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사고사의 연출

67화: 사고사의 연출
지하 3층 격벽 돔 홀에 가득 찬 피비린내와 타들어 간 강철 냄새 속에서, 지한은 차분하게 전설 뼈칼 [아스트라페 - 리레코드]의 날끝을 털어내 손목 칼집에 넣었다.
“크리스, 기사단 녀석들이 소지하고 있던 마도 통신기들과 위치 추적 펜던트들을 한데 모아라.”
“네, 형님! 여기 있습니다.”
크리스가 수거해 온 11개의 은빛 펜던트와 한 자루의 붉은색 마도 통신 마법구를 탁자 위에 쏟아 놓았다. 이 마도 기기들은 남부 카스텔 백작가 본성 및 황도 군수처와 실시간으로 마력 파동 신호를 주고받으며 감사단의 생사 여부를 송신하고 있었다.
“원격 마력 쇄도 (Remote Mana Surge).”
지한은 손바닥을 기기들 위에 대고 미세 전자기 진동을 방출했다.
고글 투시선 너머로 마도 기기들의 통신 제어 룬 회로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지한은 기기들을 부수지 않고, 통신 신호가 연결되는 마지막 노드 주파수를 역조작하기 시작했다.
그는 기기의 마력 회로 일부를 과부하 폭주 상태로 유도하여, 수신기 쪽에서 ‘굉음 같은 폭발 진동음’과 ‘암반이 무너지며 마력 배선이 단절되는 노이즈 신호’가 1초 동안 송신된 후 완전히 꺼지도록 연출했다.
파직! 피이이이잉-.
마도 통신기들의 붉은 안광이 일시에 점멸하더니 차갑게 식어 내렸다.
“완료됐다. 황도 군수처에서는 그저 수갱 내부의 강력한 먼지 분진 폭발로 기기들이 한순간에 소멸한 것으로 수신했을 거다.”
지한은 곧이어 돔 홀의 좌우 지지용 강철 기둥 세 곳에 폭발성 연금 화약을 부착했다.
“전원 대피해라. 수갱을 매몰시킨다.”
쿠콰콰콰콰쾅-!
거대한 갱도 폭발음과 함께 천장의 거대 암반들이 사정없이 무너지며 지하 3층 버려진 수갱의 입구와 돔 홀을 완벽하게 수만 톤의 바위 흙더미 속에 파묻어 버렸다. 베른과 기사단원들의 사체 잔해는 영구적으로 지하 깊숙한 바위 무덤 속에 인봉되었다.
오르비스 영주관, 백작의 비밀 서재.
펠릭스 백작은 지한의 은밀한 전갈을 전해 듣고 서재 바닥을 서성거리며 얼굴이 잿빛으로 질려 있었다.
“지, 진짜로 감사단 전체를 묻어버렸단 말인가, 강 특무관……! 아무리 그래도 황실 공인 감사단인데, 남부 카스텔 백작가가 가만히 있겠는가?”
“영주님, 가만히 있지 못하면 어쩌겠습니까? 물증이 없는데.”
지한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평온하게 미소 지었다.
“황도 군수처에 기록된 감사단의 마지막 신호는 완벽한 ‘분진 폭발 및 암반 붕괴음’이었습니다. 영주님께서는 즉시 감사단이 안전 경고를 무시하고 무단으로 위험 수갱에 진입했다가 사고를 당했다며 백작가 공식 애도 성명을 발표하시고, 기사단을 보내 수갱 겉면을 파내는 구조 작업을 시늉만 하시면 됩니다. 흙더미가 워낙 거대해 시신 수습에는 몇 달은 걸릴 테니까요.”
펠릭스 백작은 지한의 빈틈없는 완벽한 사후 각본에 온몸에 돋은 닭살을 쓸어내렸다.
“알겠네…… 자네 말대로 즉시 구조대를 파견해 쇼를 시작하겠네. 정말 자네의 덫 앞에서는 제국의 그 어떤 사냥개도 뼈조차 못 추리는군.”
지한의 설계대로 사건은 완벽하게 ‘안전 불감증에 의한 무모한 지하 조사 중 붕괴 사고사’로 신속하게 수리되어 황도 군수처에 보고되었다.
제국 남부 카스텔 백작가는 선임 감사관 베른을 비롯한 정예 기사단의 급작스러운 매몰 전사 소식에 거대한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지만, 군수처 마력망에 기록된 공식적인 사고 기록 탓에 오르비스 영주나 아스트라페 길드에 무력 보복을 감행할 법적 명분을 찾지 못했다. 무리하게 변경 광산을 털어먹으려다 정예 전력만 잃은 꼴이었다.
며칠 뒤, 자스민 상회의 루완을 통해 기쁜 전갈이 지한의 인박스에 도착했다.
[자스민 상회 내부 보고서 - 극비]
- 2황자파와 손잡았던 카스텔 백작가의 지위와 자금 흐름이 동부 감사단 전멸 여파로 황도 내에서 급격히 위축됨.
- 황태자는 카스텔 백작가의 무리한 감사를 질타하며 남부의 군수 생산 독점권 일부를 몰수함.
- 몰수된 군수 납품권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황태자파 귀족들이 자스민 상단을 통해 우리 아스트라페 길드가 생산하는 고품질 영웅 등급 마도 강철 주괴를 황도 군수처에 대량 납품 계약할 것을 제안해 옴.
지한은 밀서를 읽고 차갑게 미소 지었다.
적들이 파놓은 덫을 교묘하게 해체해 역으로 그들의 목줄을 죄어버린 결과, 아스트라페 길드는 이제 동부를 넘어 황도의 핵심 군수 물자 납품권이라는 거대한 제국의 심장부를 공식적으로 움켜쥐게 되었다.
주간 골드 순수익은 가뿐히 350골드의 고지를 수직 돌파할 준비를 마쳤고, 지한의 명성과 입지는 제국 중앙 정계 귀족들에게까지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제 변경의 넝마주이는 끝이다.”
지한은 손가락 끝의 아스트라페 뼈칼을 살짝 튕기며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르비스 영지를 완벽하게 자신의 지배하에 은폐하고 비즈니스의 절대적인 독점 이권을 확립한 지금, 그의 앞에는 제국의 황도 한복판으로 진격하여 군수와 기술의 정점을 통째로 해체해 버릴 위대한 영광의 제3막이 찬란하게 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