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5화

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새로운 도약의 문

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5화: 새로운 도약의 문

67실버.

남들에게는 장비 한 부위 겨우 바꿀 푼돈일지 몰라도, 강지한에게는 동생 지수의 환자식 한 끼, 영양제 한 병을 더 챙겨줄 수 있는 현실의 피와 같은 돈이었다.

"더 벌어야 해. 이 정도로 만족할 순 없다."

지한은 뺨에 스친 가벼운 상처의 통증을 느끼며 모험가 길드로 향했다.
아르카디아에서 빠른 성장을 위해서는 직업의 '전직'이 필수적이다. 10레벨이 되어야 1차 전직을 할 수 있는 일반 전투 직업군과 달리, 스캐벤저 같은 특수 보조 직업은 직업 숙련도가 100%에 도달하면 레벨과 상관없이 전직이 가능했다.

현재 지한의 스캐벤저 숙련도는 95.7%.
조금만 더 채우면 전직의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모험가 길드 내부의 공기는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은빛 갑옷을 빼입은 기사들과 화려한 로브를 걸친 마법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고난도 레이드 의뢰판을 보고 있었다. 지한은 냄새나는 가죽옷을 입은 채 길드 2층의 한적한 자료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특수 직업 전직을 관리하는 노년의 기록관 '에드윈'이 책 더미에 파묻혀 있었다.

"무슨 일로 왔는가, 젊은이? 여긴 일반 전투원들이 올 만한 곳이 아닐세만."

에드윈이 돋보기안경을 고쳐 쓰며 까칠하게 물었다. 지한은 말없이 자신의 상태창을 에드윈에게 공유했다.

스캐벤저 직업 숙련도: 95.7%
보유 업적: '완벽한 첫걸음', '모래 속에서 진주 찾기'

에드윈의 노안이 번쩍 뜨였다. 그는 들고 있던 깃펜을 떨어뜨리고 지한의 상태창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허억……! 스캐벤저 숙련도가 벌써 임계점에 도달했군. 게다가 이 업적들은…… 전부 정밀 수동 해체로만 얻을 수 있는 극악 난이도의 업적들이 아닌가! 자네, 단순한 넝마주이가 아니었군?"

"제대로 일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지한의 대답에 에드윈이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훌륭하군, 훌륭해! 대부분의 스캐벤저들은 냄새나고 귀찮다며 자동 해체만 돌리다가 허접한 '스캐벤저 마스터' 따위로 전직하곤 하지. 하지만 자네라면…… 고대 학파의 숨겨진 길을 걸을 자격이 차고 넘치네."

에드윈이 서랍 깊숙한 곳에서 검은 먼지가 뽀얗게 쌓인 양피지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자네, 혹시 '마법 공학 해체사 (Mana-Tech Scavenger)'에 대해 들어보았나?"

"마법 공학 해체사요?"

"그렇네. 단순한 몬스터 사체나 잡동사니를 분해하는 수준을 넘어, 고대 마법 공학 기계 장치와 정밀한 마력 회로의 구조를 꿰뚫어 보고 그 안의 순수한 동력을 온전히 추출해 내는 특수 직업이지. 아르카디아 대륙의 역사 속에서 마법 공학이 사장되며 사라졌던 고대의 클래스라네."

에드윈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이 직업으로 전직한다면, 자네가 가진 기계 인지력과 정밀함은 날개를 달게 될 걸세. 정말 이 길을 걷겠는가?"

띠링!

[1차 전직 퀘스트: 잃어버린 기술의 계승자]

"하겠습니다."

지한은 망설임 없이 수락했다.
난이도 C 등급의 퀘스트. 게다가 혼자서는 공략할 수 없는 8~12레벨 던전.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파티를 구하지 못해 좌절했겠지만, 지한에게는 이미 든든한 아군이 생겨 있었다.


모험가 길드를 나온 지한은 약속대로 서쪽 광장에서 크리스 파티와 다시 만났다.
지한의 전직 퀘스트 소식을 들은 크리스는 호탕하게 자신의 가슴 갑옷을 두드렸다.

"하하하! 겨우 4레벨에 벌써 전직 퀘스트라고? 역시 대단한 형씨야! 당연히 도와야지. 8~12레벨 던전 정도라면 우리 파티가 든든하게 호위해 줄 수 있네."

"고맙습니다. 대신 던전 내부에서 사냥하는 모든 기계 몬스터와 잔해의 해체 권한은 저에게 독점적으로 넘겨주십시오."

"말이라고 하나? 자네의 그 신들린 칼솜씨로 해체한 재료를 바르트 영감에게 넘기면 우리도 대박이니까! 윈-윈(Win-Win)이지!"

궁수와 마법사 역시 지한의 제안에 기쁜 기색으로 동의했다. 그들에게 지한은 더 이상 거치적거리는 짐꾼이 아니라, 파티의 수익률을 몇 배로 튀겨줄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일행은 곧장 라르크 마을 북쪽에 위치한 폐광산으로 향했다.

'라르크 광산 지하 던전.'

과거 풍부한 철광석과 마력석이 채굴되던 곳이었으나, 고대 마법 공학 장치들이 오작동을 일으켜 광부들을 학살한 이후 폐쇄된 비극의 장소였다. 지금은 버려진 기계 기믹들과 녹슨 고철 생명체들이 득실거리는 위험 구역이 되었다.

광산 입구에 도달하자, 사방을 메운 서늘하고 축축한 지하의 공기가 일행의 뺨을 스쳤다. 동굴 안쪽 깊은 곳에서는 불길한 쇠붙이 긁는 소리가 불규칙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끼이이익, 철커덕.

"다들 무기 쥐어. 여기서부턴 진짜 실전이다."

크리스가 장검을 뽑아 들며 엄숙하게 말했다. 마법사는 지팡이 끝에 작은 불꽃을 띄워 어두운 동굴 내부를 밝혔다. 궁수 역시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겼다.

지한은 품속에서 검은 가죽 상자를 만지작거렸다. 보급형 해체 키트의 차가운 금속 감촉이 손끝에 닿자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녹슨 고대 코어를 찾아서 해체한다. 실패는 없어.'

일행은 조심스럽게 어둠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굴 벽면에는 채굴하다 만 철광석 잔해와 부서진 태엽 톱니들이 곳곳에 박혀 있었다. 지한의 눈에는 '기계 구조 인지' 스킬의 영향으로 주변 고철 더미들이 지닌 미세한 균열과 마력의 흐름이 입체적으로 보였다.

그때, 저 앞쪽 어둠 속에서 붉은 안광이 여러 개 번뜩였다.

츠츠츠츳-!

쇠사슬이 끌리는 듯한 불길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강철 다리를 가진 생명체들이 벽을 타고 빠르게 기어내려 왔다. 인간의 몸통만 한 크기의 거대한 거미 기계들이었다. 녹슨 강철 다리 끝에는 예리한 가위 같은 칼날이 달려 있었다.

[스팀 스파이더 (Steam Spider) - Lv.9]

"네 마리다! 탱커, 전방 마크해!"

궁수의 외침과 함께 화살이 어둠을 가르며 날아갔다.
지한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늑대 사냥 때처럼 몸을 낮추었다. 그의 시선은 덮쳐오는 기계 거미들의 관절 접합부와 가슴 중앙에 박힌 태엽식 소형 동력원에 고정되었다.

"이번 사냥은 전부 내 황금밭이다."

지한의 눈에 독기 어린 열망이 서렸다.
고대 마법 공학 해체사로 나아가기 위한 첫 관문이 마침내 열렸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