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야수들의 계곡

59화: 야수들의 계곡
제국 성벽의 관문을 완전히 지나 국경 밖 무법 지대로 나오자, 거대하고 날카로운 협곡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야수들의 계곡’이 위용을 드러냈다.
이름답게 계곡 곳곳에서 마수들의 포효가 웅장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고, 기류를 타고 밀려오는 피비린내와 거친 야생의 마나가 전신을 자극했다. 이곳은 최소 43레벨 이상의 포악한 마수들이 우글거리는 고난도 야생 에어리어였다.
“지한 형님, 붉은 불꽃 길드의 사냥 흔적입니다. 이 꺾여나간 덤불들과 거대 암벽의 참격 흉터를 보니, 그들이 지나간 지 불과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크리스가 절벽 아래 뒹구는 거대한 마수의 반쪽 시체를 발로 건드리며 보고했다.
“역시 랭커 길드답게 거침없이 돌파하는군.”
지한은 눈가의 [마법 공학 감지 고글] 다이얼을 꺾고 고개를 들었다. 하늘 위를 선회하던 소형 해체 드론 아이리스가 300미터 상공에서 스캔해 전송해 오는 실시간 3D 열화상 경로가 안경 렌즈 너머로 정교하게 매핑되었다.
[스캔 결과 완료:]
- 붉은 불꽃 길드 본대의 위치: 북서쪽 계곡 샛길 (현재 격납고 정문 돌벽 진입 시도 중)
- 잔여 진입 시간: 약 30분.
- 우회 및 단축 경로 발견: 절벽 동굴 하부 환기 배관 조인트. (단, 43레벨 정예 몬스터 둥지를 통과해야 함)
“정면 돌파는 늦는다. 우리는 동굴 하부 환기구로 우회해 격납고의 뒷문을 딴다.”
지한의 단호한 결정에 아스트라페 길드원들은 주저 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
우회 지름길인 좁은 암석 동굴 내부로 진입하자, 습한 냉기와 함께 어둠 속에서 거대한 두 쌍의 황금색 안광이 켜졌다. 바닥을 쿵쿵 울리는 묵직한 진동과 함께, 거대한 암석 같은 덩치를 자랑하는 기괴한 괴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쌍두 철갑 불곰 (Twin-Headed Iron-Clad Bear) - Lv.43]
- 등급: 정예 (Elite)
- 외피 속성: ‘고밀도 암석 철갑’ (모든 물리 타격 피해 70% 반사 및 장갑 저항력 극대화)
“크오오오옹!”
두 개의 대가리가 동시에 괴성을 지르며, 곰이 거대한 철갑 앞발을 내리쳤다. 동굴 천장에서 암석 파편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일반적인 물리 딜러 파티라면 저 단단한 암석 철갑에 칼날이 다 이가 나가고 반사 데미지로 자멸했을 법한 무시무시한 고유 외피였다.
“다들 물러서라. 내 무기의 테스트기로 적당하군.”
지한이 앞장서며 나섰다. 그의 손가락 끝이 손목 칼날 집의 레버를 조용히 튕겼다.
철컥-.
지한의 오른손에 은백색의 서리 광채를 뿜어내는 전설 등급 뼈칼, [아스트라페 - 리레코드]가 쥐어졌다. 뼈칼이 칼집 밖으로 나오자마자 주변 5미터 내의 암벽 표면에 서리가 순식간에 하얗게 돋아났다.
“철혈의 해체 영역 가동.”
위이이잉-.
지한을 중심으로 20미터 영역이 푸른 전자기 역장에 뒤덮였다. 영역에 들어선 쌍두 철갑 불곰의 철갑 외피 아래, 내부 뼈 구조와 마나 신경 도관들이 격자선으로 선명하게 튀어나왔다.
“크아아아!”
불곰이 거대한 몸집을 날려 지한을 짓밟으려 덮쳐왔다.
지한은 침착하게 허리춤의 [전자기 역장 해체 폭탄] 하나를 불곰의 두 대가리 정중앙에 던졌다.
타악- 파지지직!
충격과 동시에 터져 나온 강력한 번개 폭풍이 불곰의 머리를 감싸 안았고, 곰은 4초간 감전 스턴 상태에 빠진 채 허공에서 쿵 하고 바닥으로 쳐박혔다.
[전자기 역장 폭탄 가동 성공!]
- 대상의 외피 장갑 연결 구조가 일시적으로 와해되었습니다.
“해체의 권능 (Dismantling Authority).”
지한은 도약하여 불곰의 두 목이 엇갈리며 가슴 뼈로 이어지는 척추 중심 조인트로 뼈칼을 밀어 넣었다.
스으으윽-!
[전설 효과 발동: 대상의 물리 방어력을 100% 무시합니다!]
뼈칼 끝날이 곰의 단단한 암석 철갑을 두부 베어내듯 서늘하게 파고들었다. 지한의 칼날이 가볍게 회전하며 곰의 척추 신경망 중심 결(Flow) 세 군데를 부드럽게 긁어 베어 냈다.
[심연의 동결 속성 가동!]
- 대상의 마력 신경 회로가 완전히 차갑게 동결되어 깨져나갑니다.
쩍! 쩌적-!
뼈칼이 지나간 자리를 따라 푸른빛 한기의 균열이 곰의 거대한 몸체 전체로 급속도로 뻗어 나갔다. 단 한 치의 고통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43레벨 정예 쌍두 철갑 불곰의 거대 육체가 완전히 꽁꽁 얼어붙어 유리 석상처럼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와장창-!
얼어붙은 몸체가 무너지며 사방으로 은빛 서리 파편들이 흩어져 내렸다. 단 한 번의 뼈칼 공격으로 43레벨 정예 몬스터가 무손실 상태로 즉사한 것이다.
[Lv.43 쌍두 철갑 불곰 해체에 성공하였습니다!]
- 무손실율: 100.00% (Perfect)
- 경험치 85,000을 획득하였습니다.
- 전리품: ‘동결된 쌍두 불곰의 모피 (영웅)’, ‘고순도 철갑 곰뼈’ 5개를 획득하였습니다.
뒤에서 대기하던 크리스와 아스트라페 길드원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전설 등급 무기 [아스트라페 - 리레코드]를 장착한 지한의 해체 파괴력은 이미 인간의 영역을 아득히 초월해 있었다.
지한은 가볍게 곰의 시체 잔해에서 희귀 가죽과 자원을 해체해 인벤토리에 수납한 뒤, 동굴 안쪽 벽면의 틈새를 바라보았다.
고글 투시선 너머로 거대한 쇠창살 환기팬 기계 장치가 보였다. 이곳이 바로 과거 제국군이 사용하던 고대 비공정 격납고의 공기 순환용 배관 틈새였다.
“환기팬을 해체하고 진입한다.”
지한은 아스트라페 뼈칼을 쇠창살 볼트 사이에 밀어 넣고 살짝 꺾었다.
철컥-.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고대 격납고의 빗장이 풀리며, 차가운 철 냄새와 오래된 마도 공학 배기 냄새가 일행을 맞이했다. 붉은 불꽃 길드가 밖에서 단단한 격납고 정문을 부수기 위해 용을 쓰고 있는 동안, 지한과 아스트라페 길드는 하늘의 요람 깊숙한 밑바닥으로 한발 먼저 유유히 미끄러져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