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마탑의 균열

84화: 마탑의 균열
황성 루테시아에 아스트라페 콘체른의 전시장이 들어선 이후 지한의 명성은 대귀족들 사이에서 걷잡을 수 없이 높아졌지만, 마탑의 심장부에서는 뜻밖의 거대한 ‘기술적 재앙’이 싹트고 있었다.
“강 특무관! 급히 마탑으로 와주셔야겠습니다!”
비밀 귀빈실로 헐떡이며 찾아온 사찰관 엘레나의 얼굴은 흙빛으로 변해 있었다.
“무슨 일인가, 사찰관님? 마탑의 도서 대여 기한은 이미 다 끝났을 텐데.”
지한은 차분하게 고글의 렌즈를 닦으며 물었다.
“태양의 마탑 내부에서 2황자파의 비호를 받는 보수적인 마법 학자의 대가인 데미안(Lv.52) 님이 일을 저질렀습니다! 그가 마탑의 메인 동력로이자 고대 제국의 기술 복원품인 ‘고대 마도 제련로 핵심 실린더’를 강제로 오버클럭 개조하려다 기기가 통제력을 잃고 폭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엘레나의 말에 지한의 손길이 멈췄다.
“그 제련로는 황도 전체의 마나 그리드와 마탑의 방어 결계를 지탱하는 중추입니다. 지금 지하 5층 전력 가온실은 강력한 마력 역류와 보랏빛 전자기 폭풍이 휘몰아쳐, 상급 마법사들조차 접근했다간 마나 통이 폭발해 버릴 위기입니다. 마탑 전체가 붕괴하기 일보 직전입니다. 그레이엄 님께서 자네에게 긴급 조력을 청하셨습니다.”
지한은 턱을 어루만졌다.
마탑의 중심 제련로가 붕괴한다면 황도의 군수 계약 이행에도 차질이 생기겠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2황자파의 마법 대가인 데미안을 완벽하게 기술적으로 매장시키고 마탑의 메인 동력망 핵심 제어권을 황태자파와 지한이 통째로 쥐게 될 완벽한 명분이 생기는 셈이었다.
“가봐야겠군. 안내해라.”
“감사합니다, 강 특무관!”
지한은 지체 없이 엘레나와 함께 태양의 마탑 지하 5층으로 신속하게 강하했다.
지하 5층 ‘메인 전력 가온실’의 두꺼운 오리하르콘 철문 앞에는, 대마법사 그레이엄과 수십 명의 마탑 원로들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철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날카로운 전자기 굉음과 지직거리는 방전음이 벽면 전체를 붉게 떨리게 만들고 있었다.
철문 너머에서 연기를 마시며 뛰쳐나온 중년의 대마법사 데미안이 수염이 그을린 채 거칠게 소리쳤다.
[2황자파 마탑 학자 대가 - 화광의 데미안 (Lv.52) - 대마법사]
- 설명: 2황자파의 후원을 받는 태양의 마탑 원로 마법사입니다. 지한의 영웅 등급 부품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무리하게 제련로의 마력로 주입구를 개조하려다 폭주 사고를 일으켰습니다.
“이, 이건 내 과실이 아니야! 고대 제국의 도식이 원래부터 뒤틀려 있던 탓이라네! 마탑의 전원 차단 장치도 먹통이 되었으니 당장 이 층 전체를 격리 봉쇄해야 해!”
그의 멍청한 변명에 그레이엄이 분통을 터뜨렸다.
“봉쇄라니! 제련로를 차단하면 황성 전체의 마도 방어막이 꺼지고, 군수 공방들의 가마가 동결되어 분기 군수 납품이 올스톱된다네! 이 미친 영감탱이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건가!”
그 순간, 지한이 철컥거리는 왼팔의 마도 공학 의수를 털며 그들 사이로 당당하게 걸어 나왔다.
“비켜봐라. 지식도 없는 늙은이들이 쇳덩어리를 건드리니 이런 참사가 나는 거지.”
지한의 서늘한 조롱에 데미안이 얼굴을 붉히며 손가락질했다.
“저 변경의 넝마주이 녀석이 감히 대마법사에게……! 저곳은 지금 마력의 압력이 일반 한계치의 5배에 달해, 40레벨 해체사 따위가 들어가면 1초도 버티지 못하고 먼지가 되어 쇄도당할 걸세!”
“그건 당신처럼 마력의 결(Flow)을 보지 못하는 눈먼 소경의 기준이지.”
지한은 아스트라페 뼈칼 [리레코드]를 손목 칼집 밖으로 꺼내 쥐었다. 뼈칼의 은백색 서리 파괴 한기가 붉게 과열되어 가던 가온실 입구의 강철 문 표면을 일시에 하얗게 얼려 내렸다.
“철문을 연다. 크리스와 마탑 요원들은 밖에서 대기하고 있어.”
지한은 [마법 공학 감지 고글]의 조율 레버를 꺾으며, 굉음과 보랏빛 번개 스파크가 미친 듯이 뿜어져 나오는 전력 가온실 내부의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거침없이 자신의 신형을 던져 넣었다. 제국의 지식과 동력의 정점이라 불리는 태양의 마탑 심장부에서, 폭주하는 고대의 심장을 정밀하게 도려내고 2황자파의 마법사들을 영구 멸문시킬 지한의 두 번째 죽음의 해체 참격이 차가운 전자기 폭풍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