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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8화

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심연을 향한 첫걸음

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8화: 심연을 향한 첫걸음

쿠구구구!

골렘이 격렬하게 몸부림치며 석실 바닥을 뒹굴었다.
지한은 골렘의 가슴 쇠외벽의 녹슨 돌기를 왼손으로 필사적으로 움켜쥔 채 매달려 있었다.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급박한 요동 속에서, 그의 오른손에 들린 뼈칼 칼날은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지한! 당장 내려와! 골렘이 자폭하려는 것 같아!"

멀리서 크리스가 피를 흘리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실제로 골렘의 가슴에 박힌 [녹슨 고대 코어]는 붉은 마력을 주체하지 못하고 미친 듯이 점멸하고 있었다. 폭주 직전의 과부하 상태였다.

하지만 지한은 도망치지 않았다. 여기서 내려가면 이 골렘을 다시 쓰러뜨릴 기회는 없었다.

'도망치지 않아. 1초면 충분해.'

지한은 '기계 구조 인지'의 붉은 점들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코어를 고정하고 있는 4개의 고유 마력 나사산.
그것들은 마력의 흐름에 따라 물리적 결합력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고도의 고대 기믹이었다. 무조건 힘으로 돌리면 코어가 파괴되어 자폭을 유발할 터였다.

'순서가 있다. 1번 나사의 마력이 약해지는 찰나의 순간에 비틀고, 3번, 2번, 그리고 마지막 4번이다.'

지한의 눈동자가 마력의 맥동을 추적했다.

두근, 두근.

코어가 붉게 번쩍이다가 푸른빛으로 스쳐 지나가는 찰나의 0.1초.

'지금이다!'

지한의 손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해체 키트의 미세 핀셋 끝으로 1번 나사를 집어 들고 정확하게 시계 방향으로 돌려 빼냈다.

철컥!

골렘의 요동이 미세하게 줄어들었다.
지한은 호흡을 멈춘 채 곧바로 3번 나사로 손을 뻗었다. 마력의 흐름이 반대로 뒤틀리는 순간을 노려 반시계 방향으로 튕겨냈다.

철컥!

"구오오오……."

골렘의 붉은 안광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지한은 연이어 2번과 4번 나사를 한 호흡에 연달아 해체해 냈다.
마지막 4번 나사가 퉁겨져 나가는 순간, 지한의 뼈칼 날이 코어의 하단 접합 배선을 가볍게 긁어 끊었다.

서걱!

마치 수년간 굳게 닫혀 있던 금고가 열리듯, 붉게 요동치던 코어가 마침내 온전한 큐브 형태로 지한의 손아귀에 툭 떨어졌다.

동시에, 온몸을 흔들며 폭주하던 고대 고철 골렘의 두 눈에서 적색 안광이 완전히 소멸했다.
스으으으…….

웅장했던 엔진음이 잦아들며 3미터의 거구는 차가운 고철 잔해가 되어 바닥에 무겁게 주저앉았다.

[퀘스트 목표 '녹슨 고대 코어(최상급)'를 적출하셨습니다.]
[대상의 가치를 150% 보존하여 추출에 성공하셨습니다.]

"하아, 하아……."

지한은 골렘의 무릎에서 바닥으로 내려와 털썩 주저앉았다.
온몸의 힘이 다 빠져나간 듯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었지만, 그의 손에 들린 영롱한 청동빛 큐브는 영롱한 마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성공했어…… 해냈다고!"

크리스 파티원들이 헐떡이며 지한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들의 눈에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경탄이 서려 있었다. 12레벨 보스 몬스터를 자폭조차 시키지 않고 완벽하게 무력화시키며 핵심 부품을 적출한 유저는 아르카디아 전체를 통틀어도 지한이 유일할 것이었다.

"지한 형씨…… 자네는 정말 괴물이군."

크리스가 절뚝거리며 다가와 지한의 등을 거칠게 두드렸다.

지한은 간신히 숨을 고르고 일어섰다. 그리고 보스의 '잔해 해체'에 착수했다.
12레벨 보스급 기계 몬스터의 사체는 그야말로 움직이는 보물창고였다. 지한은 남은 힘을 쥐어짜 신형 해체 키트로 골렘의 관절부와 방패 장갑을 분해해 나갔다.

[보스 기계 해체를 완료했습니다.]
[재료 보존율 145%!]

[획득한 전리품]

희귀 등급의 판금 플레이트 장갑이 무려 두 개나 나왔다. 대도시의 대장장이들에게 가져다주면 장비 제작용으로 고가에 팔릴 귀한 품목들이었다.

지한 일행은 전리품을 배분하고 던전을 빠져나왔다.
크리스 파티원들은 지한 덕분에 얻은 몫을 주머니에 챙겨 대단히 기쁜 얼굴로 마을로 돌아갔다.

지한은 곧장 모험가 길드 2층의 자료실로 향했다.
책더미에서 졸고 있던 노기록관 에드윈이 지한의 인기척에 눈을 떴다.

"오, 돌아왔군. 역시 퀘스트가 너무 어려워 포기하러……."

에드윈의 말은 지한이 탁자 위에 올려놓은 영롱한 [녹슨 고대 코어]를 본 순간 멈추었다. 코어는 긁힌 상처 하나 없이 완벽한 큐브 형태로 은은한 푸른 마력을 빛내고 있었다.

"이, 이럴 수가! 이 완벽한 보존율은 대체 뭐란 말인가! 고대 마법 공학 기계실의 수석 조율사조차 이 정도로 완벽하게 코어를 빼내진 못했을 걸세!"

에드윈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흥분한 목소리로 지한을 바라보았다.

"약속대로 자네의 능력을 인정하네. 마법 공학 해체사로의 전직 의식을 거행하지!"

에드윈이 고대 양피지를 펼치고 주문을 외우자, 양피지에서 눈부신 백색 광채가 피어올라 지한의 온몸을 휘감았다.
가슴을 파고드는 따스하고 영롱한 동조의 기운.

동시에 장엄한 시스템 알림이 그의 귓가를 메웠다.

띠링!

[1차 전직 퀘스트 '잃어버린 기술의 계승자'를 성공적으로 완료했습니다!]
[특수 고유 직업 '마법 공학 해체사 (Mana-Tech Scavenger)'로 전직하셨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5씩 상승합니다.]
[스캐벤저 숙련도 한계치가 해제됩니다.]

[고유 스킬 '마력 해체 (Mana Disassembly) Lv.1'을 획득하셨습니다.]

[패시브 스킬 '구조 정밀 투시 (Structure Vision) Lv.1'을 획득하셨습니다.]

"마력 해체…… 구조 정밀 투시."

지한의 두 눈이 이채로 물들었다.
단순한 넝마주이 스캐벤저였던 과거와는 궤를 달리하는 능력이었다. 이제 그는 단순히 사체를 분해하여 가죽을 파는 상인을 넘어, 아르카디아 대륙의 핵심 재화인 '마력'과 '마법 장비' 자체를 주무르는 독보적인 기술자가 된 것이다.

자료실을 나온 지한은 길드 1층의 한적한 구석에서 자신의 새로운 스킬 정보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때, 그의 등 뒤에서 고풍스러운 검은색 비단 옷을 입은 한 중년 남성이 다가와 나지막하게 말을 건넸다.

"젊은 친구, 잠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겠나?"

비범한 귀티가 흐르는 남자의 머리 위에 뜬 이름은 노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평범한 마을 NPC가 아닌, 중요한 '스토리 NPC'임을 의미하고 있었다.

새로운 기연의 바람이 지한을 향해 불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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