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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72화

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거래의 주도권

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72화: 거래의 주도권

태양의 마탑 최고층에 위치한 황실 비즈니스 회의실.

고급스러운 마호가니 원목 탁자를 중심으로 제국 군수처의 고위 관료들과 황태자파 귀족들의 대표인 가이어스 공작(Lv.50)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들의 등 뒤에는 황실 근위 기사들이 근엄한 태도로 도열해 있었고, 회의실 한편에는 사찰관 엘레나와 여전히 흥분이 가시지 않은 눈빛의 대마법사 그레이엄이 배석했다.

지한은 탁자 말석이 아닌, 가이어스 공작과 마주 보는 정중앙 자리에 자연스럽게 걸어가 앉았다.

“강 특무관, 마탑 중앙 홀에서 룬 모형의 오류를 단숨에 잡아내었다는 그레이엄 님의 보고는 들었네. 과연 변경의 해체사라더니 눈썰미가 제법이군.”

가이어스 공작이 콧수염을 만지며 은근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황태자파 귀족 대표 - 가이어스 공작 (Duke Gaius) - Lv.50]

“본론으로 들어가지. 자네의 아스트라페 상단이 제안한 분기당 3,000골드 규모의 제4군단 마도 부품 납품 계약 건 말일세. 황실 군수처의 검토 결과, 납품 단가를 기존보다 25% 인하하고, 자네들이 광산 기지에서 사용하는 핵심 정밀 제련 공정 기술의 일부 특허를 황실 대공방에 의무 이전할 것을 조건으로 계약을 승인하려 하네.”

공작의 제안은 전형적인 거대 세력의 기술 갈취 및 단가 후려치기였다.
그들은 변경의 신흥 길드가 제국의 거대한 군수 계약을 따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굴복하고 헌신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라 믿고 있었다.

관료 중 한 명이 거만한 태도로 양피지 계약서를 지한 앞으로 밀어 보냈다.

지한은 계약서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탁자 위에 오른손의 전설 등급 뼈칼 [아스트라페 - 리레코드]를 가볍게 툭 올려놓았다. 뼈칼의 은백색 칼날에서 흘러나온 서리 냉기가 가이어스 공작이 쥔 잔의 홍차를 순식간에 차갑게 얼려 버렸다.

쩡-!

“……무슨 짓인가!”

가이어스 공작이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지한은 차가운 눈동자로 공작을 응시하며 담담하게 말했다.

“제국 2황자파의 핵심 무력인 붉은 불꽃 길드가 검은 안개 숲에서 왜 몰살당했는지, 그리고 카스텔 백작가의 감사단 전원이 그레이 아이언 광산에서 왜 뼈도 못 추리고 사고사로 묻혔는지 잊으신 모양이군요, 공작님.”

회의실의 기온이 급격히 내려앉았다.
지한이 뱉은 서늘한 독점 세력의 살기와 카스텔 가문의 파멸 언급은, 귀족들의 목덜미에 보이지 않는 칼날을 들이대는 것과 같았다.

“아스트라페 상단이 공급하는 영웅 등급 부품의 공정 기술은 오직 제 왼팔 의수와 우리 기지의 독점적인 고대 유산 설계에서만 출력됩니다. 기술 이전을 하라 하심은,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소리와 다름없습니다. 단가 인하 역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지한은 리레코드 뼈칼의 손잡이를 툭 치며 말을 이었다.

“만약 이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면, 저희 아스트라페는 자스민 상단을 통해 이 부품들을 제2황자파 세력이나 남부의 다른 상단들에게 35% 가산된 가격으로 우회 판매하는 방안을 조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이 이 부품들로 신형 마도 골렘 군단을 먼저 조립해 황도로 진격하는 광경을 황태자 전하께서 반기실지 의문이군요.”

“이, 이 오만한 변경의 스캐벤저 녀석이 감히 황실을 협박하는가!”

군수처 관료가 탁자를 치며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가이어스 공작은 지한의 영리하고 치명적인 올가미에 말문이 막혔다.
지한은 황태자파의 목줄을 정확하게 쥐고 있었다. 2황자파와의 군수 주도권 싸움에서 아스트라페의 영웅 등급 부품은 황태자 전하가 반드시 선점해야 할 절대적인 비장의 카드였다. 이것이 적들에게 넘어간다면 황태자파의 몰락은 시간문제였다.

옆에 앉아 있던 대마법사 그레이엄이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공작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공작, 멈추게. 저 자의 마도 공학 해체력과 기술 설계는 황도 마탑의 학자 수백 명을 합친 것보다 위에 있네. 억지로 기술을 빼앗으려 들다간 저 뼈칼 끝날에 제국 제4군단의 마도 부품 생산망 자체가 흔적도 없이 해체되어 소멸할 걸세.”

그레이엄의 경고에 가이어스 공작은 마른침을 삼키며 떨리는 손으로 펜을 쥐었다.
넝마주이라 조롱하던 변경의 해체업자 강지한은, 이제 황도 최고의 귀족들과 대마법사를 완벽히 굴복시킨 거래의 절대적인 주도권자였다.

“……좋네. 강 특무관. 자네의 요구대로 단가 인하와 기술 이전 조항은 전면 백지화하겠네. 분기당 3,000골드 독점 계약을 이 서약서대로 체결하지.”

공작이 패배를 인정하며 서약서에 자신의 가문 인장을 꾹 눌렀다.

[황도 공식 군수 독점 계약 타결!]

지한은 만족하며 뼈칼을 조용히 수납하고 서약서를 챙겼다.

그의 눈가 너머, 고글의 인터페이스 속에서 3,000골드의 찬란한 숫자 배당금이 황금빛으로 번쩍이고 있었다. 황도의 경제 혈맥 깊숙이 아스트라페의 쐐기를 완벽히 박아 넣은 지금. 지한은 제국의 부와 군사 권력을 밑바닥에서부터 조각내어 삼키는 위대한 정복자로서 황성의 밤하늘을 향해 장엄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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