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서고의 주시자

74화: 서고의 주시자
비밀 지하 서고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천장과 벽면에 설치된 수십 개의 푸른색 마도 센서 렌즈들이 날카로운 기계음을 내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잉- 잉-!
“조심하십시오, 강 특무관! 서고의 침입 차단 방어선이 가동되었습니다. 저 센서들에 닿는 순간 고압 마력 전류가 격갑실 전체로 방출됩니다.”
뒤를 따르던 엘레나가 긴장하며 지팡이를 치켜세웠다.
하지만 지한은 침착했다. 그는 눈가의 [마법 공학 감지 고글]의 다이얼을 한 칸 돌렸다. 고글의 시야 너머로 공기 중을 거미줄처럼 가로지르고 있는 보이지 않는 적색 감시 레이저 궤적들과, 벽면에 매립된 18개의 트랩 트리거 룬 파이프들이 실시간 격자선으로 완벽하게 번역되어 투사되었다.
어깨 위의 소형 드론 아이리스가 전방 20미터 영역을 스캔해 해체 대상 배선들을 정밀 맵핑해 주었다.
“직접 갈 필요도 없겠군.”
지한은 왼팔 [철혈의 마도 공학 의수]를 가볍게 뻗어 손가락 끝을 허공에 대고 튕겼다.
“원격 마력 쇄도 (Remote Mana Surge).”
지직-! 팅-!
지한의 손끝에서 방출된 미세 전자기 기류가 5미터 밖 공중에 설치된 첫 번째 센서의 메인 전도 배선 코어 핀에 직격했다. 단 1밀리미터의 오차도 없는 원격 간섭으로 인해, 센서 렌즈가 탁 소리를 내며 불이 꺼지더니 이내 무력화되었다.
지한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선로를 따라 걸어가며, 원격 해체 마력을 쉴 새 없이 사방으로 튕겨 댔다.
지직! 파스스-. 지직!
그가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천장과 벽면에 박힌 고대 마도 센서와 레이저 방어 장막들이 도미노가 쓰러지듯 차례대로 불이 꺼지며 무소음으로 차단 해체되어 나갔다.
“……말도 안 돼.”
뒤에서 지켜보던 마탑의 고위 사찰관 엘레나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마탑의 상급 마법사 군단이 들어왔어도 배선 해독과 룬 소거 스크롤을 찢어가며 몇 시간 동안 끙끙대야 개척할 수 있는 비밀 방어 장막을, 지한은 마치 가벼운 산책을 하듯 손가락 몇 번 퉁기는 것만으로 단 10초 만에 완벽히 붕괴시키고 있었다.
마침내 개척된 안전한 통로를 지나 서고 중앙의 거대한 돔 광장에 도달했다.
천장 높이가 수십 미터에 달하는 서고 광장 중앙.
거대한 청동제 쇠사슬들에 얽매여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지름 3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강철 외눈 안구 기계가 붉은빛 서치라이트 광선을 바닥을 향해 쏘아대며 순찰하고 있었다. 기계의 하부에는 수십 개의 강철 거미 다리 촉수들이 전자기 불꽃을 지직거리며 매달려 있었다.
[서고의 주시자 - 아르고스 (Argos) - Lv.50]
- 등급: 보스 (Boss)
- 해킹 오작동 버프: ‘폭주하는 톱니바퀴’ (물리 공격력 30% 상승, 전자기 방전율 20% 증폭)
- 설명: 황실 지하 서고의 핵심 파수 기계입니다. 가슴의 중앙 렌즈를 통해 침입자를 스캔하고, 100개의 기계 다리 촉수를 가동해 침입자를 갈기갈기 조각내 말살합니다.
위이이이잉-.
바닥을 훑어내리던 아르고스의 거대한 붉은색 외눈 안광 서치라이트가 지한과 엘레나가 서 있는 초입 단상 위를 정면으로 스캔했다.
[경보: 침입자의 외형 감지 완료!]
- 대상 격퇴 방어 프로토콜 가동.
- 보스 아르고스가 전투 모드로 전환됩니다.
“크오오오오-! 오염원 말살.”
천장에 매달려 있던 아르고스의 수십 개 강철 거미 촉수들이 요란한 금속 마찰음을 내며 단숨에 지한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내가 시선을 끌겠습니다! 강 특무관, 보스의 뒤쪽 마력 밸브를……!”
엘레나가 다급하게 지팡이를 들고 주문을 캐스팅하려 하자, 지한이 왼손을 가볍게 들어 그녀를 막았다.
“사찰관님은 뒤에서 구경이나 하고 계십시오. 보스 몬스터의 내부 설계를 실습하기에 아주 훌륭한 쇳덩어리이군요.”
지한은 손목 칼날 집의 레버를 조용히 당겼다.
철컥-.
지한의 오른손에 전설 등급 뼈칼 [아스트라페 - 리레코드]가 쥐어졌고, 은백색의 날카로운 서리 한기가 엔진룸 전체를 차갑게 동결시키기 시작했다.
“철혈의 해체 영역 가동.”
위이이잉-.
지한을 중심으로 반경 20미터 영역 전체가 푸른 전자기 역장에 휩싸였다.
날아오는 아르고스의 100여 개 거미 다리 촉수 관절들과, 녀석의 중앙 렌즈 동력 연결 노드선들이 지한의 시야 너머로 3D 도식선으로 정밀하게 튀어나왔다.
“해체 시작한다.”
지한은 단단한 뼈칼 손잡이를 움켜쥐고, 쏟아지는 강철 다리 숲을 향해 거침없이 정면으로 도약했다. 변경의 기피 직업 해체사가 50레벨 황실 최강의 보안 보스를 완전히 조각내 버리기 위한 찬란한 피의 참격이 어두운 서고 광장 위에서 가차 없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