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하늘의 요람

60화: 하늘의 요람
환기 배관의 두꺼운 쇠창살을 해체하고 안쪽으로 미끄러져 들어가자, 믿기 힘들 정도로 웅장한 거대 도크(Dock) 형태의 지하 공동이 나타났다.
천장 높이만 수백 미터에 달하는 아치형 석석조 돔. 그 중심 공간에 거대한 강철 쇠사슬과 구리 마력 케이블에 칭칭 감긴 채 공중에 매달려 있는 한 척의 거대한 기계 선박이 떠 있었다. 고대 제국의 순양 비공정 ‘아퀼라(Aquila)’였다.
비록 녹이 슬고 먼지가 내려앉았지만, 선체 좌우로 늘어선 마도 포문들과 유선형의 은빛 장갑판의 위용은 보는 이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우와…… 진짜 하늘을 날아다니는 배군요. 지한 형님, 저게 비공정입니까?”
크리스가 고개를 올려 멍하니 선체를 바라보았다.
지한은 [마법 공학 감지 고글]의 투시 배율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비공정의 중심 갑판실 깊숙한 곳, 붉은색 와이어프레임 중심부에서 맥동하는 태양만 한 빛의 덩어리가 고글 시야를 가득 채웠다.
[수색 타겟 감지:]
- 이름: 천공의 수호 기관 - 라파엘 (Raphael - Lv.48)
- 등급: 보스 (Boss)
- 상태: 동력 대기 모드 (비공정 메인 엔진 코어와 융합 상태)
- 설명: 고대 격납고와 비공정의 핵심 전력망을 통제하는 기계 대천사 형상의 수호 병기입니다. 침입자가 특정 경계를 넘을 시 최대 출력으로 가동됩니다.
‘48레벨 보스 몬스터인가…… 확실히 까다로운 상대군.’
지한이 턱을 만지며 비공정 선체 아래의 고정 고리를 끊고 진입할 경로를 구상하던 찰나였다.
쾅-! 쿠콰과과과광-!
격납고 남동쪽의 두꺼운 철제 격문 방향에서 맹렬한 대폭발이 일어났다. 사방으로 붉은 불꽃 파편들이 비산하며, 두께 1미터의 고철 문이 통째로 쪼개져 튕겨 나갔다.
“전원 진입해라! 잔해는 짓밟고 보스 코어를 선점한다!”
자욱한 먼지를 뚫고 수십 명의 플레이어들이 쇄도해 들어왔다. 그들의 가슴팍에는 붉은색 타오르는 해골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제2황자의 무력이라 불리는 랭커 길드 ‘붉은 불꽃’의 사냥대였다.
선두에는 거대한 양손 해머를 어깨에 멘 47레벨의 여전사 헬가(Lv.47)가 서서 매서운 눈빛으로 도크 안을 흝었다.
[붉은 불꽃 길드 부단장 - 폭쇄의 헬가 (Lv.47) - 광전사]
- 설명: 제국 상위 랭커 길드 붉은 불꽃의 돌격 대장입니다. 거대 양손 해머를 가동해 모든 단단한 방벽을 파괴하는 물리 화력을 자랑합니다.
“어……? 단장님, 비공정 날개 위에 넝마주이 같은 녀석들이 먼저 올라타 있습니다!”
부하 용병의 외침에 헬가의 시선이 선체 갑판 위로 튀어 올랐다. 그곳에는 이미 지한과 크리스 파티가 서서 그들을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뭐야?! 변경의 넝마주이 새끼들이 감히 붉은 불꽃이 점찍은 사냥터에 먼저 들어와 있어? 배신자 쥐새끼들인가! 마법사들, 당장 저놈들을 갑판 위에서 쳐서 떨어뜨려라!”
헬가의 포효와 함께 붉은 불꽃의 마법사들이 지팡이를 치켜세우며 화염구를 차징하기 시작했다. 45레벨 이상의 랭커 법사들이 뿜어내는 화염의 고열이 도크 안을 가득 메웠다.
“지한 형님, 랭커 법사들의 화력입니다! 정면 대응은 어렵습니다!”
크리스가 방패를 올리며 외쳤다.
하지만 지한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입가에 잔인하고 차가운 미소를 띤 채 오른손의 [아스트라페 - 리레코드] 뼈칼의 끝날을 갑판 구석의 노출된 비공정 제어 제어반 다이얼 틈새로 밀어 넣었다.
“우리가 상대해 줄 필요는 없지.”
“원격 마력 쇄도 (Remote Mana Surge).”
지직-!
지한의 전설 뼈칼 끝날에서 방출된 미세한 전자기 자극이 갑판의 제어 배선을 타고 비공정 중심부의 ‘라파엘’ 대기 슬롯으로 순식간에 흘러 들어갔다.
잠들어 있던 천공의 수호 기관 라파엘의 고유 봉인 프로토콜의 약점 제어 결(Flow)을 지한의 원격 마력쇄도가 톡 건드려 강제 해제해 버린 것이다.
우우우웅-! 철커덕-!
비공정 갑판 정중앙의 강철 장갑판이 원형으로 갈라지며, 찬란한 황금색 날개를 가진 6미터 크기의 기계 대천사 라파엘이 서서히 지상으로 솟구쳤다.
[경고: 천공의 수호 기관 - 라파엘 (Lv.48)이 강제 폭주 상태로 깨어납니다!]
- 대상이 최초 인식 범위 내의 모든 침입자를 향해 ‘성광 레이저 폭격’ 프로토콜을 가동합니다.
“크오오오오-! 오염원 말살 가동.”
라파엘의 이마에 박힌 거대한 황금색 구체가 번쩍이더니, 지한 일행이 아닌 도크 바닥에서 주문을 외우고 있던 붉은 불꽃 길드원들을 향해 사정없이 백색 광선을 뿜어냈다.
쿠과과과과과과광-!
“끄, 으아아악! 이게 무슨 보스 광역 딜이야!”
“마방 배리어가 한 방에 깨졌습니다! 단장님!”
갑자기 깨어난 48레벨 보스의 무자비한 첫 성광 레이저 폭격에, 주문을 외우던 법사 라인과 헬가의 선두 방패병들이 추풍낙엽처럼 휩쓸려 쓰러지며 붉은빛 대미지가 비산했다. 도크 바닥은 순식간에 비명과 폭풍의 잿더미로 화했다.
“좋은 방패막이가 되어 주는군.”
지한은 차갑게 중얼거리며 크리스 파티를 이끌고 비공정 선실 내부의 어두운 해치 안쪽으로 몸을 숨겼다.
“들어가자. 붉은 불꽃 녀석들이 48레벨 보스와 몸싸움을 하는 동안, 우리는 선실 최심부로 들어가 비공정의 메인 엔진 코어를 통째로 해체한다.”
헬가와 붉은 불꽃 길드원들이 라파엘의 거대한 기계 촉수와 날개 폭풍에 가로막혀 비명을 지르며 피를 흘리고 있는 찰나.
지한과 아스트라페 길드는 하늘의 요람 깊숙한 어둠 속으로 유유히 숨어들어, 하늘의 진정한 심장을 도려내기 위한 정밀한 손길을 뻗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