본능적으로 심장의 고동을 높였다. 리퍼는 네오젠의 ‘프로젝트 아틀라스’ 중에서도 암살에 특화된 정예 실험체였다.

[경고: 고위험 생체 병기 감지.]
[출력을 30%로 상향 조정합니다. 신경 반응 속도를 극대화합니다.]

바이오 코어의 시스템 음성이 뇌리를 스쳤다.

전투는 대화조차 없이 시작되었다. 리퍼는 지면을 박차는 소리도 없이 민우의 코앞까지 접근했다.

스윽-!

티타늄 칼날이 민우의 목덜미를 간발의 차로 스쳐 지나갔다. 만약 코어의 신경 가속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목이 날아갔을 속도였다.

“빠르군.”

리퍼가 기계적인 음성으로 중얼거리며 연속 공격을 퍼부었다. 칼날의 궤적이 밤하늘의 유성처럼 민우를 난도질하려 들었다. 민우는 방어에 급급했다. 30%의 출력으로는 리퍼의 정교한 살기를 완벽히 막아내기 역부족이었다.

챙! 채쟁!

민우는 팔뚝에 돋아난 청색 장갑으로 칼날을 쳐냈다. 금속과 생체 장갑이 부딪칠 때마다 불꽃이 튀었다.

“이게 다인가? 네오젠의 ‘열쇠’라는 녀석이 고작 이 정도라니 실망이군.”

리퍼의 손가락 끝에서 미세한 와이어가 발사되었다. 와이어는 민우의 사지를 칭칭 감으며 옥타곤의 철창에 고정시켰다.

“끄윽……!”

“끝이다. 코어는 본사로 회수하겠다. 숙주는 필요 없어.”

리퍼가 가슴팍의 소형 미사일 포트를 열었다. 영거리 사격. 이대로라면 민우의 상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판이었다.

관중석의 백서아가 권총을 뽑으려 했으나, 주변을 에워싼 네오젠 요원들의 시선에 멈칫했다. 그녀가 움직이는 순간 민우의 정체는 만천하에 공개될 터였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 민우의 심장 깊은 곳에서 뜨거운 열기가 폭발했다.

‘회수? 필요 없어? 웃기지 마…….’

민우의 눈동자가 다시 한번 짙은 청색으로 타올랐다. 단순히 빛나는 수준이 아니었다. 안구에서 청색의 불꽃이 일렁이는 듯한 기괴한 형상이었다.

[숙주의 분노 수치 상승.]
[바이오 코어 출력 60% 강제 개방!]

콰구궁!

민우를 묶고 있던 특수 와이어들이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불꽃을 튕기며 끊어져 나갔다. 민우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청색 아우라가 옥타곤 전체를 압도했다.

“뭐, 뭐야?! 출력이 이렇게 순식간에?!”

리퍼가 당황하며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민우는 피하지 않았다.

퍼엉!

폭발 연기 속에서 민우가 손을 뻗어 날아오는 미사일을 맨손으로 낚아챘다. 그리고 그것을 그대로 리퍼의 가슴팍에 박아넣었다.

“이건 내 거다. 네오젠의 것도, 네 것도 아니야!”

콰앙-!!

연쇄 폭발과 함께 리퍼의 기계 신체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옥타곤의 철창은 충격파를 견디지 못하고 엿가락처럼 휘어졌다.

연기가 걷히고 나타난 민우는, 부서진 리퍼의 핵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의 전신을 감싸던 청색광이 서서히 잦아들었지만, 옥타곤 바닥은 그가 내뿜었던 열기에 녹아내려 있었다.

“…….”

아레나 X에는 죽음 같은 정적이 내려앉았다. 인간이 아닌 괴물들의 싸움을 목격한 관중들은 공포에 질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민우는 부서진 리퍼의 잔해를 내려다보며 나직하게 읊조렸다.

“이제 시작이야, 한도준. 네가 보낸 사냥개들은 전부 이렇게 될 거다.”

민우는 백서아의 수신호를 확인하고는, 아비규환이 된 지하 격투장을 빠져나갔다.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소년의 등 뒤로, 네오젠의 추적 신호가 더욱 격렬하게 점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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