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황도로 향하는 레일

68화: 황도로 향하는 레일
오르비스 성을 감싸고 있던 기나긴 밤이 걷히고, 아스트라페 길드는 본격적인 제국 황성(수도) ‘루테시아’로의 비상을 앞두고 있었다.
지한은 지하 철혈 기지의 모든 자동 생산 설비를 크리스와 대장기술 간부들에게 최종적으로 위임했다. 기지는 이제 매주 수백 개의 영웅 등급 마도 부품과 그레이 아이언 강철 주괴를 규칙적으로 생산하여 자스민 상회의 루완을 통해 황도 군수처로 은밀히 납품하는 거대한 자금 화수분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지한 형님, 황도 지부 설립을 위한 선발대 조율은 끝났습니다. 형님이 탑승하실 황도 직행 마도 열차의 특실 티켓과 국경 프리패스 서류도 모두 연동해 두었습니다.”
크리스가 가볍게 목례를 하며 은빛 패스를 지한에게 건넸다.
“수고했다. 오르비스의 광산 보안과 백작가와의 연락망은 네가 전담해라. 2황자파가 카스텔 감사단의 사고사로 한풀 꺾였지만, 쥐도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언제든 이빨을 드러내니까.”
“염려 마십시오. 기지의 장막을 최대로 켜 두었으니 그 어떤 사찰단이 와도 절대 들키지 않을 겁니다.”
지한은 오르비스를 떠나기 전, 기지의 최신 조립 선반을 가동해 자신의 보조 드론 ‘아이리스’를 추가 개조했다. 아이리스의 외피에 황금색 마도 회로를 덧대어, 스캔 거리를 기존 30미터에서 50미터로 크게 확장하고 미세 무선 간섭 주파수의 분석 속도를 대폭 끌어올린 것이다.
준비를 끝마친 지한은 현실로 돌아와 잠시 캡슐 밖으로 나왔다.
여동생 지수는 이제 휠체어 없이 가볍게 병실 복도를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건강 상태가 호전되어 있었고, 그녀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피어난 해맑은 미소가 가득했다.
“오빠, 이번 주말에 나 태원 수속 밟아도 된대. 이제 진짜로 치료비 걱정 안 해도 되는 거지?”
지수가 지한의 소매를 잡고 환하게 웃었다. 지한은 여동생의 머리를 가볍게 쓸어내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럼. 오빠가 말했잖아. 빚은 다 갚았고, 이제 네가 살고 싶은 집도 마음껏 구할 수 있어. 걱정 말고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있어라.”
동생을 배웅한 뒤 다시 아르카디아에 접속한 지한은 오르비스의 증기 열차 중앙 승강장에 섰다.
그가 보여준 황실 영구 프리패스 문장을 확인한 승무원들은 깊게 허리를 숙이며 그를 열차의 가장 화려한 귀빈실(VIP) 객차로 정중히 안내했다.
치이이이이익-! 덜커덩-.
석탄과 마력이 융합된 증기를 뿜어내며, 거대한 철제 마도 열차가 국경 장벽의 선로를 따라 황도를 향해 매끄럽게 달리기 시작했다. 창밖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동부 국경의 침엽수림과 회색빛 산맥들을 바라보며, 지한은 비로소 변경의 밑바닥 해체사 생활을 정리하고 제국의 정치와 부의 정점인 황도로 나아간다는 실감을 맛보았다.
열차가 출발한 지 서너 시간쯤 지났을 무렵.
열차는 황도의 외곽 관문이자 웅장한 수직 절벽을 가로지르는 거대 철제 다리인 ‘태양의 마도 대교’ 위로 막 진입하고 있었다.
탁- 탁-.
지한이 찻잔을 들고 창밖의 절벽 경치를 주시하던 순간, 어깨 위에 대기 모드로 둥둥 떠 있던 해체 드론 아이리스가 갑자기 격렬하게 회전하며 붉은색 경고등을 점멸했다.
잉-! 잉-!
[경고: 주변 50미터 이내에서 비정상적인 전자기 폭파 트랩 신호가 감지되었습니다!]
- 전방 선로 30미터 지점에 매립된 ‘마력 붕괴 폭탄 (Mana Collapse Bomb)’ 감지.
- 열차의 브레이크 배선부에 정체불명의 마도 해킹 전류 침투 중.
삐이이이이익-!
동시에 열차 내부의 비상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고, 마도 열차의 바퀴들이 불꽃을 튀기며 급격하게 미끄러지는 비명 같은 급제동 소리가 객실을 가득 메웠다. 지한의 찻잔이 바닥으로 떨어져 깨져나갔다.
“무슨 일이지?!”
지한은 곧장 몸을 일으키며 [마법 공학 감지 고글]의 조율 레버를 내렸다. 고글의 시야 너머로, 열차가 달리고 있는 철제 대교 건너편 선로 기둥 밑바닥에 검은색 마스크를 쓴 6명의 38레벨 이상 습격자들의 열상 반응이 선명하게 비쳤다.
그들은 2황자파의 잔당이거나, 지한의 황도 진출을 원천 차단하려는 정체불명의 암살대임이 분명했다.
“열차의 동력 기관을 끊고 다리를 무너뜨려라!”
대교 저편에서 습격자들의 거친 외침과 함께, 선로 위에 매립되어 있던 마력 붕괴 폭탄들이 붉은 광채를 뿜어내며 폭발 직전의 극도 과부하 상태로 부풀어 올랐다. 폭탄이 터지는 순간 마도 대교 전체가 무너져 열차는 수백 미터 절벽 아래로 추락할 판국이었다.
“넝마주이를 상대하려면, 최소한 폭탄의 원리 정도는 제대로 배우고 왔어야지.”
지한은 객실 창문을 깨부수고 차갑게 날아올랐다.
그의 손에는 전설 등급 뼈칼 [아스트라페 - 리레코드]가 은백색의 한기를 뿜어내며 쥐어졌다. 황도로 향하는 장엄한 질주의 첫머리에서, 지한은 자신을 가로막으려는 보이지 않는 어둠의 사냥개들을 조각내기 위해 허공을 향해 거침없이 신형 뼈칼을 뻗어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