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갱도의 살육

66화: 갱도의 살육
어둡고 축축한 지하 3층 버려진 수갱의 깊은 곳.
남부 카스텔 백작가의 감사관 베른과 그의 기사단 10명은 좁고 둥근 원형 격벽 돔 구조의 홀 안으로 완전히 진입했다. 사방에 매달린 녹슨 파이프와 이끼 낀 벽면이 기사들의 횃불을 받아 기괴한 기류를 흘리고 있었다.
“기사들이여, 잠시 멈춰라. 이 좁은 방 뒤쪽에 다른 은밀한 통로가 느껴진다.”
베른이 장검을 쥐고 벽면을 두드려 보며 지한을 돌아보았다.
“강 특무관, 이 벽 뒤에 무엇이 있는가? 당장 문을…….”
그가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지한은 소매 아래 숨겨두었던 손가락을 가볍게 퉁겼다.
“가동 (Trigger).”
파지지지지지직-! 콰르릉-!
격벽 돔 홀의 좌우 벽면 파이프 틈새에서, 숨겨져 있던 고대 제국의 전자기 방전 철사 덫들이 스프링처럼 허공으로 튀어 올라 돔 천장 전체를 거대한 전류 그물로 휘감았다.
“크, 끄아아아아악!”
최고급 은빛 판금 갑옷을 두르고 있던 기사단원들이 전자기 방전에 정면 직격당했다. 금속 갑옷 전체가 강력한 전류를 흡수하며 기사들을 꼼짝달싹 못 하게 만드는 감전 무력화(Stun)의 쇠창살로 돌변했다.
[고대 방어 시스템: 전자기 역장 덫 가동!]
- 영역 내 침입자들의 모든 마도 버프 강제 중단.
- 전원 6초 동안 행동 불능 ‘감전 마비’ 상태 부여.
동시에 바닥의 레일 틈새에서, 지한이 사전에 골렘의 부품들을 개조해 배치한 날카로운 고속 회전 톱니바퀴들이 웅웅거리는 굉음과 함께 지면 위로 불쑥 튀어나왔다.
서거어억-! 콰직!
“내, 내 다리가……!”
마비된 기사들의 다리 실린더와 관절 끈을 향해 회전 톱니들이 무자비하게 휩쓸고 지나갔다. 갱도 안은 순식간에 비명과 살점이 튀는 지옥도로 변했다.
“이, 이 비열한 넝마주이 새끼들이 감히 황실 감사단을……!”
감사관 베른은 45레벨의 고스탯 전사답게 자신의 붉은 광기를 폭발시키며 번개 사슬을 억지로 찢어발겼다. 전자기장을 뚫고 지한을 향해 돌진하는 그의 칼끝에 이글거리는 검기가 가득 서려 있었다.
슈우우우욱-!
베른의 거침없는 수평 횡베기가 지한의 목덜미를 조준해 날아왔다.
하지만 지한은 이미 눈가의 [마법 공학 감지 고글]을 내린 상태였다.
“철혈의 해체 영역 가동.”
위이이잉-.
지한을 중심으로 투명한 전자기 역장이 방출되며 돌진하는 베른의 온몸을 뒤덮었다. 영역 내에서 베른이 쥔 장검 손잡이의 나사선과, 그가 걸친 감사관 로브 안쪽의 가죽 허리띠 버클 조인트가 붉은 결(Flow)로 선명하게 정렬되었다.
지한은 오른손의 전설 등급 뼈칼 [아스트라페 - 리레코드]를 가볍게 비틀며 손끝을 놀렸다.
“원격 마력 쇄도 (Remote Mana Surge).”
지직-!
지한의 칼날에서 흘러나온 미세한 전자기 자극이 베른의 검날 가드 부분에 무선으로 직격했다. 단 1밀리미터의 오차도 없는 정밀 원격 타격이었다.
철컥- 쩡-!
베른이 휘두르던 장검의 제어 조인트가 일시에 분해되며 튕겨 나갔고, 칼날의 궤적은 지한의 머리 위로 수십 센티미터 허공을 갈라 무의미하게 휘둘러졌다.
“머, 뭐라고?! 내 무기의 궤도가……!”
베른이 경악하며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는 찰나, 지한은 미끄러지듯 그의 품 안으로 파고들어 아스트라페 뼈칼을 아래에서 위로 부드럽게 찔러 올렸다.
“해체의 권능 (Dismantling Authority).”
서가각-!
[전설 속성 발동: 대상의 물리 방어력을 100% 무시합니다!]
뼈칼의 날카로운 은백색 끝날이 베른의 가죽 허리띠 버클과 다리 갑옷 고정끈 3개를 스치듯 베어냈다.
스르륵- 철컥.
고정력을 잃은 베른의 다리 장갑판들과 허리띠가 갱도 바닥으로 스르릉 흘러내려 엉켰다. 베른의 하반신 움직임은 단번에 묶여버렸고, 그의 방어력은 넝마 수준으로 전락했다.
동시에 뼈칼날에 서려 있던 심연의 동결 냉기가 베른의 옆구리 상처를 타고 급속도로 파고들었다.
쩌적- 쩍!
“끄, 윽…… 몸이…… 통째로 얼어붙는……!”
베른의 전신이 하얀 서리로 뒤덮이며 급격하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45레벨의 남부 사냥개는 지한의 두 번의 연동 칼질 앞에 손도 쓰지 못하고 무력화되었다.
지한은 베른의 심장 정중앙에 왼팔 [철혈의 마도 공학 의수]를 깊숙이 밀착시켰다.
“남부로 돌아갈 차비는 필요 없다. 여기서 해체해 주지.”
의수의 톱니바퀴 동력로가 매섭게 울부짖으며 적색 공성 에너지가 1.2초 만에 충전되었다.
“마법 공학 공성포.”
쿠콰과과과과과광-!
격벽 홀 전체를 뒤흔드는 파괴적인 화염 공성포 격타가 베른의 가슴을 정면으로 뚫고 폭발했다.
베른은 머리 위로 14,000에 달하는 적색 데미지가 폭발하며, 뼈마디 하나 남기지 못하고 빛의 먼지가 되어 허공으로 산산이 흩어졌다. 바닥 위로 그가 차고 있던 [사찰관의 서명 인장 반지 (영웅)]와 남부 기사단의 은빛 주괴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감전으로 묶여 있던 나머지 남부 기사단원들 역시, 갱도 함정의 회전 톱니와 아스트라페 길드원들의 가차 없는 협공 앞에 단 3분 만에 한 명의 생존자도 없이 완전히 도륙당했다.
[Lv.45 감사관 베른 해체에 성공하였습니다!]
- 무손실율: 100.00%
- 경험치 92,000을 획득하였습니다.
- 전리품: ‘사찰관의 서명 인장 반지 (영웅)’, ‘카스텔 백작가 사령 장검 (영웅)’을 획득하였습니다.
지한은 의수 끝의 화염 연기를 차갑게 털어내며 바닥에 흩어진 전리품들을 가볍게 수확해 인벤토리에 넣었다.
감사단 전원의 흔적은 갱도의 전자기 함정 잔해와 톱니바퀴 자국 밑에 교묘하게 지워졌다. 그들은 황실 법률을 앞세워 넝마주이의 이권을 빼앗으려 덤벼들었으나, 결국 어두운 갱도 바닥에 뼈 한 마디 추리지 못한 채 차가운 쇳가루로 바스라져 내렸다. 지한은 서늘한 눈빛으로 벽면에 스민 피 냄새를 맡으며, 다음 단계인 카스텔 백작가 본대를 파멸로 이끌 마지막 빗장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