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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90화

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영주민의 탄원

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90화: 영주민의 탄원

천공 요새 알바트로스의 외벽 철갑 보강을 완료하고 숨을 고르던 지한에게, 오르비스 영주관의 전령 기사가 이마에 피를 흘리며 급박하게 찾아온 것은 그레이 아이언 이식이 끝난 사흘째 정오였다.

“강 특무관님! 영주님께서 보내신 긴급 구호 탄원서입니다! 북부 산맥 외곽의 영주민들의 젖줄이자 최대 농경지대인 ‘은총의 벌판(Field of Grace)’에 40레벨이 넘는 변종 마수 떼가 대규모로 범람하여 피난민들을 무차별 학살하고 있습니다!”

전령 기사가 내민 펠릭스 백작의 서신에는 붉은 피 묻은 자국과 영주 인장이 짓이겨져 찍혀 있었다.

황도의 사찰단 대응과 카스텔 감사단의 사고사 처리 과정에서 영주 기사단의 최정예 전력이 바닥난 오르비스 영지로서는, 수백 마리의 마수 떼 범람에 정면으로 대항할 병력이 남아있지 않은 처참한 실정이었다.

“지한 형님, 은총의 벌판은 우리 상단이 채굴하는 식량 보급선이 지나가는 중요 길목입니다. 그곳이 무너지면 오르비스 상단의 밀가루와 군량 보급 가격이 폭등하게 됩니다.”

크리스가 지도를 펼치며 무겁게 말했다.

“공식 토벌을 수락하지. 마침 철갑 보강이 완료된 알바트로스의 진짜 화력을 넓은 필드 전체에서 테스트할 기회이기도 하니까.”

지한은 곧장 몸을 일으키며 오른손의 [아스트라페 - 리레코드]를 가볍게 쥐었다.

“요새 알바트로스, 부상 출력 3단계 기어로 전환한다. 은총의 벌판으로 진격해라.”

“네, 형님! 전원 승선 완료했습니다!”

우우우우웅-! 쿠구구구구-!

지하 철혈 기지의 거대 수직 해치 격문이 다시 한 번 요란하게 열렸다.

두꺼운 영웅 등급 고대 철갑 장갑판으로 전신을 완전히 무장하여 웅장한 은청색 빛을 뿜어내는 거대 기갑 요새 알바트로스가, 푸른 한기 오라를 협곡 사방으로 휘감으며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은총의 벌판, 붉은 가시나무 덤불 숲 사이.
수백 명의 피난 영주민들과 하급 자경단원들이 피를 흘리며 흙더미 위로 비틀거리며 도망치고 있었다. 그들의 등 뒤에서는 붉은 가시를 등에 돋우며 침을 꿀꺽 삼키는 41레벨 변종 마수 ‘붉은 가시늑대 떼 (Red-Spike Wolf Pack - Lv.41)’ 300여 마리가 굶주린 안광을 부릅뜨며 사납게 쇄도하고 있었다.

“어, 엄마……! 기둥 뒤로 숨어! 늑대들이 와요!”

“제발 살려주시오! 영주 기사단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거요!”

피난민들의 울부짖음과 절망적인 비명 소리가 벌판 전체에 가득 울려 퍼졌다. 자경단원들의 조잡한 횃불과 목창들은 41레벨 정예 늑대들의 두꺼운 암석 피부에 상처조차 내지 못하고 부러지기 일쑤였다.

그때였다.
벌판 전체의 하늘을 덮고 있던 짙은 구름 장막이 순간적으로 푸른색 한기 기류에 밀려나 거대한 도넛 모양으로 동그랗게 흩어졌다.

쿠구구구구구구-.

지상 전체를 거대한 그림자로 뒤덮으며, 하늘에서 웅장한 기계식 톱니바퀴 마찰음과 비행 마도 진동음이 벼락처럼 내리쳤다. 절망에 차 있던 영주민들과 자경단원들은 기절초풍한 얼굴로 일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는 5층 높이의 육중한 철갑 장갑판으로 전신을 완전히 두른, 마치 제국의 거대 공중 병기가 하강하는 듯한 은청색의 거신 천공 요새 알바트로스가 찬란한 구름 틈새로 위용 있게 모습을 드러내며 벌판 상공에 둥둥 떠 있었다.

“어, 어어…… 저게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제국의 비공정인가?!”

“아니야, 제국의 배는 황금색인데 저건 은빛의 거대한 성이 하늘에 떠 있잖아!”

벌판을 가로지르며 침을 흘리던 300여 마리의 붉은 가시늑대들도, 하늘 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전설 등급 코어의 압도적인 중력 위압감(Gravity Pressure)에 짓눌려 털을 곤두세우며 멈춰 섰다.

요새의 선두 비행 갑판.
지한은 안개 대협곡 사냥에서 획득한 [포수의 조준 안경 (영웅)]을 쓴 채, 아래쪽 벌판에 흩어진 300여 마리의 늑대 떼 붉은색 열상 동선을 한눈에 훑어 내렸다.

어깨 위의 드론 아이리스가 맹렬히 선회하며 요새 전면 갑판 좌우에 임시 장착해 둔 고대 마도 함포들의 마력 공급 도관 결(Flow)을 정밀 맵핑해 주었다.

“제1, 제2 마도 대공포, 타겟 록온(Lock-on) 완료.”

지한은 리레코드 뼈칼의 칼끝을 조타 제어 다이얼 핀에 찔러 넣고 가볍게 레버를 당겼다.

“해체의 포격 (Dismantling Fire) 개시.”

하늘 위에서 지상의 어리석은 야수들을 조각내 분해해 버리기 위한, 알바트로스 철갑 요새의 파괴적인 포격의 첫 음절이 은총의 벌판 하늘 위에 찬란하게 폭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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