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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71화

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태양의 마탑

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71화: 태양의 마탑

이른 아침, 황성 루테시아의 중심부에 위치한 ‘태양의 마탑’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친 하얀색 대리석 탑과 그 탑을 휘감고 흐르는 찬란한 황금빛 마력의 띠로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지한은 약속대로 마탑 정문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황실 사찰관 엘레나와 마주했다. 오늘 그녀는 평소의 짙은 로브 대신, 마탑의 상급 마법사임을 상징하는 하얗고 징 박힌 골드 라인의 예복을 입고 있었다.

“반납 기한을 단 하루도 어기지 않으셨군요, 강 특무관.”

엘레나가 차가운 푸른 눈동자로 지한을 바라보며 손을 내밀었다. 지한은 인벤토리에서 대여했던 세 권의 고대 기술서 사본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엘레나는 마법 장갑을 낀 손으로 책장을 조심스레 넘기며 미세 마력 흐름을 감지했다. 마탑의 사본들은 복제나 변형을 방지하기 위해 미세한 자폭 룬 배선이 깔려 있었으나, 세 권 모두 단 한 군데의 손상도 없이 완벽하게 조율된 온전한 상태였다.

“……놀랍군요. 마도 지식이 전무한 변경의 해체사라면 사본을 만지다가 룬 배선을 건드려 책을 태워먹기 일쑤인데, 마치 최고급 마스터가 조심스럽게 다룬 것처럼 마력이 온전해요.”

“책을 빌렸으면 낙서하지 않고 돌려주는 것이 변경의 상식입니다, 사찰관님.”

지한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황태자파 귀족들께서 3층 접견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따라오시지요.”

엘레나의 안내에 따라 지한은 마탑 내부의 웅장한 중앙 홀로 들어섰다.
높이가 수십 미터에 달하는 나선형 복도를 따라 걷던 중, 지한의 시선이 중앙 홀 한가운데에 공중에 둥둥 떠서 회전하고 있는 거대한 황동제 기계 조형물에 머물렀다.

그것은 고대 제국의 순양 비공정 설계도를 입체적으로 복원해 둔 ‘중력 부양 비행 룬 모형’이었다. 수백 개의 태엽 다이얼과 푸른 마력 공급관들이 거미줄처럼 뒤엉켜 있었지만, 모형은 비틀거리며 단 40%의 불안정한 가동률만 유지한 채 위태롭게 돌고 있었다.

모형 주변에는 마탑의 젊은 학자 대여섯 명이 지팡이를 들고 머리를 싸맨 채 격렬한 논쟁을 벌이는 중이었다.

“중앙 제어 실린더의 마력 유입량을 늘려야 해! 동력이 부족해서 날개가 흔들리는 거라네!”

“아니야, 중력 장막의 주파수를 120헤르츠로 올리는 것이 우선이야!”

지한은 걸음을 멈추고 눈가의 [마법 공학 감지 고글]을 슬쩍 켜서 그 모형을 주시했다.
고글 너머로 뒤엉킨 톱니바퀴들과 우회관들의 마력 결(Flow)이 선명한 와이어프레임 구조로 드러났다. 지한의 눈에는 마탑의 학자들이 마력 흐름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노드에 에너지를 쑤셔 넣어 과부하를 가하고 있는 꼴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기초적인 중력 부화 제어 노드의 회전 방향을 반대로 조율하고, 3번 우회 실린더의 전자기 커플러를 강제로 해체해 우회시켜야 100% 가동될 텐데. 동력을 억지로 늘려봤자 기어만 갈려 나갈 뿐이지.”

지한이 나직하게 읊조린 혼잣말이었다.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넝마주이식 소리를 지껄이는가!”

홀 한편의 어둠 속에서 백발의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노마법사 한 명이 지팡이를 짚으며 매서운 눈빛으로 걸어 나왔다.

[태양의 마탑 상급 대마법사 - 그레이엄 (Graham) - Lv.55]

55레벨의 초강자. 엘레나는 황급히 허리를 숙이며 예의를 표했다.

“그레이엄 님, 이분은 동부에서 올라오신 강지한 특무관이십니다.”

“강지한? 아, 오르비스에서 영웅 등급 부품을 납품한다던 그 해체사 녀석인가. 제아무리 손재주가 좋다 한들, 이 황도 마탑 학자 전체가 수년간 매달려도 40%밖에 복원하지 못한 고대 부양 엔진의 공식을 자네가 무엇을 안다고 훈수를 두는가!”

그레이엄이 콧방귀를 뀌며 지팡이로 바닥을 쿵 찍었다.

지한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뼈칼 [아스트라페 - 리레코드]를 가볍게 만지며 담담히 대꾸했다.

“이론은 복잡할지 몰라도, 기계 장치는 결국 마력이 흐르는 길(Flow)을 따라 작동할 뿐입니다. 믿기지 않으신다면 저기 3번 실린더의 나사 고정 핀을 반 바퀴만 풀어서 역인가해 보시지요.”

그레이엄은 지한의 오만한 조소에 기가 찼지만, 마탑 학자들의 해독이 수개월째 정체되어 있던 차였기에 속는 셈 치고 옆의 학자에게 눈짓을 보냈다.

“3번 커플러의 제어 핀을 반 바퀴 풀어라. 그리고 중력 제어 노드의 배선을 좌향에서 우향으로 반전시켜 보게.”

학자들이 긴장한 채 마법 집게로 모형 중앙의 미세한 기어 핀을 반 바퀴 풀고, 노드의 마력 방향을 반대로 전환했다.

철컥-!

그 순간, 비틀거리며 웅웅 소리를 내던 황동제 룬 모형이 순간적으로 거대한 푸른빛 한기 진동을 사방으로 뿜어내더니, 태엽 장치들이 부드럽게 맞물려 고속 회전하기 시작했다. 비틀거리던 비행 날개가 완벽하게 수평을 잡고 허공으로 2미터 높이 솟구쳐 오르며 영롱한 마도 광채를 방출했다.

[시스템 메시지]

“머, 뭐라고……?!”

대마법사 그레이엄의 턱이 쩍 벌어졌다.
지팡이를 쥔 학자들도 둥근 모형을 바라보며 경악으로 비명을 질렀다. 수년간 마탑 최고의 천재들이 밤을 지새우며 수학 공식을 대입해도 풀리지 않던 핵심 회로가, 변경의 넝마주이 특무관이 툭 던진 한마디 팁에 의해 단 5초 만에 완벽히 동기화되어 풀려버린 것이다.

엘레나는 떨리는 눈으로 지한의 옆모습을 쳐다보았다.

“……자네, 대체 정체가 무엇인가?”

그레이엄이 지팡이를 쥔 손을 부르르 떨며 지한에게 다가왔다. 그의 오만했던 태도는 한순간에 거대한 호기심과 경외심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지한은 리레코드 뼈칼을 조용히 손목 집에 넣으며 평온하게 미소 지었다.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저는 그저 꼬인 매듭을 풀고, 녹슨 기계를 깎아내는 스캐벤저일 뿐입니다. 이제 회의실로 올라가시지요.”

지한의 서늘하고 오연한 걸음걸이가 대마법사의 침묵을 짓밟으며 계단 위를 향했다. 제국의 마법 과학 정점이라 불리는 태양의 마탑마저, 지한의 압도적인 해체 공식 아래 한순간에 격이 다른 굴복의 빗장을 열어젖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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