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사냥꾼의 숲

55화: 사냥꾼의 숲
“단장을 중심으로 대열을 좁혀라! 안개의 농도가 비정상적이다!”
피의 철장 용병단장 발록(Lv.46)의 쇳소리 섞인 포효가 숲의 공기를 찢었다.
블랙 골드 상단의 정예 탐사대와 용병단원 30여 명은 횃불을 높이 든 채 칼자루를 바짝 움켜쥐었다. 기묘하게도 사방을 메운 검은 안개가 미세하게 붉은색 스파크를 튀기며 고열의 기류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들의 머리 위 높은 고목 나뭇가지 사이.
지한은 [마법 공학 감지 고글]의 조율 다이얼을 내린 채, 은밀하게 숨어서 아래쪽의 붉은 열상 반응 무리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의 어깨 위에는 해체 드론 아이리스가 붉은 안광을 조용히 번뜩이며 대기 중이었다.
“사냥 범위에 완전히 들어왔군.”
지한은 제단 단상과 연결된 보조 제어 실린더 레버를 과감하게 꺾었다.
철컥-! 쿠구구구구-!
지한의 명령이 수신됨과 동시에, 숲속 전체에 깔려 있던 검은 안개가 순간적으로 자색 번개 구름으로 급격히 반전되었다.
파지지지지지직-! 콰르릉-!
“크아아악! 내, 내 몸이……!”
갑작스럽게 사방에서 분출된 전자기 방전 폭풍이 강철 갑옷을 두른 용병단 방패병들을 맹렬하게 덮쳤다. 전류는 금속 장갑판을 매개로 전신으로 급격히 전도되었다.
[고대 방어 시스템: 안개 방전 과부하 가동!]
- 영역 내 침입자들에게 초당 500의 지속 전격 피해를 부여합니다.
- 대상들의 모든 지속 이로운 마법 버프가 강제 해제됩니다.
“마법사들! 당장 전자기 중화 배리어를…… 끄악!”
주문을 외우려던 용병단 마법사의 머리 위로 보이지 않는 전자기 스파크가 뇌전처럼 내리꽂혔다. 안개 전체가 마력을 교란하는 거대한 전자기 교란 그리드로 작용하고 있었기에 캐스팅은 한 음절도 이어지지 못했다.
이 패닉 상태가 극에 달한 순간, 지한은 마지막 레버를 끝까지 꺾었다.
“철혈의 경비견 군단, 방출.”
수수수수수-!
숲 바닥에 박혀 있던 석재 격문들이 열리며, 20마리의 [철혈 경비 사냥개 (Lv.32)]들이 붉은 안광을 번뜩이며 안개 속에서 사납게 쏟아져 나왔다.
“사냥개들이다! 방어 대열을……!”
하지만 이미 전자기 감전 피해로 전신이 마비된 용병단원들은 맹렬하게 달려드는 사냥개들의 턱뼈와 전류 날에 속수무책으로 물어뜯기기 시작했다. 숲 전체가 끔찍한 비명과 피비린내로 가득 찬 살육의 도가니로 변했다.
“어떤 쥐새끼가 감히 피의 철장을 사냥하려 드느냐!”
용병단장 발록은 46레벨의 하이랭커답게 전자기 방전을 자신의 고유 오라로 튕겨내며, 거대한 두 손 대검을 치켜들고 공중으로 솟구쳤다.
발록은 안개 속에서 드론 아이리스가 흘려보낸 레이저 궤적을 역추적하여, 고목 나무 위에 숨어 있던 지한의 위치를 정확하게 간파해 냈다.
스파아아앗-!
발록이 대검을 내리치자 거대한 진공 참격이 지한이 서 있던 거대 고목을 반으로 완전히 가로질러 쪼개 버렸다.
콰광-! 바스락!
지한은 나무가 쓰러지는 찰나를 이용해 가볍게 공중으로 뛰어내렸다. 공중에서 그의 두 눈이 붉게 번쩍였다.
“철혈의 해체 영역 (Iron-Blood Dismantling Territory) 가동.”
위이이잉-.
지한의 전신에서 반경 20미터 영역으로 푸른 전자기 역장이 방출되며, 하강하는 발록의 온몸을 덮쳤다.
고글 너머로 발록이 쥐고 있는 거대 대검 손잡이의 나사 고정 틈새와, 그가 착용한 거친 플레이트 아머 어깨 끈의 가죽 연결 조인트 6개가 붉은 결(Flow)로 허공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발록의 대검날이 지한의 머리를 향해 맹렬하게 쇄도했다. 46레벨의 무시무시한 근력 스탯이 실린 일격이었다.
지한은 도중 허공에서 손가락을 퉁겼다.
“원격 마력 쇄도 (Remote Mana Surge).”
지직- 팅!
지한의 손끝에서 방출된 미세 전자기 진동이 허공을 날아 발록의 대검 가드와 검날을 잇는 정중앙 조인트 핀에 직격했다. 단 1밀리미터의 오차도 없는 원격 타격이었다.
철커덕- 쩡-!
공중에서 대검 조인트 핀이 분해되어 튕겨 나가자, 발록이 휘두르던 대검의 육중한 검날이 손잡이에서 분리되어 허공으로 힘없이 날아가 버렸다.
“머, 뭐라고?! 내 무기가……!”
발록이 경악하며 텅 빈 대검 손잡이만 쥔 채 바닥에 착지했다.
지한은 그 뒤로 날렵하게 착지하며 오른손의 아스트라페 뼈칼을 역수로 쥐고 앞으로 찔러 넣었다.
“결 해체.”
서가각-!
발록이 걸치고 있던 45레벨 영웅 등급 갑옷의 왼쪽 옆구리 가죽 버클 3개가 스치듯 베여 나갔다. 버클이 분해되자 단단했던 강철 흉갑이 고정력을 잃고 바닥으로 사정없이 투드득 흘러내렸다. 발록의 육체는 단숨에 무방비의 노 장갑 상태로 노출되었다.
“넝마주이라도, 네 목숨 하나 해체하는 건 식은 죽 먹기다.”
지한은 지체 없이 왼팔의 [철혈의 마도 공학 의수]를 발록의 가슴팍에 직격으로 밀착시켰다.
의수의 톱니 기어들이 미친 듯이 회전하며 붉은 화염 마력이 손바닥 중앙 동력로에 압축되었다.
“마법 공학 공성포.”
“끄, 으아아아아!”
쿠콰과과과과과광-!
밀착 상태에서 방출된 초근거리 마도 공성포의 대폭발이 발록의 가슴뼈를 완전히 바스러뜨리며 그를 뒤로 수십 미터 날려 보냈다.
발록은 땅바닥을 세 차례 구른 뒤, 머리 위로 8,500에 달하는 거대한 적색 데미지가 폭발하며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의 육체는 서서히 빛의 먼지가 되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Lv.46 용병단장 발록 해체에 성공하였습니다!]
- 무손실율: 98.5%
- 경험치 110,000을 획득하였습니다.
- 전리품: ‘피의 철장 단장의 징박힌 가죽 장갑 (영웅)’, ‘고순도 그레이 아이언 대검날 파편’을 획득하였습니다.
지한은 차갑게 타오르는 연기를 의수 손바닥에서 털어내며 은빛 뼈칼을 조용히 손목 집에 수납했다.
안개 너머에서 용병단원들의 비명이 서서히 잦아들고 있었다. 20마리의 사냥개 군단과 전자기 방전 안막에 휩쓸린 블랙 골드 탐사대는 단 5분 만에 지한이 설계한 숲의 무덤 속에서 완벽하게 전멸을 맞이했다.
거대 길드의 탐사대조차 보이지 않는 덫 앞에서는 그저 정교하게 조각내야 할 해체물에 불과했다. 지한은 흩어진 30여 명의 사체에서 마도 장비들과 광물 부품들을 정밀 해체하기 위해 천천히 안개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