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루테시아의 밤

70화: 루테시아의 밤
쿠구구구구-.
제국 마도 열차가 웅장한 감속 기어 소리와 함께 제국 황성 ‘루테시아’의 거대한 중앙 승강장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천장을 뒤덮은 거대한 투명 수정 돔 천장 위로 황성의 수많은 마도 비공정들이 밤하늘을 수놓으며 불빛을 내뿜고 있었고, 열차 밖으로 쏟아지는 수천 명의 승객들과 웅장한 루테시아 역사의 규모는 동부의 변방 오르비스와는 차원이 다른 압도적인 문명의 위용을 뿜어내고 있었다.
지한은 여유로운 태도로 특실 객차에서 내렸다.
“강 특무관님, 변경에서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지한이 플랫폼에 발을 내딛자마자, 검은색 비단 드레스를 차려입은 기품 있는 40대 초반의 여성이 단정하게 부채를 접으며 다가왔다. 그녀의 양옆에는 자스민 상회의 정예 호위 기사 4명이 도열해 있었다.
[자스민 상회 황도 지부장 - 마담 셀렌 (Madame Selene) - Lv.42]
- 설명: 제국 3대 상회 자스민 상단의 황성 지부 전체를 총괄하는 여걸입니다. 오르비스의 루완보다 한층 더 높은 급의 인맥과 황도 정계 정보를 쥐고 있습니다.
“마담 셀렌이시군요. 루완에게 전갈은 들었습니다.”
지한은 가볍게 턱을 숙여 목례를 전했다. 마담 셀렌은 예리한 눈빛으로 지한의 온몸을 흝었다. 40레벨에 도달해 2차 전직 ‘마도 철혈 해체사’의 풍모를 완벽히 굳힌 지한의 주변에는, 보이지 않는 서늘하고 묵직한 마력의 압박이 흐르고 있었다.
“오르비스에서 보내온 영웅 등급 부품들과 카스텔 감사단의 기상천외한 사고사 처리까지…… 루완이 자네를 두고 ‘변경의 지배자’라 부른 이유를 이제야 알겠군요. 황태자 전하의 보이지 않는 비호까지 받고 계시니, 자네는 이미 우리 상단 최고의 귀빈입니다.”
셀렌은 미소를 지으며 역 광장에 대기 중이던 호화로운 마도 마차로 지한을 안내했다.
마차가 대리석으로 포장된 황도의 밤거리를 매끄럽게 달리기 시작했다. 창밖으로는 마법 조명으로 대낮처럼 밝혀진 웅장한 석조 빌딩들과, 길거리의 수많은 마도 인형(Automaton) 경비병들이 순찰하는 미래적인 판타지 도시의 전경이 펼쳐졌다.
지한은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셀렌이 건넨 최고급 가죽 바인더 장부를 펼쳤다.
“황도 군수처의 정식 국방 납품 계약서 초안입니다.”
셀렌이 부채로 장부를 가리키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자네의 아스트라페 상단이 공급하는 그레이 아이언 정밀 기어와 마도 서보 모터의 품질은 제국 표준을 아득히 초월했습니다. 황태자파 귀족들은 자네의 부품들을 황도 국방군 제4군단의 신형 마도 장갑 보급 계약에 정식 채널로 편입시키려 하고 있어요. 계약 규모는 분기당 무려 3,000골드에 달합니다.”
3,000골드. 분기당 수십 억 원이 넘는 대규모 군수 독점 비즈니스 계약이었다.
지한은 장부의 조항들을 고글 투시 시야로 스캔하며 꼼꼼히 확인한 뒤 조용히 덮었다.
“나쁘지 않군요. 계약 세부 조율은 내일 황태자 직속의 엘레나 사찰관을 만난 뒤 확정 짓겠습니다. 마침 황도 마탑 도서 반납 기한도 되었으니, 내일 아침 태양의 마탑 정문에서 접견하기로 조율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숙소는 황성 최고의 라운지가 마련된 상단 전용 펜트하우스로 모셔다드리지요.”
지한은 펜트하우스에 도착해 여장을 풀고, 넓은 테라스에 서서 빛나는 루테시아의 밤거리를 내려다보았다.
눈가 고글의 미세 진동 센서 너머로, 수 킬로미터 밖 황도의 상업 지구에 밀집된 황실 직속 대공방들과 마탑 공업 지구의 미세한 동력 기어 주파수들이 모스 부호처럼 수신되고 있었다.
‘오르비스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최고급 마도 공학 기술들의 노다지밭이군.’
지한은 소매 아래 숨겨둔 전설 등급 뼈칼 [아스트라페 - 리레코드]를 가볍게 매만졌다.
변경의 쓸쓸한 광산 갱도에서 생계를 위해 쓰레기 장비를 뜯어내던 밑바닥 해체업자 강지한.
그는 이제 황도의 모든 군수 계약과 마탑의 전설적인 지식들을 가차 없이 조각내고 해체하여 자신의 지배력 하에 둘 위대한 제3막의 무대에 올랐다.
“해체할 거리가 널려 있군.”
지한의 차갑고 예리한 중얼거림이 루테시아의 화려한 네온빛 밤바람 속에 은밀히 녹아들었다. 황도의 심장부에서 벌어질 더 거대하고 지능적인 정복의 시간표가, 지한의 오연한 미소 속에서 째깍거리며 돌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