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붉은 눈의 골렘

7화: 붉은 눈의 골렘
철컥, 철커덕.
지한의 뼈칼 끝날이 청동 문 중앙의 톱니바퀴 잠금장치 틈새를 매끄럽게 비집고 들어갔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기계 구조 인지' 스킬이 잠금장치 내부의 태엽이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 실시간 기하학적 3D 도면으로 설계하듯 그려내고 있었다.
'세 번째 기어의 고정 핀이 마력 도선과 연결되어 있다. 이걸 먼저 시계 방향으로 15도 돌려서 접촉을 끊고, 두 번째 태엽을…….'
지한은 손끝의 미세한 진동을 느끼며 뼈칼 칼날을 부드럽게 비틀었다.
잠금장치 내부에서 조그맣게 금속이 긁히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웅장한 기어가 돌아가는 진동이 청동 문 전체를 흔들었다.
쿠구구구구-!
"문이…… 열린다!"
크리스가 감탄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엄청난 두께의 청동 문이 양옆으로 갈라지며, 그 너머에 숨겨진 광활한 돔 형태의 석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석실 사방의 기둥들에는 마력의 잔재가 푸르게 번뜩이고 있었고, 그 석실 한가운데에 한 거대한 실루엣이 주저앉아 있었다.
높이 3미터에 달하는 청동과 고철 판금으로 짜 맞추어진 기계 거인. 온몸에 감긴 구리 파이프와 톱니바퀴들 위로 뽀얀 붉은 녹이 슬어 있는 골렘이었다.
그리고 놈의 흉부 정중앙에는, 붉은색 광채를 거칠게 내뿜는 큐브 형태의 거대한 결정체가 박혀 있었다.
[녹슨 고대 코어]였다.
"저게…… 12레벨 보스 몬스터, 고대 고철 골렘인가."
크리스가 장검을 고쳐 쥐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들이 석실 내부로 첫발을 내딛는 순간, 석실 기둥의 푸른 마력석들이 일제히 핏빛으로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구오오오오-!
바닥을 진동시키는 웅장한 증기 배출음과 함께, 고철 골렘의 굳게 닫혀 있던 두 눈에 섬뜩한 적색 안광이 켜졌다.
녹슨 관절들이 삐걱거리며 기동을 개시했다. 거대한 쇳덩이들이 부딪치며 내는 파괴적인 소음이 석실 전체를 웅장하게 메웠다.
[고대 고철 골렘 (보스) - Lv.12]
- 설명: 고대 마법 공학 기법으로 제작되었으나 오랜 세월 방치되어 폭주 상태에 빠진 방어용 기계 거인입니다. 침입자를 말살하기 위해 기동합니다.
쿠웅! 쿠웅!
골렘이 땅을 울리며 지한 일행을 향해 돌진해 왔다. 놈의 거대한 철퇴 같은 오른팔이 허공을 크게 호를 그리며 짓쳐내려 왔다.
"방어막 수립! 내가 막는다!"
크리스가 기합을 지르며 강철 방패를 앞세워 골렘의 주먹을 받아냈다.
쾅-!
"크하학!"
그러나 보스 몬스터의 무력은 이전의 거미들과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폭발적인 타격음과 함께 크리스가 쥐고 있던 든든한 강철 방패가 종잇장처럼 일그러졌다. 크리스의 거구가 허공을 날아 석실 벽면에 거칠게 처박혔다.
쾅! 툭.
"크리스 씨!"
마법사가 비명을 지르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궁수 역시 골렘의 눈을 향해 화살을 미친 듯이 퍼부었다.
하지만 12레벨 보스의 철갑 장갑은 튼튼했다. 화살은 불꽃을 튕기며 퉁겨져 나갔고, 화염구의 폭발조차 골렘의 표면에 가벼운 그을음만 남길 뿐이었다.
골렘은 쓰러진 크리스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거대한 왼발이 크리스를 밟아 뭉개기 위해 치켜들려졌다.
이대로 밟히면 크리스는 사망이다. 파티의 메인 탱커가 사라지면 파티 전체가 전멸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안 돼, 여기서 파티가 터지면 전직 퀘스트도 끝이다!'
지한의 눈동자가 급박하게 회전했다.
그의 시선이 골렘의 온몸을 훑었다. '기계 구조 인지' 스킬이 극한으로 가동되며, 골렘 내부에서 흐르는 붉은 마력 배선과 고압 증기 파이프들의 그물망이 투시되듯 뇌리에 내려앉았다.
골렘을 움직이는 고압 증기는 가슴의 고대 코어에서 출발해 온몸의 실린더로 전달되고 있었다.
그 전도 경로 중 가장 핵심이 되는 배관이 덮개 없이 외부로 헐겁게 노출된 부위가 보였다. 오른쪽 겨드랑이 밑, 골렘이 움직일 때마다 드러나는 보조 압력 밸브였다. 오랜 세월 방치되어 나사 고정 핀이 반쯤 풀려 덜덜 떨리고 있었다.
'저걸 뽑으면 오른쪽 상반신의 증기압이 폭발해 마비된다!'
지한은 망설임 없이 바닥의 쓰레기 더미를 차고 돌진했다.
"지한! 위험해요! 들어가지 마세요!"
마법사가 경악하여 소리쳤지만, 지한의 귀에는 오직 밸브의 덜덜 떨리는 고정 핀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쿵!
골렘의 발이 크리스의 머리 바로 옆바닥을 내리찍었다. 돌 파편이 사방으로 튀는 아수라장 속에서 지한은 슬라이딩하며 골렘의 발밑을 파고들었다.
바람을 찢는 위협적인 쇳소리가 그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지한은 골렘의 오른쪽 겨드랑이 밑으로 손을 뻗었다.
그의 손에는 보급형 해체 키트의 '미세 갈고리'와 '정밀 뼈칼'가 단단히 쥐여 있었다.
'풀려 있는 기어 핀을 잡고, 반시계 방향으로 비틀어 뽑는다!'
탁!
갈고리가 녹슨 압력 밸브 핀의 둥근 홈에 정확하게 걸렸다. 지한은 온 힘을 실어 갈고리를 움켜쥐고 아래로 잡아당기며, 뼈칼의 뾰족한 끝으로 핀을 단단히 고정하고 있던 연골 나사 조각을 내리쳤다.
깡-!
"구오오오오오-!"
핀이 뽑혀 나가는 순간, 늑대의 비명 같은 웅장한 증기 배출음이 골렘의 가슴 밑에서 뿜어져 나왔다.
치이이이이익-!
엄청난 압력의 고열 증기가 사방으로 흩뿌려지며 지한의 팔뚝을 덮쳐 통증을 선사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골렘의 거대한 오른쪽 팔이 동력을 잃고 툭 아래로 덜어졌다. 관절 마디마디에서 검은 기름과 전기 스파크가 튀었다.
"오른쪽 상반신 마비! 지금입니다, 골렘의 시선을 끄세요!"
지한의 단호한 외침에 궁수가 늑대 눈을 향해 관통 사격을 날려 시선을 빼앗았고, 마법사는 남은 힘을 쥐어짜 일그러진 골렘의 왼쪽 어깨에 번개 마법을 내리꽂았다.
콰르릉-!
골렘이 비틀거리며 중심을 잃었다.
그 틈을 타 지한은 무너져 내리는 골렘의 무릎을 밟고 번개처럼 가슴 위로 기어올랐다.
그의 눈앞에서 시뻘겋게 요동치는 [녹슨 고대 코어]가 숨 쉬듯 번쩍이고 있었다.
지한은 정밀 뼈칼을 거꾸로 쥐어 잡았다.
진짜 해체의 결말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